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마지막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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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시월의 마지막 날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2. 10.31(월) 17:29
  •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김성수 정치부장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 시월의 마지막 밤을 ~."

10월의 마지막 날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추억의 노래인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다. 나처럼 497세대(40대·90년대 학번·70년대생)에게 10월은 노래로 기억된다.

노랫말처럼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여름과 겨울 사이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이 계절은, 너무 짧아서 아쉽고 그래서 더 소중하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사탕으로 기억하는 세대도 있다. 유령가면을 쓰고 호박을 들고 어린이집, 학교, 학원 할 것 없이 파티 분위기다. 대형마트나 문구점엔 각종 기괴한 모양의 장식품이 동이 날 정도다. 10월의 마지막 날은 '핼러윈 데이'이기 때문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선 핼러윈 데이는 크리스마스와 버금가는 축제날이다. 핼러윈 데이는 고대 켈트 민족의 풍습에서 유래한 날로, 아이들이 괴상한 복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면서 음식을 얻어먹는 전통이 있다. 서양 축제지만 현재는 우리나라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핼러윈을 기다리는 이가 많다.

하지만 핼러윈 데이를 이틀 앞 둔 지난달 29일 '이태원의 비극'이 발생했다.

서울 이태원 해밀톤 호텔 앞 골목은 폭 4m, 길이 45m 밖에 안 되는 좁은 골목이었다. 갑자기 많은 인파가 몰린 작은 골목은 삽시간에 비명소리로 뒤덮였다. 5겹·6겹의 인파에 눌려 16살 피해자부터 무려 303명의 사상자(사망자 154명오후 6시 현재)가 발생했다.

참담하다. 전쟁터가 아닌 일상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이 한 번에 죽는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어째서? 왜? 또? 라는 물음만 반복된다.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이자 '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의 저자 이선민(46)씨는 주말 벌어진 이태원 참사를 지켜보며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발언했던 '대한민국은 온 국민이 오징어 게임을 실사판으로 함께 하는 것 같다. 위험천만한 생존게임을 매일 반복하며 나와 내 가족은 안 죽을 거야 막연하게 생각한다'는 말을 다시 꺼냈다. 그러면서 "참사는 사람을 가려오지 않는다. 이번에 '운 좋게' 당신이 아니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태원 참사 피해자와 가족분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되길 기원했다.

'10월의 마지막 날'을 다시 기쁨으로 맞이하는 날까지 말이다.

김성수 기자 sskim@jnilbo.com seongsu.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