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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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박간재 전남취재부장
  • 입력 : 2023. 03.26(일) 15:06
박간재 부장
지난 주 내린 봄비가 잠들어 있던 꽃망울을 깨웠나 보다. 산기슭 진달래와 개나리가 꽃잎을 활짝 열어 제쳤다. 도로변 벚꽃도 이번주 피어날 태세다. 지난 주말 나들이 행렬도 눈에 띄게 늘었다. 광주 인근은 물론 진도 의신면 유명 호텔 가는 길목에도 차량들이 넘쳐났다. 봄은 누구에게나 기쁨을 선사한다. 장미, 수선화에도 감탄사를 연발하지만 길가에 피어 있는 이름없는 풀꽃을 보고도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활짝 핀 꽃은 인간에게 따스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예쁜 꽃도 열흘 이상 가지 않는다. 삼라만상 우주의 질서다.

어느 시인은 “아무리 붉고 탐스러운 꽃이라 하여도/열흘을 넘기기 어렵고/제 아무리 권력가라도/그의 권세는 10년을 넘지 못한다.”고 했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권불십년(權不十年)’은 중국 남송시대 양만리가 지은 ‘납전월계(섣달 월계화 앞에서)’에 나오는 말이다.

‘한번 성하면 반드시 쇠하고, 권력은 유한하다’는 의미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인생은 무상할 뿐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80년 전두환 정권도 10년도 채우지 못하고 7년만에 추락했다. 87년 6월혁명을 거치며 ‘권불십년’을 목도했다.

전두환 정권 당시 국가요직은 육사출신으로 채워졌다. 개각 뉴스에는 육사 0기라는 말이 빠지지 않았다. 위세는 대단했다. 육사출신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었다.

당시 학교에서 선생님들도 “대통령 되려면 서울대 가지 말고 육사를 가야한다”며 육사 진학을 독려할 정도였다.

영원할 것같던 그들의 권력도 87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교시절 공부 잘하는 것으로 이름을 떨쳤고 입학 후엔 엘리트 군인으로 승승장구 했겠지만 끝내 권력과 함께 시들어갔다. 스스로 겸손해 하지 않았고 세상 이치를 거역한 탓이다. 권력을 잡고 나면 안하무인(眼下無人)이 되나보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지난해 정권이 바뀐 이후 비슷한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요직에 육사 대신 사법연수원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유능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어서 그 자리에 앉을 자격과 역량이 차고 넘칠터다. 하지만 국민을 위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에 조금이라도 빈틈이 생긴다면 어김없이 국민의 냉혹한 심판이 내려진다는 점 인식해야 하다. 지난 역사의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