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7-3> “노인·장애인 등 집에서 진료받는 체계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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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87-3> “노인·장애인 등 집에서 진료받는 체계 구축”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 우리동네의원 가보니
오후 ‘방문 진료’…동네 주민 주치의
함께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 핵심
사회적 자본·의료 자원 연계 등 필수
“‘케어 매니징’ 인프라 구축 선행돼야”
  • 입력 : 2023. 02.19(일) 18:31
  •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
임형석 우리동네의원 원장이 최근 광주의 한 방문진료 대상자를 찾아 진료를 하고 있다. 우리동네의원 제공
“노인, 장애인 등이 병원 같은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삶을 보내는 형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통합돌봄을 통해 정든 집에서 노후를 보내는 체계가 구축돼야 합니다.”

한발 앞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동네의원은 ‘광주다움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광주시가 전국 최초로 오는 4월 광주다움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이 설립한 광주 광산구 우산동에 위치한 우리동네의원. 오전 8시30분부터 문을 여는 병원은 진료를 보기 위해 내원한 환자들이 점점 모여들었다. 이곳의 오전 평균 내원 환자는 20여명.

우리동네의원이 다른 병원과 다른 점은 매주 월·수요일을 제외한 모든 요일의 오후 일정이 ‘방문 진료’라는 점이다. 우리동네의원이 동네 주민들의 ‘방문 주치의’인 셈이다.

임형석 우리동네의원 원장은 바삐 환자를 맞으면서도 방문 진료에 나설 준비를 했다. 점심시간 이후 방문 진료에 나선 그는 40분가량 외출해 방문 진료를 마치고 다시 돌아와 다른 방문 진료 건을 준비했다. 오후 왕진 건은 평균 4건에서 6건 정도다. 임 원장은 주 44시간 이상을 근무 중이다.

그는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통합돌봄보다 ‘지역사회’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노인, 장애인 등이 병원 같은 시설에서 생을 마감하거나 삶을 보내기보다 다른 주민과 공동체를 이루면서 살아가는 것이 핵심이다”고 말했다.

가정에서 노후를 보낸다는 뜻인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에 따라 나이가 들어 거동이 불편해도 시설이나 요양병원에 격리되지 않고 오랫동안 살던 정든 집과 동네(지역사회)에서 노후를 보내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돌봄’이고, 통합적인 돌봄이 제공돼야 하는 만큼 , 통합돌봄은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 임 원장의 설명이다. 주거, 의료, 가사돌봄, 일상생활 지원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해야 서비스를 받는 이가 오랫동안 지역사회에 남을 수 있는 셈이다.

임 원장은 “현재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재택(가사·의료 등) 서비스 중심으로 언급되지만 좀 더 넓은 방면에서 통합돌봄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자기 집에서 죽어갈 수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 오기 때문에 요양원 등 시설에 들어가게 되더라도 격리된 공간이 아닌,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다 먼저 지역사회 통합돌봄 서비스를 수행하고 있는 우리동네의원은 광주다움 통합돌봄 시행을 앞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임 원장은 “통합돌봄의 다양한 인프라 구축을 위해 막대한 재원이나 자원을 투자하고 행정력을 투여해야 하는 때다”며 “이제 ‘전 국민 돌봄 보장’의 시점이다. 광주에서 관심을 가지고 먼저 시도한 것은 고무적이다”고 평가했다.

1년6개월 전부터 통합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던 그지만 인력과 자본 등 한계는 여전히 있다고 했다. 특히 재택 의료를 포함한 재택 관련 인프라가 부족해 노인·장애인이 집에서 살기 힘든 실정이다.

우리동네의원의 경우 의료사협이 만든 의료기관이고 막대한 수익이 창출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자본의 한계도 크다. 영리를 추구하지 않고 공익 실현 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본이 필요한 상황이다.

광주가 추진하는 통합돌봄이 인프라 구축과 연계성 없이 나아간다면 ‘7대 서비스’는 개별 서비스 제공에 초점이 맞춰져 의미가 퇴색될 우려도 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과 함께 신설되는 광주+돌봄의 7대 서비스는 △가사 지원 △식사 지원 △동행 지원 △건강 지원 △안전 지원 △주거 편의 △일시 보호다.

각 서비스를 연계·지원해야 단순 ‘서비스 제공’으로 끝나지 않고 선순환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혼자 근무하는 1차 의료기관이 많은 우리나라 특성상 왕진을 갈 의사가 부족해 일반 의료기관을 재택 의료에 연결해주는 식이다.

임 원장은 “선순환을 위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지가 아닌, 어떤 인프라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광주다운’ 통합돌봄을 설계해야 한다”며 “각종 자원을 연계하고 상담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케어 매니징(Care Managing)’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 역시 통합돌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임 원장은 “통합돌봄은 시대적 화두가 될 것이다. 고령화라는 커다란 파도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통합돌봄이라는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광주시의 의료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광주시의사회와 접촉하는 등 자원을 잘 엮는 시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해나 기자 haena.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