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선진지 와덴해를 가다> 작은 규모에도 완벽 보존된 자연에 "원더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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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선진지 와덴해를 가다> 작은 규모에도 완벽 보존된 자연에 "원더풀"
1. 스피커오그||인구 800명 불과하나 연중 주민보다 더 많은 발길||마을 따라 들어선 사구 조형미 뛰어난 작품으로 ||갯벌, 그림같은 초원위 걷고 자전거 그 자체가 힐링 ||주민 모두 관광업…성수기 하루 객실 3500개 가동
  • 입력 : 2022. 12.12(월) 16:45
  • 이용규 기자
독일 니더작센주 스피커오그 섬은 규모는 그리 크지 않으나 자연성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유럽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휴양관광지로 인기를 얻고 있다. 마을 뒤편을 따라 형성된 사구는 자연이 빚은 조형미 뛰어난 작품을 연상시킨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독일 니더작센주 스피커오그 섬은 이번 와덴해의 첫 방문지이다. 겨울 초입이어 날씨가 추울 것으로 긴장했으나 예상을 깨고 따뜻했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바람은 이름값을 했다. 섬이다 보니 접근하는데에는 많은 제약이 따랐다. 무엇보다 섬에 들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지켜야할 주의 사항이 요구됐다. 우선 하루에 한번 운행하는 뱃시간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는 차량은 섬에 들어갈 수 없고 캐리어 하나 정도 짐만 휴대해야 했다. 노이하링게질 항구까지 타고 간 개인 차량은 지정된 주차장에만 차를 세워야 한다. 주차비는 섬에서 체류일에 따라 부과되는데, 우리 일행은 하루 체류로 인해 13유로(한화 1만8200원)를 지불했다.

 지하 선실 부터 갑판까지 3층 규모의 페리안의 좌석을 거의 메운 승객들은 아웃도어에 배낭, 캐리어를 휴대하고 있어 딱 봐도 관광객이다.

 왕복 선삯이 개인당 26유로(한화 3만4000원)이니 전남지역 섬 요금과 비교해 그리 큰 차이가 없는 것같다. 그러나 디테일에서는 크루즈선급이다. 본 섬까지는 50분 정도 소요되는데, 선실에 식당칸이 있고, 원색으로 칠해진 좌석과 데이블은 산뜻하고, 테이블보는 매일 교체해 청결한 느낌을 주었다. 선실에서는 섬 특유의 비릿한 냄새도 없고, 사구와 갯벌, 철새 사진들이 테이블과 선실 벽면에 붙어 있어 어린이를 비롯한 관광객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십분 활용되는 점이 눈길을 끌었다. 스피커오그는 니더작센주의 7개 섬에서 규모가 작은 섬이나 자연성이 가장 잘보존된 곳이다. 인구라고 해봤자 800명이니, 겨울 관광 비수기에도 줄을 잇는 캐리어객들이 주민보다 더 많을 정도다. 우리에게 겨울 바다는 낭만의 대상인 데, 이들에게는 바다가 사계절 관광지라는 점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스피커오그 항구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배를 빠져나가고 있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배에서 만난 클라우스 씨는 우리 일행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마도 동양인으로서 이 지역을 찾는 것에 대해 여간 호기심이 많았다. "일본인이냐"는 그의 물음에 "코리아"라는 답변에 반가운 표정을 하던 그는 스피커오그에 대한 자랑을 숨돌릴틈도 없이 이어갔다. 스피커오그 우체국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클라우스씨는 "매일 이 배로 출퇴근하고 있다. 니더작센주 섬에서 스피커오그 모래 해변이 가장 아름답다"면서 "지금은 비수기인데도 많은 외부인들이 찾아오고 있어 매일 새로운 이들을 만나는 것이 즐겁다"고 웃었다. 특히 그는 "요하네스 대통령이 살았고 지금은 부인이 거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999년 독일 연방 대통령에 선출된 요하네스 라우대통령은 독일의 2차대전을 일으킨 것에 대해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재임 당시 김대중 대통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통상 스피커오그를 비롯한 니더작센주의 7개 섬은 거의 6월말에 관광 시즌이 시작돼 11월 10일 정도 시즌 오프된다. 그러다 12월10일부터 1월8일까지 겨울 크리스마스 특수를 잠깐 누리다 2월부터 본격 관광객 맞이에 들어간다. 올해 경우 일찍 찾아온 특수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즐거운 비명을 불렀다.

스피커오그섬 사구에 둥지를 틀고 있는 꿩. 이들은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아서인지 인기척에도 크게 반응을 하지 않아 많은 호기심을 낳았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스피커오그의 관광 콘텐츠는 갯벌과 그림같은 초지와 염습지, 마을을 감고 있는 끝없이 펼쳐지고 있는 사구이다. 이러한 마을의 자연 요소는 관광객들을 한눈에 매료 시키며, "원더풀"을 연발하게 하고 있다. 섬 안에서는 소방차와 비상구급차를 제외하고 화석연료 차량 운행이 금지돼 있어 걸어서 자전거로 마을 곳곳을 돌아보고 다니는 느림의 모습에서는 한가로움과 힐링이 그대로 전해진다. 페리에서 만난 이 마을 우체국 직원 클라우스 씨가 침이 마르게 자랑한 이유가 자연스럽게 이해됐다.

