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잭팟’ 터뜨린 황금박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서석대
서석대>‘잭팟’ 터뜨린 황금박쥐
  • 입력 : 2023. 04.27(목) 17:47
이용환 논설위원.
“내가 모든 걸 책임질 테니 나를 믿어달라.” 지난 1999년 2월 함평 대동면 폐금 동굴에서 황금박쥐 집단 서식지가 발견됐다. 황금박쥐는 환경부가 멸종위기 동물 제1호로 지정한 희귀종. 2005년 이 이야기를 들은 이석형 당시 함평군수가 황금박쥐를 스토리텔링과 연계시켜 관광자원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1톤의 순금으로 황금박쥐 조형물을 제작하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의회의 반대는 강력했다. 결국 이 군수는 차선책으로 27억 원을 들여 순금 162㎏의 황금박쥐 조형물을 만들었다. 2008년는 일반에도 공개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11년, 난데없이 보험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함평군이 그 해 지역 제한을 풀고 4만 3200 돈에 이르는 황금박쥐 조형물의 보험을 최저가 낙찰 방식으로 공고했다. 보험 산정가액은 81억 1795만 7000원. 얼마에 낙찰될 지 모르는 보험료로 엄청난 보상 부담을 안아야 하는 황금박쥐 조형물은 보험업계에 포기할 수도 추진하기도 어려운 ‘계륵’이었다. 결국 2409만 6090원을 써낸 농협중앙회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2400만 원을 벌기 위해 낙찰가보다 무려 337배나 많은 위험부담을 감수한 위험천만한 투자였다.

황금박쥐 조형물은 제작 과정 만큼 숱한 화제도 불러왔다. 당장 관광 활성화를 위해 만들었지만 전시관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제작비용도 ‘세금 낭비’라는 비난을 받아야 했다. 주변에서 ‘미쳤다’는 얘기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이 군수가 퇴임한 후에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금값이 올라 범행의 표적이 된 것도 유명한 일화다. “만약 처음 구상했던 대로 순금 1톤으로 황금박쥐를 만들었다면 지금 그 가치는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이 전 군수의 아쉬운 토로다.

금(金)값이 오르면서 함평군이 제작한 황금박쥐 조형물의 가치가 137억 원으로 치솟았다고 한다. 15년 만에 일궈낸 최고의 ‘금테크’다. 함평군도 28일 시작되는 나비축제에서 비공개였던 황금박쥐를 일반에 공개하기로 했다. 1초에 200번의 초음파를 내는 박쥐는 음파로만 0.3㎜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고 지능 또한 높다고 한다. 다른 박쥐와 경쟁 대신, 함께 살 수 있도록 터전을 나누고 굶는 박쥐와 먹을 것을 나누는 이타성도 뛰어나다. 잭팟을 터뜨린 함평의 황금박쥐가 탐욕 가득한 인간에게 공생의 지혜도 나눠주면 좋겠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