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하는 시민들 덕에 살만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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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기부하는 시민들 덕에 살만한 세상
도선인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1. 12.16(목) 16:05
  • 도선인 기자
도선인 사회부 기자
올 연말 세상을 데워줄 따뜻한 소식이 줄을 잇고 있다.

진도에서 낚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자영업자 김원식 씨는 5년째 공병을 모아 기부하고 있다. 공병을 모아 마련한 금액은 해마다 늘어갔다. △2017년 16만5300원 △2018년 63만320원 △2019년 80만100원 △2020년 153만6780원 △2021년 114만6780원…. 누군가에게 따뜻한 겨울을 선물하고 싶다던 김원식 씨는 내년 연말을 위해 지금도 빈병을 줍는다.

목포에 사는 현수민 씨 가족은 4년째 매년 연말 저금통을 기부하고 있다. 올해 저금통에 든 25만원을 대한적십자사 광주전남지사에 전달하면서 덤으로 헌혈까지 한 이날의 일정은 가족들에게 기부 이벤트와 같다. 현수민 씨 가족들의 저금통은 세상에서 얼마나 소중한가?

그런가 하면 광주엔 키다리 아저씨'들'도 많다. 광주 대표 빵 브랜드인 브레드 세븐의 마칠석 대표는 매일매일 보육시설 아동들을 위해 빵을 굽는다. 매출이 급감한 코로나 시기에도 정기후원을 멈추지 않았다. 익명의 경찰공무원, 소방공무원들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쾌척하고 사라졌다는 미담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코로나 영향으로 보육시설이 코호트 격리돼도 걱정 없다. 어디 숨어있었는지 모를 광주시민들이 나서 후원금, 식료품을 모아 적극행정을 펼친다.

최근 1억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들을 만나고 있다. 나주의 유일한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윤영준 씨는 1억 기부를 위해 5년 동안 돈을 모았다고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그의 직업은 농사꾼이다. 취미도 재주도 없고 평생 배운 것이 농사라 돈 쓸데가 기부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윤영준 씨의 한마디는 만원 남짓이 아까운 내 맘을 울린다.

취재차 에너지 빈곤층에 속하는 연탄가구를 방문한 적 있다.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이 발표한 '2021년 전국 연탄사용가구조사'에 따르면, 올해 광주시 연탄가구는 1402곳으로 파악된다. 광주시가 지난해 겨울 수립한 난방비 지원사업 대상자는 305세대뿐. 추운 연말을 보낼 소외계층을 위해 정작 적극행정을 펼치는 것은 우리 이웃들이다.

여러 복지단체에서 연말 모금 캠페인이 진행 중이다. 연말 시민들의 기대감을 채웠던 것은 바로 일상과 가까워진 '위드코로나'였다. 안타깝게도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 위드코로나는 왠지 멀게만 느껴진다. 그래도 그럭저럭 살만한 일상이 계속되는 건 평범한 기부천사 덕분 아닐까.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