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도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패러다임' 이젠 바꿔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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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도현> '조류인플루엔자 방역 패러다임' 이젠 바꿔야 할 때
전도현 전남도 동물방역과장
  • 입력 : 2022. 09.28(수) 13:15
  • 편집에디터
전도현 과장
올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방역환경은 어떻게 전망할까. 대부분 동물방역 전문가는 철새 서식, 기상 전망, 가금 사육 규모, 축사 형태, 방역 의식 수준 등 환경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때 매우 어둡다고 말한다.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서식하는 철새가 바이러스를 가져올 가능성이 그 어느 해 보다 높고 바이러스양도 폭발적으로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철새가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온 해에는 어김없이 농장에서 발생한 사례처럼 농장 발생 위험성이 높다는 견해다.

겨울 철새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어떤 경로로 우리나라에 가져올까. 현재 유럽과 북미 등 세계적으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폭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 자료에 따르면 8월 기준 야생조류와 농장에서 63개국 5355건 발생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1.9배가 폭증했다. 유럽국가 철새이동경로는 시베리아와 아메리카의 철새이동경로는 알래스카에서 우리나라 철새이동권과 일부 겹쳐 철새 간 교차감염을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된다. 9월 말부터 시베리아와 알래스카 번식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겨울 철새가 월동지인 우리나라를 향해 긴 비행을 시작한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올해 겨울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라니냐 상태 3년 연속지속과 지구온난화로 인한 제트기류 약화가 우리나라 기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 기온이 내려가고 폭설을 동반하는 한파 현상이 예상된다. 폭설과 한파는 조류인플루엔자 차단방역에 치명적인 허점을 가져다준다. 농장주 방역 의지는 위축될 수밖에 없는데 소독 효과는 떨어지고 바이러스 생존 기간은 5배에서 10배까지 늘어난다.

조류인플루엔자에 취약한 오리사육이 역대 최고치다. 지난 4월부터 오리사육이 증가추세다. 9월 현재 전국 550농가에서 976만40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이 중 전남은 336농가에서 570만6000마리를 사육중이다. 전남은 전국 오리사육 58% 차지하는 주산지다. 그만큼 발생 위험성이 높아 차단방역이 어렵고 힘들다는 뜻이다. 오리 축사시설은 어떨까. 오리는 비닐하우스형 축사에서 82%가 사육되고 있다. 방역 틈이 곳곳 존재하고 방역 효과 또한 떨어진다고 보면 된다.

조류인플루엔자 차단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농장주의 방역 의식이다. 전남도는 4월부터 9월까지 23회에 걸쳐 가금 농장주와 계열사 관계자, 방역공무원을 대상으로 소독요령부터 축사 출입 방법까지 현장과 대면으로 역량교육을 마쳤다. 이번 겨울철 교육 효과가 방역 성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전남도와 농림축산검역본부 합동으로 전체 가금농장 673호에 대해 방역 시설 점검도 마쳤다. 1차 점검에서 확인된 49호 미흡 농장에 대한 보완도 완료했다. 그러나 비닐하우스형 오리 축사 한계로 사육 과정에서 방역 틈이 발생한다. 이런 부분은 농장주가 스스로 확인하고 즉시 개선해야 완벽한 차단방역을 기대할 수 있다.

오리 사육 농장주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경우가 많다. 농장당 축사는 10동에서 20동까지로 인력으로 완벽하게 소독하기는 불가능하다. 전남도는 지난해부터 IT를 접목해 소독과 보온이 한 번에 가능하게 118억원을 지원했다. 올겨울 농장주가 이런 방역 시설을 공백없이 활용해 주길 기대한다.

특별방역대책기간(10월∼내년 2월)에는 중단 없는 상황관리를 위해 도와 시군, 유관기관 31개소에 방역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상황 조치를 한다. 농가 주도의 자율방역 실천 효과가 극대화 될 수 있게 행정과 농가, 계열사,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상황을 진단하고 문제점을 해결해 간다. 야생조류로 인한 전파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철새도래지 출입통제구간 19개소 28지점을 설정하고 출입통제와 함께 농가 진입도로에 소독을 지원한다. 차량과 사람을 통한 수평전파을 차단하기 위해 농가가 지켜야 할 사항 19가지를 행정 명령한다. 중점방역관리지구 내 오리농장 밀집도 해소와 방역거리 확보를 위해 오리농장 88개소에 대해 사육 제한을 시행한다. 가금농장 발생시 신속한 원인 파악과 맞춤 방역을 위해 전문 역학조사관 4명도 상시 운영한다.

전남도는 농장주의 기본방역수칙을 준수하고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잘한 농가에는 정책자금 우선지원과 보상금을 최대 지급하고 미흡 농가에는 보상금 감액과 살처분 비용 부담을 엄격히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겨울철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차단을 위한 선제적 방역은 모두 준비하고 시행했다. 농장주가 '내 농장이 최후의 방역저지선'이라는 인식을 갖고 방역수칙을 잘지켜 청정 전남의 명성을 회복하길 고대한다.

6년제 수의과대학 전문과정을 마친 수의사의 공직진출 기피현상이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이제는 과감하게 동물방역의 패러다임 전환을 생각해 봐야 한다. 행정에서 정책 수립부터 시행까지 수행하는 현재 방식으로는 차단방역이 어렵다. 행정에서 정책을 수립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동물위생시험소는 발생농장 위주 관리와 검사 및 분석에 중점을 둬야 한다. 시료 채취 역할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 임상수의사에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민·관 협력이 완벽할 때 비로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대한민국에서 영원히 종식될 수 있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