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 세계자연유산18> 모래갯벌서 건져 올린 새우 천일염으로 숙성 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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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 세계자연유산18> 모래갯벌서 건져 올린 새우 천일염으로 숙성 발효
신안 전장포 새우젓||전장포는 우리나라 새우어획량 70% 차지||어획지에서 선별 간별해 오랜 기간 저온 보관 ||김장철 전국에서 주부, 상인들 발길 몰려||고소하고 감칠맛도는 곰삭은 젓갈 군침돌아 ||소비자 추세에 맞춰 저염 제품 생산에도 관심
  • 입력 : 2022. 10.23(일) 16:25
  • 이용규 기자

신안 임자도 전장포를 비롯한 우이도는 모래갯벌이 발달해 있어 새우 서식 환경에 최적지다. 신안군은 우리나라 새우 어획량의 70%를 차지한다. 신안 송도수산물 판매장의 다양한 새우젓. 섬갯벌연구소 제공

신안 지도읍 젓갈타운이 북적거린다. 김장 준비용으로 젓갈타운을 둘러보고 구입하는 손님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젓갈을 취급하는 유통상들의 발길로 분주하다. 방문객중에는 관광버스를 대절, 수도권에서 온 이들도 많다. 상가에서 내놓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진 각종 젓갈들은 고객들의 입맛을 다시게 한다. 요즘 지도 젓갈타운의 베스트 품목은 새우젓이다. 한국인에게 김치는 떼어놓고 볼 수 없듯, 김치 담그는데 새우젓은 기본 요소여서이다. 지역마다 김치 레시피가 달라도 새우젓 선호는 늘고 있다. 예전에 김장때 많이 사용되던 멸치젓 위주에서 벗어나 김치의 고급화가 두드러짐이 느껴진다는 것이 상인들의 얘기다. 김장철에 전국의 주부들에게 어필하는 신안 젓갈타운 매력은 현지성과 직결돼있다. 인근 전장포 등 신안 해역에서 건져올린 새우를 현지에서 생산한 천일염으로 버무려 숙성 발효시켜 판매하고 있다. 충남 강경이나 광천 지역과는 달리 새우 어획지와 숙성지가 같다는 점에서 곧 경쟁력이다. 이러니 새우젓하면 전장포라는 인식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임자도에서 새우잡이 어선 면허를 갖고 있는 장근배 신안 새어민회장은 "옛날 신안은 새우젓 생산지로서만 역할을 했고, 강경이나 광천은 신안의 젓갈을 가져다가 발효 숙성해서 팔아왔다"면서 "실상 그곳에서는 새우 한토막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자도 전장포항에 세워진 전장포 아리랑비. 신안군 제공

새우 서식에는 모래갯벌이 발달한 바다가 최적지다. 신안 해역과 강화도를 중심으로 경인해역에서 많이 잡힌다. 신안 해역에서는 임자도와 칠팔도, 허사도, 우이도 등이 주어장이다. 바닷속에 모래가 많아 새우 서식 조건에 가장 알맞은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임자도 북쪽 맨끝동네 전장포는 일제 강점기부터 새우 파시가 형성 됐을 정도다. 지금도 매년 1000여 톤의 새우를 바닷속에서 건져내는데, 이는 우리나라 새우젓 어획고의 70%를 차지한다. 전장포항에 들어선 생생한 새우 조형물은 과거의 영화를 소환하는 대상이다. 조형물 아래에 새겨진 곽재구 시인의 시 '전장포 아리랑'도 지난날의 들썩거렸던 포구의 서사를 담고 있어 색다른 감흥을 연출한다.

북새우. 신안군 제공

젓갈 생산지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전장포의 특징은 다양한 상품을 확보하고 있는 점이다. 새우가 잡히는 시기에 따라 젓갈 이름은 다르다. 사젓(음력 4월에 담그는 젓), 5월과 6월에서 잡히는 살찐 새우로 만든 젓은 각각 오젓, 육젓 등으로 구분된다. 한바탕에 노란 알집이 있고 꼬리와 머리 부분에 붉은색이 섞여 있는 육젓은 다른 시기의 새우보다 크고 살이 통통하며 고소한 맛이 나 최고로 쳐준다. 2년정도 숙성 기간을 거쳐 어린 아이 피부처럼 뽀얀 육젓은 한드럼(드럼당 250㎏)에 수천만원에 이른다. 올해의 경우 육젓 1드럼은 최고가로 18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드럼당 2000만원을 돌파한 일도 있어 육젓의 상품성을 실감할 수있다. 7월부터 8월까지 2달동안은 새우잡이도 잠시 중단된다. 이 때 새우는 수온이 뜨거워져 바다 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다. 대신에 어민들은 새우젓 만들기로 다시 분주해진다. 추젓으로 부른다. 추젓은 가을철에 어획한 자잘한 새우로 담그며 육젓보다 크기가 작고 깨끗하다. 어획시에는 투명한 빛을 띠나 젓갈로 담그면 흰색으로 변한다. 각종 음식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새우젓이다. 모두 삭으면 김장 담글때나 일년 뒤 젓국에 쓰기가 좋다.

