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 14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비공개 일정으로 진행된 이날 참배에는 별다른 수행원 없이 항쟁 당시 시민군 상황실장이었던 박남선 씨 등 소수만 동행했다. 참배에 앞서 민주의문 방명록에는 ‘광주시민의 아픔과 민주영령님들의 희생을 늘 기억하겠습니다. 깊히(이)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고 적었다. 헌화와 분향을 끝낸 그는 민주묘지 내 열사 묘역을 20~30분 가량 둘러봤다. 이어 5·18 3단체 사무실과 5·18기념재단, 5·18자유공원을 잇따라 찾았다.
여당의 최고위원이 내려와 고개를 숙인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주목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전당대회 직후인 지난달 12일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게재에 대해 우익 인사인 정광훈 목사와의 대담에서 ‘불가능하다’고 했다. 심지어 해당 사안은 표를 얻기 위한 입 발림 정도로 치부했다. 여당의 최고위원이라는 사람의 5·18 관련 시각이 이정도라는 점에서 광주시민들은 당연히 분노했다. 그 뒤로도 김 최고위원은 여러 차례 실언으로 당내 징계가 거론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내려온 광주라 당연히 광주시민의 눈초리는 곱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왕 내려왔다면 사과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적어도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게재를 적극적으로 돕겠다 정도는 해야 진정성이 느껴질 터다. 불 질러 놓고 고개만 숙이는 것은 사과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이것 역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의견까지 나온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힘 지역 당직자들은 뭔 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