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도서관 인기 서비스 중단시킨 광주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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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시립도서관 인기 서비스 중단시킨 광주시의회
도서관 상호 도서 대출·반납 서비스
매년 1만건 이상 이용·만족 높아
‘과도한 서비스’ 이유 2천만원 삭감
타 지역 도입·확대 추세 역행 지적
  • 입력 : 2023. 04.26(수) 18:20
  • 강주비 기자·전해연 인턴기자
광주 남구 사직도서관의 도서반납함에 상호대차 운영 중단으로 인해 타 도서관 대출도서 반납이 불가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전해연 인턴기자
“집 앞 구립도서관에는 읽고 싶은 책이 없고, 책이 많은 시립도서관은 너무 멀어요. 몇 주에 한 번 시립도서관에 가서 여러 권을 한꺼번에 빌리고, 집 근처 구립도서관에서 편하게 반납하는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었는데 왜 없애버렸는지 모르겠네요.”

최근 광주시립도서관에 ‘상호대차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불편함을 호소하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광주시의회가 올해 관련 예산을 삭감함에 따라 지난해 12월 돌연 서비스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서비스 재개를 바라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크지만, 시의회는 ‘과도한 서비스’라며 일축하고 있다.

상호대차 서비스란 도서관에 이용자가 원하는 책이 없을 때, 해당 책을 소장한 다른 도서관에 신청해 상호 대출·반납할 수 있게 하는 ‘도서관 공동 활용 서비스’다. 이를 통해 보유장서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도서에 대한 접근성 강화·도서관 협력체계 구축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광주시는 지자체 차원의 상호대차 서비스를 운영했으며, 타 공공도서관 책을 대출·반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택배비용을 전액 지원해 왔다. 덕분에 이용자들은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이용 건수도 코로나19로 인해 임시 휴관했던 2020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시립도서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상호대차 서비스 이용 건수는 △2018년 8537건 △2019년 1만368건 △2020년 6522건 △2021년 1만2157건 △2022년 1만2715건이다. 단, 2022년의 경우 12월부터 서비스가 종료돼 11개월의 이용 건수만 집계된 수치다.

상호대차 서비스 관련 시립도서관과 협약한 관내 공공도서관은 27개관 중 반납 24개관, 대출 19개관으로 과반을 차지했다. 시립도서관 측은 “상호대차 협약을 맺은 도서관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서비스 중단 이후 이용자들의 불편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고 있었지만 시의회는 지난해 상호대차 서비스 예산 3700여만원을 1000여만원으로 대폭 줄였다.

시립도서관 관계자는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광주지역 내 도서관을 왕복하는 데 택배를 이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시의회에서 제기됐다”며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중단하는 일이 시립도서관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에 시의회를 설득했지만, 결국 예산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취약계층 외 일반 이용자들에게는 ‘과도한 서비스’라는 점을 예산 삭감의 이유로 들었다.

심창욱 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일반 이용자들은 책을 빌리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충분히 타 도서관 이용이 가능하다. 또 해당 서비스는 취약계층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라고 판단했다”며 “장애인과 노인 등은 상호대차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예산 일부를 남겨 놨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은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도 없이 서비스를 중단한 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남구 사직도서관에서 만난 40대 이모씨는 “자녀들 책을 빌리기 위해 시립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상호대차 서비스가 중단돼 불편을 겪고 있다”며 “원하는 책을 읽으려면 ‘희망도서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는 1인당 월 3권 이내로 제한되고 대기 기간도 길어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대구 서구, 세종시 등의 지자체에서 시민 편익 향상을 위해 상호대차 서비스를 새로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추세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 서구는 지난달부터 구립도서관 5곳에서 상호대차 서비스를 새롭게 추진했다. 세종시의 경우 최근 협약 도서관 수를 1곳 더 늘리고, 공공도서관에서만 운영되던 타관반납 서비스를 공립작은도서관까지로 지원 폭을 넓혔다.

대안으로 제시되는 국가 상호대차 서비스인 ‘책바다’는 1건당 5540원의 이용료가 발생해 부담이 크다. 이에 시립도서관은 ‘책바다’ 이용료 지원금을 기존 3000원에서 3840원으로 확대해 이용자들을 달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장서 구입 및 보관 공간의 한계, 도서 문화 증진 등을 고려한다면 상호대차 서비스를 유지하는 방향이 옳다고 제언한다.

최혜연 어린이도서연구회 광주지부장은 “도서관 관련 예산은 유구히 ‘가장 삭감되기 쉬운’ 예산으로 여겨졌다. 3000여만원이 전체 시 예산에서 큰 부담이 되는 금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예산을 삭감한 것은 상호대차 서비스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기반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상호대차 서비스는 이용자들의 편리성뿐만 아니라 장서 보관 공간의 한계 등에 대한 대안적인 측면에서 꼭 필요한 제도다. 도서 문화 증진의 필요성에 대해 동의한다면 서비스를 재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전해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