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 17> 30만 개체 중간 휴식처… 새를 품는 콘텐츠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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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 17> 30만 개체 중간 휴식처… 새를 품는 콘텐츠 각광
신안 철새박물관||2015년개관…층별로 주제 세분화 ||조류 표본 650점…사체로 제작|| 국내 최초 새공예박물관 볼거리 ||흰꼬리수리비 ‘킬러콘텐츠’ 눈길 ||배줄무늬수리표본 학술적가치도 ||박물관 연계 철새대학 운영 인기
  • 입력 : 2022. 10.16(일) 14:41
  • 이용규 기자

2015년 흑산면 흑산일주로에 자리잡고 있는 철새박물관은 새를 품은 신안의 또다른 특화된 콘텐츠이다. 철새박물관 외벽 조형물인 흰꼬리수리는 철새박물관을 상징한다. 신안군 제공

신안군 흑산도는 철새의 고향이다. 우리나라 서남단 흑산군도에 속하는 흑산도, 홍도, 장도, 영산도, 다물도, 대둔도, 태도 등에는 매년 철새 400여 종, 30여만 마리가 중간 기착을 하고 있어서다. 이 곳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경로로서 남반구와 북반구 사이 수만 킬로사이를 오가며 살아가는 철새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방증하듯 철새 이동시기인 봄과 가을, 흑산도와 홍도 등에서는 다양한 철새들이 어김없이 관찰된다.

흑산면 흑산일주로에 자리잡고 있는 철새박물관은 새들의 고향 신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콘텐츠이다. 2015년 문을 연 박물관 건물 외벽에는 맹금류의 조형물이 시선을 끈다. 이 새의 이미지는 박물관 2층에서도 만날 수 있다. 신안의 새를 말하는 킬러콘텐츠이다. 이 맹금류는 흰꼬리수리이다. 날개를 편 길이가 2m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흑산군도에서만 번식하는 새이다. 예부터 흑산군도 사람들은 흰꼬리수리를 호문조(虎文鳥)로 불렀다. 호랑이를 닮은 새라는 뜻이다. 1700년대 이덕무가 쓴 '청장관전서'에는 홍도에서 관찰된 호문조에 관한 기록이 있다. 여기서 묘사된 호문조의 모습이 흰꼬리수리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조류 연구가들의 설명이다.

철새박물관 1층에 전시된 이동하는 철새들의 표본. 신안군 제공

그러면 청장관전서 제55권 양엽기 2편에 실린 호문조의 내용을 살펴보자. '홍의도는 나주 남쪽에 있는 데, 영종때 비변량을 보내 그 실정을 살펴보게 했다. 이에 배가 한 무인도에 정박했을 때 큰 새가 숲속에 엎드려 있는 데 머리는 큰 독과 같고 날개는 다 호랑이 무늬였다. 뱃사공이 동행자에 숨을 죽이고 말을 하지 말라고 주의한 다음 다들 그물과 자리로 몸을 덮고 엎드려 있었다. 잠시후 새가 날아가는데 몸을 솟구치는 동작이 매우 느리고 무거웠다. 뱃사공이 말하기를 저 새는 번번이 사람을 삼키기 때문에 피했던 것이이다. 수행했던 화가가 있어 석치 철조에게 전한 것이다.' 여기서 홍의도는 홍도를 말한다. 흰꼬리수리는 지난 2000년 흑산도에서 번식이 확인됐다. 해안 절벽의 소나무에서 번식하는 흰꼬리수리의 자태가 매력적이었지만 출현 그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학계에서는 센세이션한 사건이었다. 그동안 한반도 전역에서 겨울 철새로 알려진 흰꼬리수리 번식이 관찰돼서다. 그러나 흰꼬리수리와 흑산도권 인연은 그 이전에도 있었다. 1964년 실시된 조류조사에서 10개체가 홍도에서 관찰됐고 1979년 11월4일 조사에서도 유조 1개체를 포함해 5개체의 흰꼬리수리가 관찰됐다. 국내 어느 곳에서도 흰꼬리수리 5개체가 한 지역에서 관찰된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지속적으로 5~10마리가 관찰되고 있어 매우 특이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흰꼬리수리가 겨울 한 철을 보내기 위해 도래한 것이 아니라 암수가 짝을 이뤄 번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흑산군도는 멸종위기종인 흰꼬리수리가 둥지를 튼 남방한계선이다.

전체 철새박물관의 전시 주제는 '섬, 새를 품다'이다. 전시 주제에서 1004개섬 신안의 철새 중간 기착지 및 번식지로서의 중요성에 방점을 둔 기획임을 알수 있다. 조류 표본은 650점이다. 박물관은 2층으로 구성돼 있는데, 층별로 주제를 구분했다. 박물관에서 수장하고 있는 조류 표본의 대부분은 흑산, 홍도, 가거도 등 흑산군도에서 수거된 사체로 만들었다. 사고사나 탈진, 날씨 영향 등으로 죽은 개체들이다. 주민들은 새의 사체를 발견하면 방치하지 않고 수거해 박물관으로 연락하거나 보내준다.

