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리(Ripley) 증후군'은 거짓말과 관련된 심리학 용어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뜻한다.
미국 여류 소설가 패크리샤 하이스미스가 쓴 소설 '재능 있는 리플리 씨'에서 유래했다. 소설의 주인공이 톰 리플리다. 그는 친구이자 재벌 아들인 디키 그린리프를 죽인 뒤, 대담한 거짓말과 행동으로 그린리프의 인생을 가로챈다. 완전범죄로 끝날 것 같았던 그의 거짓말은 결국 죽은 그린리프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막을 내린다.
알랭 들롱이 주연한 '태양은 가득히'가 이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이후 리플리 증후군은 1970년대 정신병리학자들에 의해 새로운 연구대상이 됐고, 실제 유사한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우리에게는 '신정아 사건'을 계기로 많이 알려졌다. '신정아 사건'은 2007년 당시 동국대 교수였던 신정아 씨가 학력을 위조한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다. 그는 예일대 학력을 위조해 동국대 교수가 됐고, 광주비엔날레 총감독 자리를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의 상당 부분이 거짓으로 꾸며졌다는 게 알려지며, 리플리 증후군도 주목받게 됐다.
요즘 정치인들도 리플리 증후군을 떠올리게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정치인들은 어떠한 문제가 터졌을 때 제대로 인정하는 경우가 없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정치인을 찾기란 쉽지 않다. 우선 발뺌을 하고 본다. 그들의 '본능적인 생리'다. 그들의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명예를 위함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인이었다면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 가득한 사과를 했을 터다. 허구의 세계를 진실이라 믿고 거짓말을 반복하는 리플리 증후군과 다름없다.
몇몇 사례들이 있다.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된 정치인이 그렇고, '대장동 사건'과 관련된 정치인들의 모습이 그렇다. 모든 증거가 자신을 가리키지만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수준 떨어지는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 진실한 사과보다는 '조롱 섞인 사과'의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도 있다. 심지어 그는 유력한 대권 주자다. 이게 우리 정치판의 수준이다.
언제쯤 정치인들이 진정 국민에게 존경받는 날이 올까. 답답한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