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모한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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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무모한 치킨게임
최권범 경제부장 겸 뉴스콘텐츠부장
  • 입력 : 2022. 12.07(수) 13:13
  • 최권범 기자
최권범 부장
'치킨게임(chicken game)'은 1950년대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담력을 겨루기 위해 서로를 향해 차로 돌진하는 게임에서 유래된 말이다. 겁쟁이로 비유되는 '치킨'이 되지 않으려고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인데, 그야말로 무모한 게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이해 당사자간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극단적인 경쟁을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2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화물연대 파업 사태가 이같은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안전운임제를 둘러싼 정부와 화물연대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강대강' 대치에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파업이 길어지면서 정부의 대응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노동계도 화물연대를 지지하는 동조 파업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정부는 법과 원칙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전방위적인 압박이 파업 장기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그 피해는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고, 광주·전남 산업현장도 '셧다운' 위기다.

당장 건설현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시멘트·레미콘 수급이 막히면서 지역 건설현장 곳곳에서 주요 공정인 콘크리트 타설이 중단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광주에선 지하철 2호선, 무등경기장 개축 등 대규모 공사들이 시멘트 타설을 하지 못해 다른 공정에 들어갔다. 전남지역 공사현장들도 레미콘과 철근을 공급받지 못해 차질을 빚고 있다.

광주 대형 사업장들 역시 곡소리가 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하다. 금호타이어는 완성품 출하와 원·부재료 반입이 중단되면서 감산에 들어갔으며, 원·부자재 재고가 바닥나면 생산라인은 멈춰선다. 타이어 출하 중단으로 대리점과 수출입업자, 완성차 업계 등도 연쇄 피해를 입고 있다.

기아 광주공장은 고액 알바생까지 동원해 완성차를 출하장으로 개별 탁송하고 있는 등 지역 산업현장 곳곳에서 혼란을 겪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 사태가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모습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괴로울 뿐이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하루빨리 협상 테이블에 앉아 대화와 양보를 통해 대타협을 도출해야 한다. 치킨게임의 결말 중 최악은 공멸이기 때문이다.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