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88-1> “신입생 세 명…‘작은 학교’만의 강점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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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88-1> “신입생 세 명…‘작은 학교’만의 강점도 있어요”
●광주 무학초등학교 가보니
1938년 개교... 85년 긴 역사 불구
학생 40여명... 초등6·유치원 1학급
위기 상황 기회로 활용하는데 집중
학생 주도 행사…학년 개념 타파
"만족도 높지만 협력활동 어려움"
  • 입력 : 2023. 02.26(일) 18:16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지난 24일 광주 남구 무학초교 돌봄교실에서 학생과 유치원생이 함께 신체 활동을 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광주 남구 월성동에 위치한 무학초등학교는 1938년에 문을 연, 85년의 긴 역사를 가진 학교다.

그동안 배출한 졸업생만 해도 수천 명에 달하지만, 올해 무학초 신입생은 단 3명 뿐이다.

전교생도 40여명이 전부다. 최근 열린 졸업식에서 9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났고, 내년에는 12명의 학생이 졸업한다. 신입생은 최근 2~3년간 매년 2명에서 3명 수준. 상황이 이렇다보니 12명의 교직원들 사이엔 조만간 신입생이 아예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광주 도심에서 멀찍이 떨어진 농촌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 탓에 전남의 ‘농촌 소규모학교’처럼 명맥이 끊어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무학초는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다.

무학초는 지난 2018년부터 광주시교육청이 지정한 ‘자율학교’로 운영돼 왔다.

자율학교 지정 이후 남구에 주소지를 둔 1학년 취학 예정자들이라면 같은 학군이 아니어도 무학초에 진학할 수 있게 됐다.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대촌 지역에서 통학하는 학생들도 생겼다.

학교 측은 교육청의 지원을 받아 올해 3월부터 한 대 뿐인 학교버스를 한 대 더 늘려 학생들의 등하교 시간을 단축시킬 계획이다.

또 작은 학교만의 특색을 살린 생태체험학습이나 학생들 주도 행사를 많이 진행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에도 무학초 학생들은 일부 체험활동을 진행한 바 있다.

학생 수가 적다는 점도 십분 활용한다.

교사 한 명이 학생들의 가정환경이나 학습, 생활 등에 관심을 많이 쏟을 수 있단 장점을 살려, 무학초는 학년 구분을 지우고 ‘전 학년 공동그룹’인 ‘무지개 가족모임’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거주하는 동네별, 마을별로 소규모 그룹을 만든 뒤 함께 퀴즈를 풀거나 놀이를 진행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도모해 가는 것이다.

김재홍 무학초 교감은 “대다수 활동을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고 주도한다. 교사는 도움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주는 역할”이라며 “자전거를 타고 승촌보길을 탐방하는 등 특색있는 활동을 많이 해 일부러 먼 곳에서 입소문을 듣고 자녀를 보내는 부모님도 계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동아리 활동도 지원한다. △피아노 △바이올린 △미술 △놀이수학 △바둑 △컴퓨터 등 6개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뿐 아니라 △사물놀이 △무용 등 분야의 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의 ‘농촌소규모학교 추가지원’을 받아 대부분의 교육과 체험학습, 통학버스 운영 등이 무상으로 제공된다. 하지만 지리적 한계 탓에 방과후학교 강사 공고에 애를 먹을 때도 많다.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해 교사들이 멀리 대촌지역까지 나가 직접 유인물을 게시하는 등 홍보 작업도 필요하다.

김 교감은 “학생 수가 적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학생이 너무 없으면 협력 활동에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작은 학교는 학생들이 보다 자유롭게 놀고 배울 수 있는 좋은 터전이다. 무학초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저출산의 영향으로 광주지역 초등 입학생은 지난 2021년 1만3352명에서 올해 1만2426명으로 1000여명 가까이 줄었다. 전남지역 초등 입학생도 2021년 1만3853명에서 올해 1만2524명으로 감소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