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수수색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檢 반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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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검찰
압수수색 형사소송규칙 개정안 '檢 반발' 이유는?
영장발부 전 관련자 심리 입법예고
광주지검 “수사기밀 유출 등 우려”
민변 “적정한 사법 통제의 일환”
  • 입력 : 2023. 03.06(월) 17:31
  •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
광주고등,지방검찰청 전경. 뉴시스
압수수색 전 법원이 피의자를 심문할 수 있는 내용의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 된 가운데, 검찰이 수사기밀 유출 등을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쪽에선 ‘압수수색에 대한 적절한 사법통제’라는 반응이다.

6일 광주지방검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법관이 담당 검사를 포함해 사건 관계인을 대면심리할 수 있다는 내용(제58조의2)이 담긴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이 시행되면, 압수수색을 앞둔 피의자나 관련 변호인 등은 법원 판단에 따라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받을 수 있다. 또 검찰은 컴퓨터용 디스크 등 정보저장 매체를 압수수색할 경우, 피고인과 변호인 등에게 관련 절차를 설명해야 한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이뤄진 검찰의 영장발부를 통제해 사건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이 입법예고한 형사소송규칙 일부개정안에는 압수·수색 집행의 전 과정에서 피고인, 변호인 또는 피압수자의 참여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서의 기재 사항에 집행 계획도 추가했다. 전자정보의 특성으로 인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할 우려가 높으므로 선별압수의 원칙을 준수하겠다는 취지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검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이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수사기관의 압수수색영장 청구 건수는 2011년 10만8992건에서 2022년 39만6671건으로 10여년 사이에 3.6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법원에 접수된 형사사건 수(2011년 170만2897건→2021년 148만3102건)와 구속영장 청구건수(3만7948건→2만2589건), 체포영장 청구건수(5만9173건→2만7426건)가 크게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검찰은 절차적·내용적 문제를 지적하며 반발했다.

광주지검의 A검사는 “(이번 개정안 입법예고는) 헌법위반 소지가 있다”며 “헌법 12조1항에는 누구든 법률에 의하지 않고 체포·구속·압수·수색·심문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그런데 개정안은 법률이 아닌 대법원의 규칙으로 형사 심문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수사 기밀 유출의 우려도 제기했다.

A검사는 “심문절차를 통해 압수·수색영장 청구 사실과 내용이 사전에 공개되면 수사의 기밀과 보안이 유지되기 어렵고, 피의자 등에 의한 증거인멸 가능성도 있다. 제보자 심문의 경우, 피의자가 제보자를 회유할 가능성이 생기기도 한다”며 “수사는 검찰이 맡고 재판은 법원이 해야 한다. 수사 초기부터 법원이 개입하게 되면, 소추와 심판을 분리해놓은 대원칙이 흔들리게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수사검사가 심문의 당사자가 되는데 대한 부담 탓에 반대하는 건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 수사기관을 상대로 심문하는 건 현재도 가능하다. (검찰은) 서류로 말하는 직업이지만, 검사 입장에선 소명의 기회를 주는 게 좋다”며 선을 그었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안과 관련해 “적정한 사법통제의 일환”이라며 환영했다.

민변은 지난달 22일 논평을 내고 “당사자의 절차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는 취지의 이번 입법예고에는 큰 의의가 있다. 강제수사 필요성을 판단할 권한을 수사 당사자가 아닌 법관에게 유보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상 영장주의의 본질”이라며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막고 피의자의 기본권을 보호하려면 적절한 고지와 참여권 보장, 실질적 의견진술 기회 등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관계기관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6월1일부터 새 규칙을 적용할 예정이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