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사찰서 조명하는 '삶의 명상과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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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도심 사찰서 조명하는 '삶의 명상과 고찰'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외부전시 ②무각사
본관 전시 이어 '삶의 참선' 조명
중국 류젠화·베트남 흐엉도딘 등
영상·설치·회화 등 작품 6점 선봬
“인생 순환, 다양한 관점서 감상”
  • 입력 : 2023. 04.17(월) 15:4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의 외부전시가 진행되는 서구 무각사. 도선인 기자
무각사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서 우리 삶을 둘러싼 여러 요소에 모티브를 얻은 작품들 중심으로 외부전시를 7월9일까지 개최한다. 서구 도심의 한 가운데에서 광주시민에게 수행과 참선의 장소였던 만큼 전시작품을 통해 삶에 대한 진지한 명상과 고찰을 할 수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는 네 개의 소주제별로 나뉜 본관 전시에 이어 외부전시 공간이 무각사를 비롯해 북구 국립광주박물관, 동구 예술공간 집, 남구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으로 이어진다. 무각사 외부전시에는 한국, 베트남, 중국, 인도, 과테말라, 파푸아뉴기니 국가 출신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외부전시 공간 무각사에서 선보인 류젠화 작 ‘숙고의 공간’. 도선인 기자
무각사 전시실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컴컴한 배경의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마주한다. 중국 상하이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젠화 작가는 똑같이 동그란 모양의 광택이 나는 도예 작품 여러 개를 벽에 줄지어 내걸어 설치작품 ‘숙고의 공간’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도자의 광택을 보여줌으로써 어두운 공간을 밝히기도 하고 관객의 얼굴과 사물, 주변 환경을 비추는 거울 역할을 한다. 이는 객체와 주체, 과거와 현재를 구분 짓는 경계를 허무는 의미를 지닌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외부전시 공간 무각사에서 선보인 홍이현숙의 작 ‘지금 당신이 만지는 것’ 영상스틸. (재)광주비엔날레 제공
현재 서울에서 활동 중인 홍이현숙 작가는 가부장적인 한국사회에 여성으로서 저항하고 주체적인 삶을 산다. 그는 영상작품 ‘지금 당신이 만드는 것’을 통해 전남의 대표 등산로 ‘월출산’을 조명한다. 그는 월출산 시루봉을 직접 오르면서 암벽의 촉각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신의 시점에서 산을 오르는 영상을 통해 신체가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 격한 숨소리, 날리는 먼지 등에 집중한다. 또 마애여래좌상을 찍은 영상을 틀고 설명만으로 석탑의 촉감을 설명하는데, 관객들은 그곳에 가지 않고도 돌상의 까실까실하고 뭉특한 촉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영상작품들은 촉감을 시각화하는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준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외부전시 공간 무각사에서 선보인 앙헬리카 세레의 작 ‘내 두 번째 피부에 말씨를 뿌리다’. 도선인 기자
과테말라 산후안 코말라파 출신의 앙헬리카 세레 작가는 적통 직조 기법에 착안한 직물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이 작품은 마야문명의 공동체를 이룬 해당 지역의 전통민족 ‘칵치켈(과테말라 고지대에 사는 민족)’의 전통 직조 공예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남긴 옥수수 껍질, 나뭇가지, 원 면화 등 다양한 재료를 통해 다양한 모양의 밧줄을 만든다. 세레의 직물작품 ‘내 두 번째 피부에 말씨를 뿌리다’는 이 같은 다양한 모양과 색감의 밧줄 여러 개를 줄지어 천장에 매달은 꼴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주위를 걸어 다니며 그 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외부전시 공간 무각사에서 선보인 흐엉도딘의 작 ‘K.A.’ 시리즈. 도선인 기자
베트남 속짱 출생의 흐엉도딘 작가는 추상회화 작품 ‘K.A.’ 시리즈를 선보였다. 이는 땅과 하늘이 한데 어우러진 모습을 미니멀리즘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수직선, 수평선, 곡선을 통해 삶의 순환과 윤회를 말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으로 인해 1953년 집을 떠나야 했던 작가의 경험이 작품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어쩌면 사찰 무각사와 맥을 같이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외부전시 공간 무각사에서 선보인 다야니타 싱의 작 ‘모나와 나’. 도선인 기자
인도 뉴델리 출신의 다야니타 싱은 영국 신문사 사진기자로 일하다 우연히 트랜스젠더 모나 아메드를 만났는데, 이번 전시에서 모나를 찍은 영상작품 ‘모나와 나’를 선보였다. 영상은 흑백이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모나의 모습이 담겨있다. 싱 작가는 모나를 그린 여러 작품을 ‘모나의 고유성을 제대로 표한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본다.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외부전시 공간 무각사에서 선보인 하비니의 작 ‘하이에나 울림’. 도선인 기자
마지막으로 파푸아뉴기니 출신의 탈로이 하비니의 작품은 무각사 갤러리가 아닌 인근 명상 방에서 단독으로 걸렸다. 하비니 작가는 영상작품 ‘하이에나 울림’을 통해 보름달이 뜨는 날 바다에 사는 자포동물 ‘산호’의 산란 장면을 담았다. 이날을 의식으로 기념하는 파푸아뉴기니 부타섬의 주민들의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오늘날 점차 사라져가는 전통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다.

무각사 관계자는 “서구 5·18기념공원 안에 자리한 무각사는 1971년 창건된 이후 광주시민들에게 수행과 참선의 장소를 제공해왔다”며 “관람객들이 전시공간을 비롯해 신행공간에 있는 명상방에서 삶의 순환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고찰하는 작품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