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참사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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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대형 참사 악순환
박성원 편집국장
  • 입력 : 2022. 11.07(월) 13:08
  •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박성원 국장
일어나선 안 될 사고가 터졌다. 건물이 무너진 것도, 불이 난 것도 아닌데 서울 이태원 길 한복판에서 150명이 넘게 깔려 숨진다는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우리는 가슴 아픈 참사를 너무 많이 겪었다. 1990년 이후 100명이 넘는 희생자가 발생한 사고만 5개다. 1993년 10월 서해훼리호 침몰로 292명, 1995년 4월 대구 상인동 가스 폭발로 101명, 1995년 6월 삼풍백화점 붕괴로 502명, 2003년 2월 대구 지하철 화재로 192명, 2014년 4월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희생됐다.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마련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책임 회피를 위한 상식 이하의 변명만 그 궤를 달리할 뿐이다. 이태원 참사 직후에도 정부는 '주최자가 없는 집회 또는 모임에 대한 매뉴얼이 따로 정해놓은 게 없어 발생한 사고'라는 입장을 냈다. 국가의 기본 책무조차 들여다보지 않은 한심한 변명이다. 주최자가 없는 집회·모임에 참가한 국민은 국민이 아니라는 말인가. 헌법 제34조 6항에도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행사 때 미국, 일본 등 이른바 선진국 사례를 이야기하며 우리가 배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받아들이기 어렵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이태원에는 올해보다 더 많은 인파가 몰렸지만 사고가 없었다. 수백만명의 인파가 모인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 대규모 촛불집회 때 선진국 언론은 오히려 우리의 질서정연한 군중 문화에 경의를 표했다.

무엇이 바뀐 것일까. 우리가 파헤쳐야 할 숙제다. 이태원 참사의 진실을 끝까지 밝히고 책임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일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안전사회로 나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에 빠트린 참사를 과거에 묶어두고 안전한 미래를 논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특별수사본부는 사전 예방조치, 현장 안전관리, 사고 초동 대처에 미흡한 점이 없었는지 꼼꼼히 살피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권 차원의 비호나 봐주기는 절대 안된다. 국회는 국회대로 그 권한에 맞게 진상규명에 나서야 한다. 대형 참사 악순환을 끊겠다는 국민적 의지가 필요한 때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