10월이 지나면 새우가 차츰 줄어들고, 음력 2월부터 새우잡이배들이 바다로 나가기 시작한다. 이 때 잡히는 새우는 동백하라고 한다. 자잘하고 눈만 있어 젓 담그기에 썩 좋지 않다. 이밖에 뎃데기젓은 껍질이 두껍고 단단하면서 누런 보리새우로 담근다. 잡젓으로 통하는 자젓은 작은 새우를 크기별로 선별하지 않고 담은 젓갈을 말한다. 곤쟁이젓은 2~3월에 잡히는 보랏빗 어린새우로 만든다. 새우젓 내장에는 육질을 쉽게 분해하는 강한 소화 효소가 들어있다. 돼지 고기를 먹을때 새우젓과의 궁합이 통한다. 새우젓이 숙성하는 동안 증가하는 베타인과 새우 껍데기 분해로 생기는 키틴 올리고당은 인체 면역력을 높이고 암을 억제하고, 전이 방지에 도움을 준다. 베타인은 위액의 산성도 조절과 고지혈증, 비만, 지방간 및 알코올 간기능 개선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졌다.

전장포 새우젓의 경쟁력은 숙성 기술에도 있다. 숙성이라는 말은 익는다는 뜻이다. 이는 적당한 온도 유지와 함께 절대적인 시간을 요하는데, 잘못하면 썪어 버릴 수 있다. 이 두가지를 조화롭게 맞춰야 곰삭게 익어 '명품 젓갈'이 탄생하는 것이다. 과거 토굴에서 숙성은 소량이어 가능할수 있었지만, 지금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또한 토굴에서 숙성한다고 해도 냉장 보관해야하기에 저온 냉장시설을 이용한다. 토굴의 온도가 상온 15~16도 정도여서 어민마다 숙성과 저장에서 남다른 노하우로 영업 경쟁을 하고 있다.

5월에 잡은 새우로 담근 오젓. 신안군 제공

새우젓의 최고로 통하는 육젓. 신안군 제공

10월에 잡히는 새우로 담근 추젓. 신안군 제공

신안 송도 수산물 판매장에서는 매주 금요일 새우젓 경매가 열린다. 이날에는 좋은 상품을 확보하기 위한 전국 도소매 상인들의 한바탕 전쟁도 치열하다. 아울러 요즘 소비자들의 저염 추세에 맞춰 염도를 낮추기 위한 어민과 상인들의 노력도 활발하다.

올해로 41년째 새우잡이를 하고 있는 김인석씨는 "신안지역 어민들은 새우를 바다에서 건져 올리면 바로 천일염으로 염장해 간별 분류하는데, 천일염은 천천히 염도를 떨어뜨리고 숙성해 요즘 젓갈이 짜다는 이미지를 불식시켜가고 있다"면서 "육젓이 제대로 숙성하면 새우의 육질의 고소한 맛과 단맛이 난다"고 강조했다.

전장포를 비롯한 신안 지역 어민들의 새우잡이 배는 동력선으로 규모화된 닷자망 어선이다. 지난 1995년 정부의 어선 감축사업으로 인해 멍텅구리배로 통하는 무동력선은 철따라 민어, 병어 등 다양한 어종을 어획할 수 있는 전전후 어선으로 바뀌었다. 전장포의 경우 125세대가 있으나 새우잡이 닷자망 어선을 운영하는 어가는 40어가에 불과하다. 그래도 여전히 우리나라 새우잡이 어획량의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물가·고임금 등의 현실적인 문제들이 어민들의 어깨를 축처지게 하고 있다. 김씨는 "지금은 닷자망을 이용해 새우를 잡는데 멍텅구리 배라고 하는 무동력선을 이용해 새우잡이 조업을 할때가 흥이 났다"고 회상했다.

신안 지도읍 젓갈타운에서 판매되고 있는 새우젓. 신안군 제공

김 씨의 설명대로 올해 봄 새우 가격은 하락세였는데, 이는 어획량 증가와 연관이 있다. 바다에서 잡아들이는 새우가 많아 전체적으로 거래 가격이 하락했던 것이다. 신안 해역에서 가을 새우잡이 조업이 늦게 시작된 이유인데, 고유가와 고임금 등으로 어가의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러나 신안에서 새우젓은 최근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지역 경제계의 중요한 한 축이다. 과거 새우잡이에 그쳤던 것에서 직접 젓갈 제조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은 눈에 띄는 변화다. 신안군에서는 지난 2014년부터 젓갈 축제를 열어 신안 젓갈의 명성을 새롭게 조명해 나가고 있다. 연간 평균 신안수협 새우젓 위판고가 600억원대에 달하는데, 10월 현재 4만3241드럼으로 353억 4000만원의 위판고를 기록했다.

박현욱 신안군청 수산유통담당은 "신안 새우젓은 청정 갯벌에서 자란 새우를 바다에서 건져내 선상에서 천일염으로 간을하고 신안 어민들만의 숙성 방식으로 만들어내 믿고 드셔도 된다"면서 "신안군에서도 국민들의 저염 소비추세에 맞춰 다양한 연구를 통해 국민들의 입맛에 맞춰가는 노력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