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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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광주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
김성수 정치부장
  • 입력 : 2023. 03.02(목) 14:28
김성수 부장
자본주의 사회서비스의 ‘분배적 정의’란 무엇일까? 코로나19 당시 정부와 지자체는 앞다퉈 국민을 대상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했다.

지급 당시 정치권과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됐던게 ‘보편vs선별’이라는 말이었다. 선별주의는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한 소득재분배효과가 큰 반면, 보편주의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운영의 효율성이 높다.

재정적 한계와 정치적 갈등, 소득격차 등 팬데믹을 통해 우리사회는 ‘복지’라는 사회서비스의 구조와 시스템에 대한 깊은 성찰을 했던 것 같다.

두 분류의 복지 중 우리는 보편복지를 정의할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수식어처럼 말한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영국의 윌리엄 베버리지의 ‘사회보험과 연계서비스에 관한 중앙정부간 위원회 보고서(베버리지 보고서)’에 나온 말이다.

‘베버리지 보고서’는 1·2차 세계대전의 포화속에서 탄생했다. 세계대전 중 영국 정부는 전쟁이 끝난 후 영국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1941년 6월에 베버리지 위원회를 만들었다. 윌리엄 베버리지(William Henry Beveridge, 1879~1963)가 위원장을 맡았다. 베버리지 보고서의 핵심원리는 국민 모두에게 사회보장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었다.

베버리지는 1944년에는 무상 초·중·고등교육을 담고 있는 교육법, 1946년에는 국가보장법과 국가의료보장법이 만들어져 노령연금, 보편적 의료보장을 전 국민에게 확대해 근대 사회보장제도의 길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베버리지 보고서’가 영국을 복지국가의 ‘원조’ 반열에 올려 놓았다. 보고서가 나올 시기 영국민들은 ‘베버리지 보고서’에 보편적 복지의 상징 어구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을 붙였다.

불행하게도 ‘요람에서 무덤까지’라고 불리는 영국의 복지는 지속가능한 보편복지를 실현하진 못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를 비롯한 전 생애를 보장하는 영국 복지서비스는 마가렛 대처의 등장과 IMF 기금을 받는 경제위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등을 거치면서 복지혜택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강화하는 복지개혁이 진행 중이다.

‘보편주의냐 선별주의냐’의 논쟁 구도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에서 ‘베버리지의 원칙’은 아직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다만 4월 1일 ‘광주다움 통합돌봄’이라는 전국최초의 복지서비스가 시행된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민선8기 광주시의 핵심과제로 ‘시민 누구나’, ‘돌봄이 필요할 땐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빈틈없는 전 생애주기 통합돌봄 서비스망 구축’이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광주만의 통합돌봄은 △기존 돌봄 △광주+돌봄 △긴급돌봄 세가지 체계로 운영된다. 특히 영유아, 장애인, 노인에 집중됐던 복지서비스를 △영·유아 △아동·청소년, △노인 △장애인 △1인가구(청년·중장년층) 등 5대 계층으로 확대된다.

통합돌봄은 기존서비스와 달리 신청창구가 단일화된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돌봄콜’(1660-2642)을 통해 통합돌봄을 접수하면 된다. 거주지의 동 행정복지센터 돌봄창구를 방문, 신청도 가능하다.

돌봄콜로 신청할 경우 개인정보 활용 등에 동의를 하면 돌봄신청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돌봄창구에서 대행해준다. 그간 사회복지서비스는 종류가 방대한데다 사업마다 주관부서가 달라 정보수집에 어려움이 따랐다. 사회복지서비스 이용시에도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 서류가 다양하고 발급받는 데에도 복잡함이 수반돼 이용자들의 원성이 높았다. 현재 중앙 부처 및 광주시에서 주관하는 돌봄서비스는 140개다. 서비스 주관부서만 중앙부처 5곳, 광주시 6개 실국에 담당할 만큼, 미로처럼 복잡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보편복지는 아니다.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소득·재산·연령·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지만 지원을 받는 소득층은 중위소득 85% 이하다. 중위소득 85%이하 층에 광주+돌봄 지원금액을 연간 150만원, 긴급돌봄비용은 중위소득 100% 이하에 연간 60만원이 지원된다.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될 광주다움 통합돌봄은 기존 복지시장의 한계를 찾아 빈틈을 메우겠다는 복지시스템은 광주만의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평가하고 싶다. 따뜻한 이웃과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 광주다움 통합돌봄이 ‘베버리지 보고서’를 능가하는 대한민국의 표준 복지 기준이 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