 마을 뒤편에 펼쳐진 사구를 따라 가는 길은 하얀 가는 모래가 쫙 펼쳐져 있어 발에 느끼는 쿠션감이 좋다. 사구 주변으로 피어있는 이름모를 수많은 들꽃속에서 지천으로 널린 낯익은 해당화는 그저 반갑기만 하다. 모래 해변 바로 건너편 북해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는 모든 시름을 훌훌 털어버리기에 좋은 바다 교향곡처럼 들려온다.

 재밌는 것은 이 곳에서 만나는 꿩의 생태 특성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꿩의 성질과는 전혀 달라 적잖이 놀랍다. 사구에 둥지를 튼 꿩들이 인기척을 느껴도, 가까이 다가가도 전혀 놀라는 기색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사람들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꼭 꿩 마네킹처럼 보이기까지 할 정도다. 그만큼 꿩을 비롯한 야생 조류나 동물 등의 서식 환경을 위협하는 사람의 간섭이 없다는 점을 단적으로 설명해주는 한 장면인 셈이다.

 우리나라 사구와는 규모면에서도 전혀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사구안에는 많은 물을 저장하고 있기에 이 지역의 천연 상수도 역할을 하고 있어 지역 주민들로서는 사구 보호가 최대 현안이다.

 이러한 스피커오그의 자연 환경은 한번 방문한 관광객들에게는 만족도가 아주 높아 재방문의 요인이 되고 있다.

 25년간 호텔을 경영하고 있는 카치아 루카트씨는 "지역 주민은 60%가 토착인이고 외지인은 40% 정도인데 모두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면서 "관광객 60%가 재방문객이고 평균 3~5일 머무른다"고 설명했다. 스피커오그 항구에서 목격되는 장면은 이를 잘 설명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주민 모두가 관광업에 종사하다보니 집은 거의 손님을 맞을 수 있게 객실로 고쳐, 연중 통째로 일정기간 빌려 주거나 일부 숙소로 임대하고 있다. 숙소 주인들은 자주 찾는 이들이 방문할 경우 항구에 짐수레나 짐수레를 매단 자전거를 끌고 나가 이들을 마중하거나 배웅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연출된다.

 스피커오그는 1945년 2차대전 이후 관광지로 알려졌다. 독일인은 산을 가고 싶으면 바이에른주로 가고, 바다가 보고 싶으면 니더작센주를 찾아왔다는 클라우스 씨 말처럼 잘 보존된 자연환경이 입소문이 나면서 육지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스피커오그에서 성수기에는 하루 3500개의 객실이 가동될 정도다. 캠핑장도 2000명을 수용할 수 있고, 하루 방문객수는 1700명에 달하니 와덴해에서 대표 휴양지로서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비수기인 겨울에도 호텔비가 하루 체류에 200유로(한화 28만원)를 넘으니 주민들이 관광객을 대하는 자세는 적극적이다.

관광업에 주로 종사하는 스피커오그 주민들은 오로지 관광객들에게 최대 만족감을 주는 것이 목표다. 마을에서 발생된 쓰레기를 육지로 반출하기 위해 특별 부대에 담아놓은 건축폐기물. 섬갯벌연구소 제공

 섬의 모든 정책은 자연 환경 보존에 맞추고, 관광객들에게 최대 만족을 주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다. 기본 컨셉은 무소음, 쾌적, 번잡함과 번거로움 해소 등이다. 화석연료 차량 이동 금지, 풍력발전기 설치 금지 등은 대표적이다. 이 모든 것은 행정의 정책으로 입안되기 보다는 지역 주민 자치위원회 스스로 결정해 운영된다는 점이다. 특히 지역 주민들이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이를 감수하면서 예외없이 실천하는 의지가 눈에 띈다.

 스피커오그는 크게 3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절대 불가지역과 활용가능 지역 거주지역 등이다. 지역 주민이 사는 마을만 제외하고는 모두 갯벌 국립공원 지역으로 편입돼 있다. 갯벌을 공공재로 인식하면서 생활 공간만을 빼놓고 자연 환경을 지켜나가고자하는 이들의 수준높은 생태와 환경 보존에 대한 의식을 실감할 수 있다.

마을에서는 화석연료 차량 이동이 절대 금지되고 있다. 주민들이 이용하는 전기차. 섬갯벌 연구소 제공

 해안 침식 방지용으로 쌓아놓은 방조제는 10㎞이다. 방조제 안쪽으로는 목초지이나 관광용으로 소가 풀을 뜯도록 하고 있다. 그 방조제를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재미는 그림같은 초원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묵직한 여운을 오랫동안 남기기에 충분하다.

 물론 아무리 좋은 일에도 반대가 없을리 만무하다. 이 곳 역시 세계자연유산지정 과정에서 기업과 주민들의 반대가 심했다. 행정과 지역민, NGO 등의 지속적인 협의와 토론 등 투명한 업무 절차로 든든한 신뢰 관계를 형성,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동행한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네덜란드와 독일 북해 연안인 프리슬란트 지역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척박했다. 그런데 지금은 유럽에서 가장 잘살고 활기 넘치는 곳으로 상전벽해 했다"면서 "그 지역의 절대적 자원인 갯벌을 공공재로 여기고 주민들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고 이를 지켜 방문객들에게 최대한 만족감을 주려고 하는 노력을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다"고 강조했다. 와데해(독일)=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