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오염·멸종위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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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환경오염·멸종위기의 주범은 누구인가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관람기 ④네덜란드관
‘세대 간 기후범죄 재판소’ 기획
광주시립미술관 멸종전쟁 주제
환경문제 다룬 재판 퍼포먼스 등
법원 모티브 전시장 상시운영 중
  • 입력 : 2023. 04.23(일) 17:09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1·2전시실에 마련된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중 하나인 네덜란드관의 모습. 이곳에서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로 기후위기를 다룬 재판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도선인 기자
점점 넓어지는 사막, 빨라지는 개화 시기, 사라지는 빙하와 열대우림, 비이상적인 폭우와 가뭄, 생물 종들의 강제이주와 멸종…. 기후위기 경고음이 날로 계속되고 있다. 이를 심각한 범죄라고 간주하고 재판 퍼포먼스로 재해석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1·2전시실은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국가별 부록전시인 파빌리온 네덜란드관으로 조성됐다. 광주시립미술관은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 ‘멸종전쟁’이라는 제목으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는 대안적인 법정 공간을 선보인다. 국가와 기업이 저지른 기후범죄를 단죄하기 위해 대안적인 법정을 꾸민 것이 전시의 콘텐츠라 할 수 있다.

전시 콘텐츠를 구상한 사람은 법학자 라다 드수자와 아티스트 요나스 스탈이다. 요나스 스탈은 드수자의 저서 ‘권리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2018)’를 접하고 재판 퍼포먼스를 구상했다. 그들은 국가와 기업이 저지른 환경범죄를 기소할 목적으로 ‘세대간 기후범죄법’을 마련하고 2021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모의 법정을 꾸며 처음 증거 심리를 개최했다. 이때 법정에 세웠던 피고는 다국적기업 유니레버, ING 그룹, 에어버스였다. 검사와 증인들이 기후범죄에 대해 증거를 입증했으며 대중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기후범죄법’에 근거한 평결을 내리는 식으로 재판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 기후범죄 재판소가 이번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실에 그대로 옮겨왔다. 재판 퍼포먼스는 2021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진행됐고 이번 제14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서 여섯 번째로 열린 것이었다. 재판 퍼포먼스는 지난 7일, 8일, 9일 사흘에 거쳐 각각 다른 주제로 진행됐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된 재판은 △한국정부의 새만금 조성과 군산 미군기지 확장 혐의 △한화그룹의 무기제조 및 국내외 수출 혐의 △두산그룹, 포스코의 베트남 붕앙2 화력발전소 건설 혐의 등 세가지 사건을 다룬 퍼포먼스였다. 실제 국내 활동가들이 재판에 나와 증인을 서기도 했다. 피고 모두 유죄를 판결받았으며 이 같은 내용을 적은 공문이 직접 기업에 전달됐다고 한다.

법원을 모티브로 꾸며놓은 전시장은 오는 7월3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모래주머니, 석유통, 철조망 등의 설치물 사이 멸종된 동식물이 그려진 표지판이 곳곳에 있다. 표지판에는 ‘동무’라는 의미의 글이 다양한 언어로 적시돼 있다. 기후범죄법의 내용을 적은 표지판 또한 전시했다. 그동안 진행된 재판 퍼포먼스는 전시실에서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광주시립미술관 관계자는 “기후위기를 다룬 대안적인 법정을 통해 대량멸종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며 “세대간 기후범죄 재판소의 몰입형 설치 작업은 모래주머니, 석유통, 철조망으로 대표되는 군사작전과 현재까지 멸종한 동식물종들의 이미지가 융합되어 구성됐다. 또 군사산업을 통해 한국과 국제 사회 생태계를 파괴하는 정부와 기업을 재판에 회부했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