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91-4>마이스 산업 성공, ‘차별성·연속성’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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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91-4>마이스 산업 성공, ‘차별성·연속성’ 관건
김상묵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
  • 입력 : 2023. 03.19(일) 17:59
김상묵 김대중컨벤션센터 사장
MICE(마이스)산업은 변화무쌍하다. 사람들의 선호가 수시로 바뀌고, 산업기술 또한 날로 발전하며,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읽고 앞서가면 탄탄대로의 성공이 있지만 주춤거리면 곧바로 도태한다. 마이스의 대표적인 형태인 전시회에서 그 부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미국 COMDEX(컴덱스), 독일 CeBIT(세빗), 광주 그린카 전시회가 도태하거나 뒤처진 사례다. 컴퓨터 산업을 호령하던 미국의 컴덱스, 세계 최대 정보통신박람회로 한 때 70여 개국·45만명이 찾았다는 독일 세빗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의 변화에 상응하는 전시 콘텐츠 구성에 실패해 각각 2003년과 2018년을 끝으로 사라졌다.

그린카 전시회는 자동차부품 전시회라는 이름으로 김대중컨벤션(DJ)센터 전시관 전체를 사용했다가 이제는 전시회 이름만 바뀌었을 뿐 3분의1 규모로 축소됐다.

미국 세계가전전시회(CES)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가 주최하는 CES는 2010년대에 들어서 산업기술 변화의 바람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전시회의 핵심 주제를 제품에서 기술로 전환하고 대형화, 국제화에 매진했다. 기술의 융·복합화 트렌드를 빠르게 받아들였다. 전시 품목도 IT 기기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지속 확장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고 있다.

이렇듯 마이스의 성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참관객을 만족시키고, 감동을 주는 기획 역량이라고 생각한다. 산업과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하고,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특색있는 연출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스위스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마이스산업을 키우는 데 반면교사로 삼을만하다. 몽트뢰는 2만6000여명이 사는 레만 호수 가의 조그만 도시이다.

매년 7월 2주 동안의 재즈 페스티벌 기간에 거주인구의 7배가 넘는 20여만명이 이 작은 도시를 찾는다.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비결은 뭘까? 바로 특색 있는 기획력과 끈질긴 투자 덕분이다.

이 페스티벌은 몽트뢰 관광청 직원인 클로드 눕스가 1967년 기획했다. 클로드는 다양한 음악 장르의 세계적인 거장들을 출연시켰고, 이들의 명성은 자연스럽게 이 페스티벌에 덧입혀졌다. 클로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이 행사를 몽트뢰의 유산으로 발전시켰다. 재즈 페스티벌의 다양한 공연을 자세한 정보와 함께 기록으로 만들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했다. 46년에 걸친 이 기록물은 현대 대중음악의 변천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면서 몽트뢰의 위상을 한층 높이고 있다.

더 특별한 것은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 지난 46년간 클로드 눕스라는 한 사람의 총괄 감독하에 꾸준히 성장해 왔다는 점이다. 덕분에 페스티벌의 정체성이 유지되고, 기획자의 역량과 네트워크가 쌓여 더 좋은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DJ센터는 오는 7월 개최될 세계중소기업협의회를 준비 중이다. 대회 본부는 이 행사의 마지막 날 저녁에, 관례대로 250~300명이 턱시도와 드레스 차림으로 참가하는 고급 연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광주 시내에 그럴만한 시설이 없어 지금도 고민하고 있다.

이같이 마이스는 숙박, 연회장, 전시·컨벤션시설, 공연장, 교통 등 다양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인프라는 마이스의 수용 능력과 직결된다. 많은 투자가 따라야 한다. 호텔 등 상업 시설은 수요에 앞서 선제적으로 건설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그러나, 전시장이나 교통망 등 공공이 담당해야 할 부분은 앞선 투자가 절실하다. 광주의 경우 제2전시장 증축이 추진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도시 이용인구 3000만명을 바라보고 경쟁 도시의 인프라 규모, 특히 전시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산업 특성까지를 고려한다면 제3전시장 건립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전과 목표를 보다 빨리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이스와 직·간접적으로 관계되는 관·학·산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관련 기관이나 단체 간에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크기, 인구수, 관광 자원 등이 마이스 산업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이나 충분조건은 아니다. 광주가 보여줄 게 없다고도 얘기하나, 광주를 방문한 외국인에게 김치타운이나 양림동, 동명동을 보여줬을 때 진심으로 만족해하는 모습을 보았다. 광주는 멋, 맛, 의 등에서 얘깃거리와 매력이 많은 도시이다. 의지를 갖고 현명하게 가꾸면 우리만의 차별성, 관람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지 못할 것도 없다.

마지막으로 광주의 대표 이미지인 ‘맛의 고장 광주, 광주의 김치를 소재로 기네스북에 도전하면 어떨까?’라는 지인의 아이디어를 소개하면서 글을 마무리 짓는다.

민주화의 상징, 금남로 도로 한복판에서 김치 담그는 모습으로 기네스북에 도전하는 퍼포먼스를 해보자는 것이다. 광주라서 할 수 있는 이벤트다. 화제성 등에서 스페인 발렌시아의 라 토마티나(토마토 축제)보다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