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마른 남도에 단비가 내리다 |
광주사람들은 요 며칠 사이 또 다른 단비를 맛보았다. 5·18의 주범 전두환이 사과 한마디 없이 죽었고, 5·18 항쟁을 북한이 개입했다거나 헌법 전문에 넣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다시 고개를 드는 이때, 용서를 구하는 전두환의 손자 전우원의 등장이 그것이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전우원씨에게 “용기 잃지 말고 힘내세요. 응원합니다!”하는 전태삼씨(전태일의 동생) 등 5·18 피해 관련자의 말에 왜 필자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지 알 수 없다. 그동안 잘못한 어린 자식이 용서를 빌지 않아 용서해주고 싶은 안타까움에 애가 타는 부모 마음 같았는데, 그 애타는 마음에 전우원씨의 사과는 가뭄에 단비 같은 감동이었다.
혹자는 그의 진정성을 의심한다. 그의 진정성은 마약에 대한 태도에서 나타난다. 그는 살고 있던 미국에서 들키지 않았는데도 마약 투약을 스스로 밝히고 죗값을 받겠다고 했다. 사람은 살면서 알고 하든 모르고 하든 잘못을 저지르고 산다. 그러나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성인도 ‘과즉물탄개(過則勿憚改)(논어 학이편)’ 즉 ‘잘못이 있거든 고치기를 꺼리지 말라’ 라는 말을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전우원은 위험과 처벌을 무릅쓰고 자기와 자기 조부가 저지른 잘못을 인정한 용기 있고 양심 있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의 사과가 소나기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은 광주사람들에게는 단비가 틀림없다.
그에 비해 윤 대통령은 국민에게 언제 그칠지 모르는 장마 같은 불안감을 준다. 일본의 강제 동원 문제를 가해자의 사과도 없이 자기 마음대로 별일 아닌 일처럼 만들어 버리고, 정부는 우리 기업의 성금으로 보상하는 ‘강제 동원 피해 배상안’을 발표했다. 우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일본의 사과와 배상 없이 재벌들의 돈을 긁어모아 주겠다는 윤 대통령의 발상은 대통령의 철학 없음과 돈이면 다 된다는 그의 가치관을 드러낸 행동이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가해자로부터의 배상을 원하는 강제 동원 피해자들은 상처를 준 일본보다 윤 대통령이 더 미울 것이다. 어린 시절 일본 기업에 강제로 동원되어 고된 노역을 한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굶어 죽어도 그 돈은 안 받겠다.”는 말로 화답한다.
사람은 때론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양심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인 중에도 일본 정부의 염치없는 행동에 반발하는 양심적인 사람과 단체가 있어서 가끔 일본 정부를 비판하는 개인 인터뷰나 사회단체의 시위를 뉴스로 볼 때가 있다. 한국에 사는 일본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하버드 교수를 친일 성향이 짙은 교수라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일본 사람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에 와서 사과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한국 정부의 ‘강제 동원 피해 배상안’ 발표와 윤 대통령의 일본방문 이후 기다렸다는 듯 교과서에 한국과의 과거 역사를 왜곡하고, ‘독도는 일본 본토’라는 망언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과는 계속 우호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이러다가 언젠가는 일본이 ‘한국 땅도 원래는 일본 본토였다’며 밀고 들어올까 두렵다. 이제는 국민이 나설 때다. 수십 년 동안 맺혀있는 우리 국민의 한을 풀어주기는커녕 일본의 역사 왜곡에 힘을 실어주는 대통령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우리 국민이 강하게 대처해서 우리나라를 지키고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는 그날이 단비처럼 오기를 간절히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