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흑석산 음악회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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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해남 흑석산 음악회 초대장
  • 입력 : 2022. 05.10(화) 16:37
  • 이용규 기자
지난 6년전 기억이다. 휘영청 둥근달을 배경으로 오케스트라 선율이 울려퍼진 광주 북구 청옥동 호수 생태원의 가을밤의 추억은 큰 감동으로 남아있다. 민선 6기 광주시가 순천만정원에 버금갈 만큼 명소로 만들겠다는 야심으로 생태호수원 조성 작업을 완료하고 기념음악회를 연 것이다. 무등산을 품고 있어 자연생태적 요소와 조선시대 가사문학의 산실인 소쇄원,식영정,환벽당 등 많은 역사문화적 공간과 어우러져 주목을 끌었다. 접근성 문제로 광주시의 기대만큼 대박나는 핫플레이스로 떠오르지는 못했지만 잘조성된 수목과 꽃, 호수 등 주변 풍경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무대위의 광주시립교향악단원들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선율로 수놓은 가을밤의 서정은 달콤했다. 60여명 연주자들의 입과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선율은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잠시나마 전하는 쉼이자 힐링이었다. 무엇보다 까탈스러운 오케스트라단의 파격이 주는 신선함도 매력이었다. 물론 실내 공연보다 더 많은 예산이 소요되긴 했었도 야외에서 콧대높은 오케스트라단의 연주를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엄청 기분좋은 일이었다. 숲과 야외에서 만나는 음악회는 그 자체로서만으로도 유쾌한 문화이벤트다. 코로나19로 중단되기전까지만 해도 축령산 숲속음악회, 우드랜드 숲속음악회는 색다른 곳에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득템지로 사랑받았다. 이들 음악회는 숲의 복지 기능과 여가 문화 차원에서 신선함과 문화적 충격도 컸다. 쭉쭉뻗은 편백나무는 무대가 되고 관객이 됐다. 작지만 커다란 울림이 있는 공연장으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태리 가곡을 열창하는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음성과 바이올린 선율이 만들어낸 품격있는 분위기도 트로트와 판소리 가락이 어우러진 막걸리같은 텁텁한 무대의 맛도 따뜻하고 특별한 하모니를 연출하는 장이 됐다. 해마다 이 곳에서 열리는 공연 일정에 맞춰 가족과 함께 나들이를 떠났던 기억이 새롭다. 해남 흑석산 자연휴양림에서도 숲속음악회가 열려 '코로나 방콕족'을 초대한다. 목포시립교향악단이 오는 14일 오후 2시 '숲이 피어나다'를 주제로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과 성악을 들려준다. 3년동안 코로나19 감옥에 갇혀 심신이 지쳐있는 지역민들에게 교향악단을 통한 숲에서 힐링을 모색한 채지영 팀장의 열정과 정헌 목포시향 지휘자의 틀에 얽매이지 않은 사고가 통한 무대다. 연두빛과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산 속에 울려퍼지는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선율은 공연자나 관객 모두에게 뜻깊은 힐링의 시간이 될 것이다. 흑석산 휴양림에는 우리를 탈출해 한 때 지역을 떠들석하게 했던 원숭이 가족이 둥지를 틀고 있고, 숲속을 찾는 반가운 발길을 잽싸게 나와 마중하고 달아나는 다람쥐들과의 조우도 기쁜 일이다. 녹색으로 물들어가는 신록의 바다에서 아름다운 선율에 발맞춘 봄날의 나들이, 생각만 해도 엔돌핀을 솟구치게 한다. 객석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겠지만 떼창도 부르며, 코로나 감옥에서 일상을 회복하는 멋진 추억을 만드는 날이길 바란다.

이용규 논설실장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