마에스트로 김홍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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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마에스트로 김홍재
  • 입력 : 2021. 12.07(화) 16:45
  • 이용규 기자
마에스트로 김홍재씨가 지난달 30일 여수 예울마루 대극장 무대에 섰다. 광주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에서 물러나 일본으로 돌아간 지 1년 11개월만에 지휘봉을 잡는 날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많은 제약을 감수하고서도 단 하루 공연을 위해 달려온 것이다.

사단법인 누림이 주최하고 전남도와 전남일보가 후원한 남도국제음악제는 마에스트로 김홍재의 명성을 확인한 무대였다. 브람스 최고의 교향곡으로 꼽히고, 사실상 지휘자의 능력에 의해 공연 성패가 좌우되는 브람스 교향곡 제4번을 뛰어난 곡 해석력으로 오케스트라를 완벽히 장악하고 뿜어내는 그의 아우라에 60여 명의 연주자들은 최고의 하모니로 코로나19에 지친 지역 클래식 팬에게 아름다운 치유의 선율을 선사했다.

김씨는 공연후 "각지에서 모인 수준높은 단원들과 좋은 공연을 할수 있어 너무 기뻤고, 나자신이 치유를 받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공연 하루전 지형원 아시아 문화중심도시지원포럼 회장이 마련한 식사 자리에서 '복기하고 싶지 않은 기억'으로 인해 만감이 교차했던 모습과는 달리 상기된 표정이 역력했다.

김씨는 2년전만 해도 상임 지휘자로 광주시립교향악단의 외부 지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세계적 지휘자인 오자와 세이지 수제자인 김씨는 줄곧 일본과 해외에서 활약해왔다. 일본에서 남북한 체제 어느편에도 서지 않고 무국적자로 있던 김씨는 김대중대통령 초청으로 2000년 서울 아셈 축하 개막식 축하 공연 지휘로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그후 9년간 울산시향을 지휘했고, 그의 또 한명의 스승인 윤이상이 작곡한 '광주여 영원하라'를 일본에서 초연한 간접 인연으로 민선 6기에 광주시향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 울산시장과 울산시향 단원들이 그의 광주행을 만류했다는 일화는 클래식계에서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그가 광주시향에서 3년간 마주친 것은 실력도 인품도 아닌 음해성 민원에 의한 배타성이었다. 오직 실력이 최고의 잣대가 돼야할 프로에서 비상식적인 요인으로 지난 2019년 임기 만료해인 임기 만료달에 해임을 통보받는 수모를 당했다. 거장에 대한 예우도 없었고 헤어짐에 대한 예의는 더욱 없었다. 김씨가 임기 만료 6개월전에 '해외 오케스트라단 섭외 상황'을 알렸음에도, 재계약을 언질한 관계 기관은 임기 만료가 되는 달에야 재계약 불가를 통보했다. 거장에게 말할 수 없는 치욕을 안긴 폭력이었다. 23개월이 경과했음에도 광주시문화행정을 책임지는 누구로부터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그를 여수 무대에서 본 것이 못내 마음이 불편했다. 실력과 인품까지도 훌륭한 평가를 받아오던 지휘자가 하루 아침에 국내외 클래식계에서 '불편한 이슈의 인물'이 됐을 것이라는 생각에 "과연 뭣이 중한가"라는 말이 귓가를 맴돌았다.

2년째 지휘봉을 잡고 있지 못함에도 위로를 받고 돌아간 김씨는 6일간 시설 격리중이다. 문화도시 광주와 또 하나의 문화도시를 표방한 울산의 문화적 차이는 뭘까? 김씨의 짧은 발길에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