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77-1> 활기 넘치는 '호황' 조선소… 일할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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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77-1> 활기 넘치는 '호황' 조선소… 일할 사람이 없다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가보니 ||곳곳 기계음…도크마다 선박 가득 ||육상건조장엔 LNG운반선 건조중 ||대불산단 협력업체도 주문량 밀려 ||“달리는 일손…실질적 지원 절실”
  • 입력 : 2022. 11.06(일) 18:00
  • 홍성장 기자

지난 4일 찾은 삼호중공업. 조만간 선박건조가 끝나는 LNG선 내부 화물창고에서 선주 등이 참여한 가운데 용접사 기술 주기테스트가 진행 중이다. 김양배 기자

한때 '수주절벽' 위기에 몰렸던 조선업이 다시 호황기를 맞고 있다. 넘쳐나는 일거리로 조선소엔 활기가 가득하다. 하지만 '일손 부족'이라는 새로운 고민거리 탓에 주름살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찾은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도크와 안벽(배를 대기 좋게 쌓은 벽)에는 건조 중인 20여 척의 선박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신호수의 신호에 따라 선박 블록을 실은 운반차가 조선소 야드를 누비고 있고, 선박 조립동 곳곳에서 작업 기계음이 요란하다. 골리앗 크레인도 웅장한 규모를 뽐내며 쉴새 없이 움직이는 등 조선소 곳곳에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발걸음을 육상 건조장으로 옮기니, 2척의 대형 선박 건조가 한창이다. 현대삼호중공업이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LNG운반선이다. LNG운반선은 액체로 바꾼 천연가스를 운송하는 선박이다. 모든 선종 중 가장 비싼 데다 최근 선가 상승 폭도 두드러져 조선소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효자' 역할을 하는 배다. 육상 건조는 현대삼호중공업만이 내세우는 자랑거리. 맨땅에서 선박을 건조한 뒤, 배를 해상 '플로팅도크'를 이용해 바다에 띄우는 방식이다. 국내 조선소 가운데 육상 건조는 현대삼호중공업이 유일하다.

건조 중인 LNG운반선 가까이 가보니 엄청난 크기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길이 299m, 폭 46m, 높이 27m, 무게 4만 톤의 초대형 크기다. 한 척은 선박 블록 조립작업이 마무리된 상태고, 한 척은 한창 선박 블록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곳 육상 건조장에서 선박 블록 조립이 완벽하게 끝난 LNG운반선은 플로팅도크를 이용해 물에 띄운 후, 조선소 내 안벽으로 옮겨 마지막으로 내부 화물창고 작업에 들어간다. 현재 육상 건조장에서 2척, 안벽에서 2척 등 모두 4척의 LNG운반선이 건조 중이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25년까지 3년 치 LNG운반선 수주를 모두 채운 상황. LNG운반선 수주잔량 40척에다 컨테이너선 등 일반 선박 수주 물량까지 더하면 앞으로 만들 배가 100여 척에 달한다. 한때 '수주절벽' 위기에 몰렸던 조선업이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며 완벽하게 살아난 셈이다.

대불산단에 있는 조선업 협력업체의 상황도 마찬가지. 선박의 '해치커버' 등을 제작해 현대삼호중공업 등에 납품하는 '마린텍' 사업장에도 활기가 넘쳐난다. 노동자들이 공구로 철판의 거친 면을 갈아내고, 곳곳에서 번쩍이는 용접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다. 공장 한쪽에는 새로운 설비를 들이기 위한 기초공사도 한창이었다. 늘어난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새로운 설비 공사다. 이곳의 활기는 조선업 경기가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만간 진수를 앞두고 있는 LNG운반선. 현대삼호중공업 2025년까지 3년 치 LNG운반선 수주를 모두 채운 상황이다. 현재 4척의 LNG운반선이 건조 중이다. 김양배 기자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력 부족'은 새로운 고민거리다.

현대삼호중공업 김진배 계약관리 담당 상무는 "앞으로 3년 치 작업 물량은 확보해서 걱정이 없는데, 생산 인력이 부족해서 걱정이다"고 했다. 김 상무는 "지금 필요한 인력이 수천명 정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우리뿐 아니라 인근 지역 대불산단 내 협력업체 또한 (인력)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고도 했다.

마린텍 주평노 대표도 "당장 50명이 더 필요한데 내국인은 구하려 해도 구해지지 않는다"며 "정부가 외국인 쿼터제 확대 등 인력 부족 해소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이 없는데 청년고용지원금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지역 현실에 맞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