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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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책의 향기
  • 입력 : 2023. 04.11(화) 18:00
이용환 논설위원
“어린 시절 봤던 작은 도서관이 나에게는 지식의 창이었다.” 미국 ‘강철왕’ 앤드루 카네기는 유명한 도서관 예찬론자였다. 어린 시절, 가난했던 그는 퇴역 군인의 개인 서고에서 책을 읽으면서 ‘도서관이 노동자와 어린이들의 지식을 키워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후 사업가로 거부가 된 그는 수천 만 달러의 재산을 기부해 미국 전역에 2500여 개의 무료 도서관을 건립했다. ‘도서관은 인류의 진보에 대한 나의 비전’이라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서관은 시리아 남부 에블라도서관이라고 한다. 기원전 2500년대 상업 중심지였던 에블라는 기원전 1650년 경 2차례의 전쟁을 겪으면서 모든 도시가 파괴됐지만 도서관만 원형 그대로 모래 속에 묻혔다. 그리고 3000년이 훨씬 지난 1970년대 고고학자들이 이곳을 발굴해 쐐기문자가 새겨진 2만여 개의 점토 서판을 찾아냈다. 기원전 3000년 경부터 시작된 메소포타미아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아프리카 나일 강 유역에 걸친 역사와 문화도 쐐기문자에 새겨진 점토 서판에서 시작됐다. (스튜어트 머레이 저 ‘도서관의 탄생’)

문자와 함께 시작된 도서관은 인류가 창조한 가장 위대한 건축물이다. 점토 서판, 파피루스, 양피지에 이어 최초의 종이로 만든 중세의 책자들도 지식을 후대에 전하려는 인류의 열정이 만든 결과물이다. “인간은 영면하고 그의 육체는 땅에 묻히며, 동시대 사람들도 모두 이승을 떠난다. 그러나 글로 쓰인 말은 그에 대한 기억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다. 책이 집이나 무엇보다 낫다. 책은 성이나 사원의 돌기둥보다 더 아름답다.” 쐐기 문자에 씌여진 고대 이집트의 시다.

도서관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첫 해인 12일 광주 무등도서관에서 제1회 도서관의 날 기념행사가 열린다. 도서관의 날은 도서관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관심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됐다. 도서관은 문명이 거듭되고 역사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을 단 하나의 공간이다. 앞으로 살아갈 모든 이들에게 또 다른 역사를 이끌어가게 할 원천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날, 오늘 하루만이라도 5000여 년의 세월이 축적된 도서관을 찾아 책의 향기를 만끽하고 싶다.

“위대한 도서관은 건설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이 쌓이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역사가 존 힐 버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