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역기업… 애향심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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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위기의 지역기업… 애향심이 필요한 때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2. 10.20(목) 13:04
  • 최권범 기자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 부장
광주·전남 지역경제의 버팀목인 토종기업들이 벼랑 끝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잇단 금리 인상에 따른 재정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목줄을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만에 기준금리가 연 3%대에 진입하면서 일부 지역기업들은 영업이익을 모두 쏟아부어도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한계점에 봉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광주상공회의소가 지난달 광주·전남 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지역기업 영향 및 대응 실태조사'를 벌였는데, 기업 전체에 달하는 97.5%가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경영활동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답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지역기업들의 실제 대출금리가 상승했지만 응답 기업들의 75.9%는 '아직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대응 또는 대응 준비 중'이라는 응답은 24.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상 현재의 위기 상황에 속수무책인 것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재료 가격이 치솟아 마진율이 감소하고, 내수와 수출 악화로 매출까지 급감하면서 지역기업들은 더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한때 광주·전남지역에는 제조, 유통, 운송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을 대표하는 토종기업들이 뿌리를 내리면서 지역경제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시련을 겪게 됐고, 2000년대 들어선 막대한 자본력을 내세운 대기업들이 앞다퉈 지역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지역기업들은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나마 남은 기업들도 코로나19 악재에 이어 곧바로 들이닥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삼고(高)' 여파로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 등 광주와 전남을 기반으로 한 기업들의 씨가 말라가고 있는게 현실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수도권 중심의 기업 생태계도 지역기업의 쇠퇴에 기름을 붓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국감 자료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여수시을)이 통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1년도 기준 사업체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종사자 100명 이상 299명 이하 중견기업 수는 1만5830개로 파악됐는데, 이 가운데 광주는 464개, 전남은 539개에 불과했다. 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하위권 수준이다.

반면 서울은 4090개, 경기 3460개, 인천 742개 등으로 전체 기업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권 역시 부산 961개, 경남 917개, 대구 652개, 경북 738개 등으로 광주·전남 기업 수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이처럼 지역기업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어 경기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금리·환율 안정과 함께 정책자금 지원 확대 등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기업지원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지역내 토종기업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과 애정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사실 지역기업 브랜드의 안방 점유율은 타 지역과 견줘볼 때 초라하기 그지 없다.

일례로 음식점이나 술집을 가보면 지역에서 생산되는 소주를 주문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대신 중앙의 경쟁업체 소주 브랜드가 식당 테이블 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부산과 경남, 제주지역의 경우 해당지역 소주 브랜드의 점유율은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등 그 지역에서만큼은 절대적인 입지를 과시하고 있어 우리와는 비교된다.

이는 자본, 마케팅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 결과겠지만 지역민의 애향심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내 고장에서 생산되는 브랜드를 애용하는 것은 지역에 살고 있는 소비자로서 의미있는 일이다.

물론 최근 광주 최대 이슈로 떠오른 복합쇼핑몰 유치처럼 외부 대기업 자본을 끌어들여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도 지역경제 활성화의 한 방안이 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지역의 토종기업들이 잘 돌아가는 지역경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지역기업 브랜드를 구매하는 일은 남다른 애향심이 발동하지 않는 이상 쉬운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존폐 위기에 처한 지역기업을 살리는 게 우선이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