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취재수첩> 지금 무안군에 필요한 건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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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취재수첩> 지금 무안군에 필요한 건 '소통'
최황지 정치부 기자
  • 입력 : 2023. 05.23(화) 16:34
최황지 기자
최근 김영록 전남도지사가 광주 군공항과 민간공항을 모두 무안으로 이전해야 한다며 전남도민을 향해 큰절을 했다. 도민을 향한 메시지라고 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무안군민들의 이해와 협력을 부탁하는 듯 했다. 김 지사는 3년 만에 이용객수가 94%(2019년 90만명→2022년 4만6000명) 감소한 무안국제공항의 활성화를 위해선 광주공항의 국내선을 이전해 국내 이용객을 증가시키고 군공항도 함께 이전해 항공산업단지 등 인프라 확충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무안 동시 이전’은 군공항과 민간공항은 별개의 문제라던 전남도의 기존 입장을 뒤집는 것이어서 파장이 컸다. 김 지사의 발표 이후 대상지인 무안군과 군공항 유치에 뛰어든 함평군의 입장은 당연히 관심의 대상이 됐다.

함평은 사실상 김 지사의 ‘무안 몰아주기’ 발언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 지사의 발표 이후 함평군 관계자는 “군공항 최적지로 무안을 오랫동안 염두에 둔 걸 알고는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래도 함평은 스스로 유치전도 벌이고 군수님까지 직접 나서서 군공항을 유치하겠다는 담화문도 발표했기 때문에 도의 입장이 바뀌길 기대했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이와 대조적으로 군공항에 대한 무안의 반응은 늘 파악하기가 힘들다. 무안에 취재차 연락을 하면, 모든 질문에 “군수님이 지금까지 반대해왔기 때문에…(지금도 반대한다)”는 입장 표현을 반복하다가 돌연 대화를 중단하고, 나중에는 어떤 연락도 받지 않는 상황이 거듭된다.

무안이 다음날 발표한 성명문에도 무안의 불통이 여실히 드러난다. 성명문에는 “무안은 군공항과 함께라면 국내선 이전도 바라지 않는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군공항 무안 이전을 저지할 것”이라는 입장이 담겼다. 어떤 대화도 타협도 없는 무조건적 반대가 담긴 성명문에는 무안공항의 활성화나 비전에 대한 고민은 없었다.

무안의 소통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 24일 무안공항에선 김 지사가 참석하는 일본 키타큐슈 국제선 취항식에 김산 군수가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다가 크게 논란이 일자 다시 참석을 통보했다. 김 지사가 22개 시·군을 돌며 도민들의 민원을 청취하고 해결을 고민하는 ‘도민과의 대화’도 무안군과의 일정 잡기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정치는 흔히 타협과 협상의 예술이라고 비유를 한다. 전쟁통에도 정치인들은 협상을 하고, 이념이 달라도 타협을 통해 합의점을 모색하는 게 정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협상의 에너지를 불신하는 불통 정치는 지역의 이익과 실리에도 해롭다. 지금 무안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도 정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