신안군청 관계자는 "철새 이동 시기가 되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하루가 멀다 할정도로 새를 들고 철새박물관에 찾아온다"면서 "이렇게 모인 사체들로 표본을 만들어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의 박물관과는 차별화된 운영, 즉 지역 주민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가는 박물관이라 할 수있다.

국내에서 유일한 표본으로 철새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는 흰배줄무늬수리. 신안군 제공

이렇게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제작 전시되고 있는 흰배줄무늬수리 표본은 국내 유일이어, 학술적 가치도 높다. 2007년 3월 신안 도초면 우이도 성촌해수욕장에서 주민이 해안사구에 파묻혀있는 흰배줄무늬수리 사체를 발견, 박물관에 신고해 비록 죽었지만 진귀한 조류를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수거된 사체는 별다른 외상이 없어 탈진사로 추정됐다. 주로 아프리카 북서부, 서남아시아 등지에 서식하는 이 새가 국내 최초로 발견된 것은 조류학계에서 사건으로 인식됐다. 흑산도 철새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조류 표본이다. 철새박물관의 독보적 콘텐츠인 셈이다.

그러면 전시장을 따라가보자. 1층은 이동하는 철새에 맞춘 구성이다. 홍도는 지리학적으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경로 중 한반도를 통과하는 철새들의 주요 길목으로 봄과 가을철 매우 다양한 철새들이 관찰된다. 철새들에게 홍도는 에너지를 보충할 수 있는 오아시스, 휴게소같다. 다양한 철새가 통과하는 만큼 국내에 한반도 기록이 없었던 미기록종이 관찰되기도한다. 2003년부터 2021년까지 파랑딱새, 집참새, 꼬까울새 등 25종의 미기록종이 관찰됐다. 이 새들은 표본으로 제작돼 1층 주요 콘텐츠이다.

철새박물관 2층에 설치된 12미터에 달하는 희꼬리수리 생태 서식을 나타낸 벽화. 신안군 제공

2층 주제는 섬, 새 번식지의 중요성에 포인트를 두고 있다. 2층 콘텐츠의 압권은 흰꼬리수리 대형 벽화다. 크기만 장장 12m인 그 웅장함에 압도된다. 실제 로 날개를 쫙 편 길이가 2m에 이르니 벽화 면적이 이 정도 규모는 돼야 제대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같다.

12m 면적에 흰꼬리수리 번식 생태를 기록한 이 벽화는 1층에서 2층으로 계단을 오를 때 소나무 벽화가 그려져 있어 궁금증을 유발한다. 흰꼬리수리가 소나무위에서 서식을 의미해 2층에 웅장한 흰꼬리수리 벽화를 배치한 계산된 기획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금은 박물관의 핫플레이스로 포토존이다.

신안의 섬들은 국제적으로 중요한 바닷새 집단 번식지이다. 멸종 위기종인 뿔쇠오리를 비롯해 바다쇠오리, 바다제비, 슴새 등이 번식한다. 칠발도와 구굴도에서 12만쌍 이상의 바닷새가 번식하고, 구굴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큰 바다제비 번식지로 유명하다.

신안의 섬들에서는 다양한 텃새와 여름 철새들도 번식한다. 최상위 포식자이자 멸종 위기종인 매를 비롯해 섬개개비, 탈새 등이 번식한다. 꿩을 사냥하는 참매와 바다쇠오리 번식 표본 등이 주요 전시물이다.

철새박물관 부속인 새공예박물도 눈길을 끈다. 새를 전문으로 목각 공예품을 전시한 공간으로는 국내 최초이다. 박물관 내부는 흑산도의 동박새, 세계의 조류 조류 공예품 3개 주제로 약 700점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 공예품은 신안군 공무원들이 해외 출장 중 구입해서 비치한 것도 많아 신안군이 새 공예박물관에 쏟은 공력이 얼마나 컸는지 잘보여주는 공간이다.

새 공예박물관에서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동박새는 주로 남해안과 서해안 일대에 서식하는 텃새로 크기는약 12㎝로 눈에 흰색 테두리가 특징이다. 흑산도에는 많은 동박새가 서식하는데 울음소리가 아름답고 붉은 동백꽃 꿀을 좋아해 동백나무 숲에서 자주 관찰된다. 박물관에는 실제와 똑같은 형태의 동박새 목각 60점이 전시돼 있다. 세계의 조류 코너에는 크기가 작은 산새들을 중심으로 30여개국 200여점의 조류 목각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세계조류 공예품으로는 20개국 450여점이 전시돼 있다. 새조각공원은 면적 8500㎡에 관람로 480m 규모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쇼나 새 조각품이 200여점 소개되고 있다. 철새박물관 관람객은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1만명 정도였다. 연간 홍도 관광객이 15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1만명 수치는 적지 않은 규모다.

철새박물관은 철새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 박물관 한켠에 자리잡은 교육실을 이용해 방과후 수업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철새마을학교를 찾는 흑산지역 초등, 중학교 학생들이 철새 생태를 익히고 현장 체험을 도와준다. 교육 프로그램은 철새 그리기, 철새 이동경로 연구 참여, 유리창 충돌방지 스티커 부착, 새 집만들기 등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