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작가 에세이·김영석> 포르노 비디오는 과연 나쁜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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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작가 에세이·김영석> 포르노 비디오는 과연 나쁜것인가
김영석 시인.수필가
  • 입력 : 2023. 05.25(목) 12:44
김영석 시인
어린시절에는 포르노 비디오를 보면 나쁜 것으로 교육 받았다. 소위 말하는 ‘빨간 비디오’는 청소년의 탈선과 가정 파괴의 주범이며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키는 악마의 물건으로 지탄 받았다. 지금까지 현대 사회에서 통용되는 포르노의 위치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무시무시한 포르노가 주변에 손을 뻗으면 닿을 곳에 무한정 널려 있다. 또한 사람들은 포르노를 즐겁게 보고 있다. 여자들은 일반적으로 야동 (야한 동영상)을 이해 못하고 짐승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혼자 있을때는 모르겠지만 엄연히 여자 친구나 아내가 있는데도 화면속 ‘남의 여자’에 탐닉하는 것을 싫어한다.그도 그럴것이 포르노는 일반적인 성관계를 넘어 폭력성과 가학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는 특성상 주 소비자가 남자 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포르노는 남성 중심으로 흐르고 여성은 하나의 도구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인류 역사가 시작되고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기성 세대들은 반발했다. 현자의 상징인 소크라테스도 역시 그리스에 처음 알파벳이 들어오자 반대하는 데 앞장섰다. 문자의 등장이 사람의 기억력을 퇴화시킨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했을 때에도 사회 지도층은 책이 너무 많아지면 사람들이 학문으로 부터 멀어져 간다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같은 맥락으로 에디슨이 영사기를 돌릴 때 미국의 종교 단체는 에디슨에게 공개 비난했고 YMCA는 회원들에게 영화관에 가는 것이 위험하다고 경고할 정도였다.

왜 기성세대들은 이처럼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마다 반대를 외칠까. 일단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어 본능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새로운 미디어 전파수단으로 등장한 섹스라는 점에서 기성세대들의 반발을 샀다는 것일 게다. (한마디로 포르노를 찍어 냈다는 뜻이다) 인류가 새로운 미디어를 개발할 때마다 예외 없이 그에 발맞춰 전파된 것이 바로 섹스와 관련된 것이다. 인쇄 혁명이 시작됐을 때도 예외 없이 음란소설이 빠르게 등장했다. 사진 기술이 발명되자 보란 듯이 포르노 사진이 시장에 봇물 터지듯 나왔고 뤼미에르 형제가 단순하게 기차를 영사기로 옮긴 영화를 상영하자말자 그 뒤를 이어받아 여배우들의 누드와 포르노가 등장했다. 전화기의 보급과 발맞춰 나온것이 폰 섹스였으며 비디오가 등장하자 포르노는 안방에 파고 들고 있다. 한국에서 비디오 플레이어 출시는 곧 프르노의 관람이란 등식이 성립돼 비디오 플레이어에 대한 초창기 인식이 좋지 않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인터넷과 컴퓨터는 어떨까. 이 신세대 미디어 역시 그 전파의 매개체로 섹스를 전달했다. 1997년 미국에서 슬슬 인터넷이 뿌리를 내리려 할 때 인터넷 검색 창에 이용자들이 가장 많은 검색어 가운데 80%가 섹스와 관련돼 있었다. 인간은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나올 때 마다 약속이라도 하듯이 포르노를 만들어 낸 것이다.

1970년대에 폭발적으로 팽창하게 되는 포르노 사업(플레이보이)에 맞춰 한 연구기관이 포르노의 유해성을 조사했다고 한다. 결과는 포르노는 무해하다는 것이었다. 덴마크의 사례도 의미가 크다. 덴마크는 1961년 성 개방법을 통과시켜 어차피 존재하는 포르노라면 양지로 끌어내어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대로 음침하게 돌아간다면 갱들의 수입원이 되어 국가 전체로도 좋지않고 국민들에게도 성에 대해 잘 못된 인식을 심어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무제한으로 포르노를 개방하기에 이른다 . 결과는 놀라웠다. 성범죄가 전보다 줄어든 것이다. 덴마크 매춘업소들도 심대한 탸격을 입어 사회 전체가 건전한 성생활을 유지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다고 덴마크의 특수한 상황을 한국에 무리하게 도입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포르노는 나쁜 것이고 그렇기에 박멸 해야 한다는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컴퓨터만 켜면 무한정으로 포르노를 관람할수 있는 시대가 됐다. 맹목적으로 나쁘다고 몰아 붙이기 전에 왜 나쁜지, 나쁘다면 남자들이 왜 포르노에 집착하는 지 그 이유부터 고민해야 한다. 그것이 좀더 성숙하고 올바른 성 문화로 발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