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 야구선수 이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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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야구선수 이정훈
  • 입력 : 2022. 10.30(일) 16:20
  • 최동환 기자

최동환 체육팀장

'미생(未生)'은 바둑에서 말이 살아있지 않은 상태, 혹은 그돌을 일컫는다. 완전히 죽은 돌인 사석(死石)과는 달리 미생은 완생(完生)할 여지를 남기고 있는 돌을 의미한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도 반드시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 지난 2014년 큰 인기를 얻은 tvN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는 26살의 적지 않은 나이에 외국어를 못하고, 자격증도 딱 하나 뿐인 변변찮은 인턴으로 등장했다.

요즘 취업 준비생들의 화려한 스펙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장그래가 학력마저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 챈 동기들의 따돌림이 이어졌다. 게다가 복사 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장그래의 모습에 직장상사 오상식(이성민 분) 역시 "최선은 학교 다닐 때나 대우 받는다. 직장은 결과만 대우 받는다"며 제 구실을 못하는 부하직원을 쓸모없는 존재로 여긴다. 하지만 여러 가지로 부족한 장그래가 무역상사에서 각고의 노력으로 완생하는 모습을 다룬 드라마가 미생이다.

2022 시즌을 마친 국내 프로야구단들이 선수단 정리에 나섰다. 정규시즌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탈락으로 시즌을 마감한 KIA타이거즈도 예외일 순 없었다.

KIA 구단은 지난 23일 5명의 선수를 방출했다. 이 가운데 주목을 받는 선수는 포수 이정훈(28)이다. 이정훈은 지난 시즌 1군에서 활약하며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이정훈은 2017년 KIA 입단 후 줄곧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41경기 타율 0.248, 2홈런 14타점을 기록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듯 했다. 올해는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으나, 퓨처스리그에선 81경기 타율 0.348리, 3홈런, 4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42였다.

프로 5년 차인 이정훈은 여전히 가능성을 갖춘 선수로 평가받고 있으나 KIA는 팀 사정상 이정훈의 길을 터주기 위해 방출을 택했다. 이에 따라 이정훈은 보상금, 보상선수 등 조건 없는 자유계약신분이 됐다.

'쓸모없는' 인턴이던 장그래가 성공했듯 '미생' 이정훈이 스토브리그에서 새둥지를 찾고 완생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최동환 체육팀장 cdstone@jnilbo.com

최동환 기자 cdston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