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북구 문흥동 한 PC방 입구에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알리는 경고문과 PC방 고위험시설 지정에 반대하는 항의문이 함께 붙어있다. |
PC방 업주들은 거리로, 식당 업주는 공사판으로 내몰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조치라지만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은 전무해 줄도산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라진 '대박'의 꿈
장건후(34)씨는 지난달 22일 서구 풍암동에 PC방을 차렸다. 친구와 함께 의기투합해 7년동안 회사 생활을 하며 모은 전 재산과 퇴직금을 투자했다.
그에게는 누구나 오고 싶은 최고의 PC방을 만들겠다는 부푼 꿈이 있었다. 최신 설비를 갖추는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스스로 땀 흘려 번 돈으로 자신의 가게를 운영한다는 설렌 마음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러나 젊은 사장의 꿈은 불과 하루 만에 물거품이 됐다. 광주시가 다음날 거리두기 2.5단계 행정명령을 발동했고 PC방 영업은 불법이 됐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2억4000만원의 대출금 뿐. 그가 앞으로 18년 동안 쉼 없이 일해야 갚을 수 있는 빚이다. 수입도 모아둔 돈도 전혀 없는 상황이어서 이제 3개월 뒤면 그는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다.
●벼랑 끝 내몰린 PC방 업주
북구 문흥동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연승(45)씨의 한숨도 깊어진다.
그는 벌써 8번째 광주시청을 항의 방문했다. 8개월째 적자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설상가상 지난달 23일부터는 PC방 영업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매번 돌아오는 답은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똑같은 답변뿐이지만 완전히 궁지에 몰려 같은 답이 돌아올 줄 알면서도 똑같은 하소연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사형선고를 기다리는 죄수 심정입니다." 김연승씨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올 초부터 평균 매출이 반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매달 고정비 지출에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처지인 줄 알면서도 가게를 운영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문을 열지 말라니요. PC방을 운영하는게 꼭 죄인이 돼 버린 기분입니다."
카페와 교회에서 집단 감염이 발발했지만 정작 직격타를 맞은 곳은 PC방이었다.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집단 이용시설이라는 이유로 가장 먼저 낙인이 찍혔다.
광주시는 2단계 거리두기 단계인 지난 7월부터 PC방을 고위험시설로 분류,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줄도산이 속출하고 있지만 지원책은 전무하다.
"매일 PC방 사장들 사이에 들리는 이야기라곤 인근 PC방이 문을 닫았다는 블안한 소식들뿐입니다." 그는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최소한의 전원만 연결된 PC들을 살폈다. PC·화장실·주방 관리가 지속적으로 필요해 그는 최소 하루에 한번은 빈 매장에 들른다고 한다.
"매일 마음속으로 마지막으로 버틸 수 있는 날짜를 줄여나가고 있습니다. 이제 보름정도 남았네요. 홀로 텅 빈 가게에서 사형선고날을 기다리는 심정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광주시에는 하루 1000여건이 넘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모두 벼랑 끝에 내몰린 PC방 업주들의 아우성이다. 이들은 집단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리 죽으나 저리 죽으나 마찬가지니 업주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다같이 법을 어겨서라도 문을 열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집단감염도 사례가 나오지 않았는데 고위험시설로 분류된 것은 주먹구구식 행정 조치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왜 우리가 고위험시설로 지정돼야 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설명도 없이, PC방이 운영을 중단하면 기존 감염 경로들이 차단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영업 포기한 채 일용직 식당 주인
PC방 업주들이 거리로 내몰렸듯 식당 업주들 역시 고통스런 하루 하루를 감내하고 있다.
광주 봉선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도영(56)씨는 식당 영업을 완전히 포기했다. 거리두기 2.5단계 조치가 결정적이었다. 한달 매출이 가게 집세도 내지 못하게 됐을 때 그는 차라리 공사판으로 나가기로 결정했다.
"전기세마저 아깝게 느껴지는 상황입니다. 손님을 떠나서 가게 앞을 지나가는 시민도 없습니다." 벌건 대낮이지만 그의 가게는 불이 꺼져 있었고, 유리문엔 '영업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가족들이 먹고 사려면 어쩔 수 없지요. 차라리 새벽 인력 시장에 나가 줄을 서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지난 주말부터 인력사무소에 나가 번 돈은 18만원 남짓, 매일 새벽 부리나케 인력소개소로 달려가지만 코로나19 여파에 일감마저 씨가 말라서 김 씨같은 초보자들에게는 돌아오는 일감도 얼마 없다.
"이거라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지요. 버티고 또 버티고 있습니다." 언제 끝날 지 모르는 '코로나 불황' 속 하루 하루를 간신히 버텨내고 있는 것이 자영업자들의 일상이다.
최원우 기자 wonwoo.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