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속 응원'… 코로나로 바뀐 수능시험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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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 응원'… 코로나로 바뀐 수능시험장 풍경
●광덕고·광주고 시험장 가보니||응원 없이 배웅…'침묵'의 수능||재수생 응원하러 모인 친구들||학생 방해될까…교통지도 ‘분주’
  • 입력 : 2020. 12.03(목) 17:09
  • 김해나 기자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광주시교육청 26지구 제11시험장 광덕고등학교.

"아들, 아빠 손 잡아주고 가. 잘하고, 잘 다녀와"

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풍경은 예년과는 사뭇 달랐다. 코로나19 탓에 학교별로 경쟁했던 응원은 단 한곳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시험을 보기위해 학교로 들어오는 발걸음 소리만 가득했다.

수험생을 격려하던 교사·후배의 함성도, 따뜻한 차와 간식거리가 가득 쌓인 탁자도 사라졌다. 대신 학부모의 애정 어린 목소리와 포옹은 그 무엇보다 커다란 응원이었다.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가운데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 앞에 수험생들을 태운 차량이 줄 지어 있다.

3일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가운데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 앞에서 학부모가 수험생 아들을 격려하고 있다.

●응원 없이 배웅… '침묵'의 수능

이날 오전 7시께 광주 서구 광덕고등학교와 동구 광주고등학교.

'수능 한파'와 함께 차량에서 내린 수험생들은 마스크를 고쳐 쓰고 하나둘 시험장으로 들어갔다.

대부분 학부모들은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녀를 승용차로 배웅했다.

수험생들은 마스크 안에 가려졌음에도 긴장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춥다. 시험 잘 보자"고 서로를 격려하며 바쁜 발걸음을 옮겼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수능은 응원방식도 바꿨다. 수험생 응원이 전면 금지되고, 차량으로 자녀를 데려다주는 학부모도 경찰 지도로 바로 자리를 떠야 했다.

창문만 살짝 열고 차에서 내린 아들을 다급하게 불러 "몇 시에 끝난다고 했지? 이따 데리러 올게" 소리치는 학부모가 있는가 하면, 수험표, 도시락 등 차에 두고 내린 물건을 챙겨주려 수험생을 다급히 불러 세우는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조용한 응원을 하는 이들도 있었다.

걸어서 아들을 데려다준 김모씨는 "도시락을 싸줬지만 마스크를 벗어야 하니 걱정이 많다"며 "이번 고3 아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공부 열심히 해온 것 실수 없이 실력 발휘하고 왔으면 좋겠다"고 아들을 응원했다.

김모씨는 아들이 시험장에 들어간 후에도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아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기도했다.

한 시간 반가량 학교 교문에서 학생들에게 초콜릿을 나눠주는 선생님도 있었다. 광주고등학교 고3 담임인 정경연(56)씨는 오전 7시부터 정문을 지키고 있었다.

정씨는 "코로나19로 야간 자율학습이나 보충수업도 없앴다. 공휴일마다 곧이곧대로 쉬어버렸으니 재수생과 격차가 많이 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며 "안 그래도 미안한 맘이 큰데 올해는 응원 행사도 없어 우리 반 학생들에게 주려고 초콜릿을 사서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

●재수생 응원하러 모여 '강강술래'

이날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시험장 앞에 모인 친구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광덕고 정문 앞에서 조용한 강강술래를 하며 친구의 '수능 대박'을 기원했다.

범대규(24) 씨는 "내년 2월 의경 제대를 앞둔 친구가 두 번째 수능을 준비해 응원하러 왔다"며 "공부 열심히 한 거 안다.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평소와는 다른 시험장 분위기라 쉽지 않겠지만,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친구를 응원했다.

재수생 친구를 응원하기 위해 광주고 시험장을 찾은 이우진(20) 씨는 사진 한 장 남기는 것으로 응원을 대신했다. 이씨는 "친구가 이번에는 시험을 잘 봐서 삼수는 없길 바란다"며 "내년에는 캠퍼스에서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생들 방해될까… 교통지도 '분주'

경찰과 자치구 관계자들은 교통 체증이 수험생에게 방해가 될까 이날 아침부터 집중 교통지도에 나섰다.

이날 광덕고 앞 교통지도에 나선 의경 조영재 씨는 "오전 6시부터 수험생들이 안전하고 신속하게 시험장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교통지도에 나섰다"며 "모든 수험생이 별 탈 없이 안전하게 수험장에 들어가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주월초 녹색어머니회 선순임(62)씨는 "아침 일찍 도착해 광덕고 앞 벽화에서 한 문구를 봤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루어내는 것이다'는 한 교사의 교훈과 애정 섞인 말이었다. 그 문구처럼 오늘 시험 보는 모든 수험생이 잘 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씨는 교통지도 중 연신 "파이팅!"을 외치며 길을 건너는 수험생들을 응원했다.

광주고 교통지도에 나선 동구청 교통과 관계자는 "매년 수능 날마다 교통지도를 나온다. 수험생을 내려주면서 정차 시간이 길어지지 않게 빨리 차를 빼주고 있다"며 "시끄러운 응원은 없지만, 여전히 떨리는 부모님과 수험생 마음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입실 3분 전 신호 대기 중인 학생을 위해 일시적으로 차량 주행을 막기도 했다. 교통지도에 나선 경찰은 "학생, 3분 남았어!"라고 외쳤고 학생은 부랴부랴 정문으로 들어갔다.

3일 아침 수능을 보러 광주고등학교로 향하는 수험생들.

김해나 기자 min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