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논설실장 |
유엔 기후변화협약당사국 총회는 전지구적 문제인 온난화를 막기 위한 기후 국제회의다.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하는 탄소에 의해 지구가 덥혀져 지구의 종말을 향해 가속 질주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절박한 행동이다. 동남아와 남태평양에서는 해수면 상승으로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기후 난민들이 속출하고 있지만, 각국 이해 관계가 철저하게 맞물려 실천 합의안 도출이 결코 만만치 않다. 선진국과 개도국, 선진국과 선진국간에도 위기에 빠진 지구를 어떻게 구출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속으론 딴 계산이다. 화석 연료와 직접 관련이 있는 석유, 석탄 기업들의 물밑 로비전과 각국 환경단체의 시위 이슈도 치열하다.
이번 COP 27에서 개최국인 이집트 당국의 시위 불허에도 불구하고 각국 시민환경단체 1000여 명이 총회장 주변에서 벌인 기습 시위 장면은 지난 2006년 케냐 나이로비 COP 12 한국기자단으로 취재 당시 목도한 절박한 장면을 보는 것같아 낯설지않았다. 이집트 총회에서 이목을 끈 것은 지구온난화로 가라앉고 있는 남태평양 투발루 공화국의 제안이다. 지난 해 영국 총회에서도 무릎 이상이 바다에 잠긴 상태에서 연설하는 영상 공개로 기후위기 실상을 호소, 주목을 끌었던 투발루였다. 투발루의 카우사 나타노 총리는 "따뜻한 바다가 우리 땅을 삼키고 있지만 세계 석유, 가스, 석탄 중독이 우리 땅을 삼키고 있지만, 세계의 석유와 가스 중독이 우리의 꿈을 바다 아래로 가라앉힐 수 없다"며 "우리는 100명의 노벨평화상 수상자와 수 천명의 과학자들과 연합해 세계지도자들이 화석연료비확산조약에 가입할 것을 긴급히 요구한다"고 했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가 생존을 위해 근본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핵확산 금지조약에서 착안된 화석연료 비확산조약은 지난 9월 유엔 총회에서 태평양 섬나라 바누아투가 처음으로 제안했지만 주요 산유국가와 경제 대국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지금까지 유럽의회와 교황청, 세계보건기구 등이 지지했을 정도다.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국가 존재를 위협받고 있는 피끓는 호소에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는 미국, 중국, 영국 등 선진국의 이익앞에서 국제사회 연대가 과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까하는 씁쓸함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지난해 영국 글래스코총회(COP 26)에서도 각국은 석탄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전세계는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합해 순배출량 0인 탄소중립이 지상과제이다. 그러나 무늬만 친환경정책으로 위장된 것들이 많다. 가스전을 개발하는 화석연료 기업이 개발도상국의 숲보전 프로젝트에 기부하거나 고효율 난방기기 교체 사업으로 탄소 배출량을 감축한 것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눈가리고 아옹격이다. 친환경으로 위장한 그린워싱일뿐이다.
기후와 환경은 돈으로 때울 사안은 결코 아니다.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지구 위기는 먼나라 얘기가 아니라 지난 여름 내 주변에서 일어났고, 지금도 지구의 경고는 계속되고 있다. 투발루의 제안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길…·.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