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파랑은 신의 색… 성스러움·천국 모습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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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 파랑은 신의 색… 성스러움·천국 모습 상징
(159) 색채와 시대
  • 입력 : 2022. 07.26(화) 13:05
  • 편집에디터

색채와 중세

봉건시대 포고 관리들은 문장(紋章)의 상징색을 9가지로 사용하였다. 빨간색은 용기, 주황색은 힘과 인내력, 노란색이나 금색은 명예와 충성, 녹색은 젊음과 생명력, 보라색 또는 자수정 색은 열정과 고통, 자주색은 고위 계층, 하얀색이나 은색은 신의와 순결, 검정색은 슬픔, 파란색은 경애와 결의를 상징한다.

중세에 물의 색은 녹색이었으나 파란색으로 변화된 시기는 15세기~17세기 사이이다. 이것은 지도 제작과정에서 표시방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중세 상징 학에서 원은 파란색이었는데, 그 이유는 둥근 반원이라고 여겼던 하늘이 파랗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중세에 광택이 도는 순색의 파랑은 고귀한 신분과 귀족의 것이었다. 이 파랑은 13세기부터 프랑스 왕이 즉위식 때마다 걸친 망토 색깔이었고, 가장 아름다운 파랑에 '왕의 파랑(King's blue)'이란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파란색은 중세에 노인이나 상인 혹은 가난해서 생활을 보호받아야 했던 사람들의 옷 색깔로 여겨졌던 적도 있었다.

중세 초기 기독교 미술에서 부활절의 색은 담청색이다. 중세의 그림을 보면 예수는 파란 옷을 거의 입지 않았고, 특히 마리아가 옆에 그려질 때 더욱 그랬다. 예수의 색은 빨강이며, 이 색은 전통적으로 남성의 색이다. 중세 말기의 회화작품에는 마리아가 빨간 옷을 입은 그림도 있다. 얀 반 에이크(Jan van Eyck)의 작품 <젖을 주는 마리아, 1430년>을 보면 빨간 옷을 입은 마리아가 아기에게 젖을 주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수공업자들과 심부름꾼들은 파란 옷을 입었고, 빨강은 지배자와 귀족의 색이었다.

유럽 중세 문학에 자주 등장한 여인으로는 슈태테(Stäte) 부인이 있다. 그녀는 변치 않는 정절의 화신이며, 파란 옷을 입고 있다.

유럽의 한 전설에 의하면, 남자아이들은 푸른 양배추밭에서 데려오고, 여자아이들은 분홍색 장미꽃밭에서 데려온다고 한다. 오늘날 남녀 아기의 물품 색은 이 전설에 기인한 것이다.

색채와 종교

신은 하늘에 살고 있으며, 파랑은 신을 둘러싸고 있는 색이다. 그래서 파랑은 여러 종교에서 신의 색으로 쓰인다. 이집트의 파라오가 썼던 금색 마스크도 파란 머리카락과 파란 수염을 달고 있다. 그것은 성스러운 돌로 숭배되던 청금석의 파란색이다. 인도의 라마신도 피부색이 파랗다.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리에 의하면, 파란 문장은 경건과 신의를 의미한다. 파랑은 12세기 이후 천주교에서 성모마리아를 상징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나타냈으며, 희망적인 색으로 사용되었다.

하늘의 색인 파랑은 성스러움과 천국의 모습을 상징한다. 사파이어 빛인 파랑은 진실과 충성의 색이다. 예수와 동정녀 마리아는 영원한 생명의 파란 외투를 입고 있다. 파랑은 이생에서 저승으로 전해지는 불멸의 상징으로써 죽음과 장례의 색이 되었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