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서석대> 라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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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서석대> 라이벌
최동환 문화체육부장
  • 입력 : 2023. 05.14(일) 18:17
최동환 부장
서로 대립하거나 경쟁(선의의 경쟁 포함)하는 관계를 일컬어 ‘라이벌(Rival)’이라고 한다. 직역하면 ‘경쟁자’이다. 라이벌의 어원은 stream, 즉 시내, 개천이고, 강을 의미하는 river의 어원은 bank of a river이란 뜻인 ripa이다. 좁은 시내, 개천의 자원과 통행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형성된 단어로 보인다.

승부의 세계에서 라이벌이 생기면 피곤하고 상대보다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하지만 훌륭한 라이벌은 단순한 ‘적’으로 남지 않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최고의 자양분이 된다.

프로야구에서 최고의 라이벌은 선동열과 최동원이다. 강속구와 제구력을 겸비한 선동열과 최동원은 한구프로야구의 최고 스타이자 영호남의 라이벌이었다. 고려대-호남-해태의 선동열과 연세대-영남-롯데의 최동원은 맞수가 될 수밖에 없는 역학관계 속에서 최고의 흥행카드로 야구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두 투수의 맞대결은 당시 야구팬들에게 많은 기대와 환희를 불러 일으켰다. 현역 시절 세 번의 맞대결을 펼쳐 1승 1무 1패.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최동원과 선동열의 맞대결 앞에서만큼은 예외였다. 세 경기 모두 두 투수가 최고의 피칭을 펼치며 완투했다. 기승전결까지 완벽한 라이벌전 스토리 덕에 ‘퍼펙트 게임’이라는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선동열과 최동원에 못지 않은 라이벌 승부가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펼쳐져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타이거즈와 SSG랜더스의 경기였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두 좌완투수인 양현종(35ㆍKIA)과 김광현(35ㆍSSG)의 동갑내기 매치로 통산 7번째 맞대결이었다.

양현종과 김광현은 2007년 함께 프로에 데뷔한 동기생이다. 양현종은 신인 2차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KIA에 지명됐고, 김광현은 SK 와이번스(현 SSG) 1차 지명을 받은 특급 유망주였다.

두 선수는 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고, 10년 넘게 국가대표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도 대표팀 투수 최고참으로서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또 메이저리그(MLB) 무대를 경험한 뒤 지난 시즌 나란히 국내로 복귀해 여전히 팀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두 선수는 이날 경기 전까지 6번의 맞대결을 펼쳐 각각 2승씩을 거두며 호각지세를 보였다. 그리고 이날 8년 만의 맞대결에선 홈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양현종의 판정승으로 끝났다.

선동열과 최동원이 그랬듯 양현종과 김광현이 최고의 투수로 평가받는 이유가 라이벌과의 경쟁을 통해 서로 성장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양현종이 김광현에 대해 “우리는 ‘라이벌’이라기보다 야구를 오랫동안 같이 한 ‘동반자’에 가까운 사이”라고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