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말아야 할 사회적 참사,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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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잊지 말아야 할 사회적 참사, 기억하겠습니다”
광주 ‘기억하는 모임’ 오리엔테이션
잊지 않기로 다짐한 청년 10명 모여
5.18·세월호·이태원 참사 기억 공유
3월 참사현장 방문 소셜투어 예정
  • 입력 : 2023. 01.31(화) 16:4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지난 26일 광주 북구 청소년공간날다에서 기억하는 모임의 첫 번째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기로 다짐했었다. 잊지 말자는 다짐은 또 간절해졌다. 우리는 어떻게 반복되는 현재의 참사를 기억해야 할까? 이 물음의 답을 하고자 광주에 ‘기억모임’이 만들어졌다.

목표는 간단하다. 무고한 시민이 죽거나 다친 5월 항쟁부터 세월호 참사,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현대사를 관통하는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고 공유하면서 반복에 진부해져버린 ‘잊지 말기’로 한 다짐을 되새기는 것이다.

최근 광주 북구 용봉동에 있는 대안학교인 ‘청소년공간날다’에서 ‘기억하는 모임’ 첫 만남이 진행됐다.

모임 참여자들은 오는 23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기억하기 위한 만남을 갖는다.

커리큘럼은 △다큐멘터리 나쁜나라 △칼럼 건물붕괴 사고 없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책 저는 상품 생존자입니다 △연속기사 이태원 희생자 이야기 등을 감상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모임이 끝나면 오는 3월 직접 참사현장을 가는 다크투어리즘도 계획하고 있다.

‘기억하는 모임’을 기획하고 구성한 모임장 문현철(29)씨는 “최근 이태원 참사를 보면서 왜 계속 반복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분향소, 추모제 등에 다녀오기도 했는데, 광주에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 것 같아서 모임을 만들게 됐다”며 “우리만의 방식으로 더욱 깊이 있게 참사를 기억하고 풀어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임 참여자 송정민(21)씨는 “세월호, 코로나19, 최근 이태원 참사까지 사회적 참사를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겪으면서 자란 세대다. 특히 이태원 참사는 책임지지 않는 국가의 태도에 화가 많이 났다”며 “매번 기억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이번 모임을 통해 단순히 애도하고 슬퍼하는 것을 넘어 왜 참사가 벌어졌는지 정확히 알고 무엇이 변해야 하는지 함께 의견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모임 참여자 김민국(34)씨는 “5·18의 정신이 잘 깃든 광주에서 가치 있는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청년들 대상으로 기억하는 모임이 만들어져 참여하게 됐다. 참사를 겪은 청년들 중심으로 의견이 모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의 주제는 5·18민주화운동이었다.

20·30 세대로 구성된 모임 참여자들은 5·18을 주제로 한 한강의 소설 ‘소년이온다’를 읽고 기억에 남는 장면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년이온다’는 중학생 동호가 친구 정대의 죽음을 목격하고 상무대에서 시신을 수습하는 일을 도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끔찍한 폭력을 몸으로 겪은 사람들은 끝나지 않는 ‘광주’를 겪는다.

모임장 문씨는 “5·18은 43년 전 광주에서 일어난 민주화 시위이지만, 최근 일어난 사회적 참사와 많이 닮아있다”며 “시위에 참여한 사람뿐 아니라 무고한 시민이 사망한 것, 진짜 책임자는 따로 있는데 남은 자들이 불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짊어진다는 점, 살아남았다 하더라도 연속된 트라우마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 등이 그렇다. 기억하는 모임의 첫 번째 주제로 정한 이유다”고 말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1980년 5월 광주에 살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비극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 공감했다. 특히 ‘소년이 온다’에서 “영혼은 유리와 같다. 한번 깨지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문구는 참사를 직접 겪은 피해자들의 아픔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던 표현이다.

한 참석자는 “참사는 예상할 수 없어 누구나 맞닥트릴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고한 시민이 죽은 5·18은 참사를 넘어 학살이다”며 “게다가 왜곡된 말이 끊임없이 재생산돼 피해자가 더 고통받았다. 5·18은 이후에 벌어진 참사 피해자들을 어떻게 위로해야 하는지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