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 기획시리즈> 쓸모 없다던 ‘들풀’… 요리로 내놓으니 으뜸 보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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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 기획시리즈> 쓸모 없다던 ‘들풀’… 요리로 내놓으니 으뜸 보양식
전남을 농촌융복합산업 실리콘밸리로 만들자 4)순천 참조은시골집
조향순 대표, 산야초 등 활용
참조은정식 등 풍성한 요리
18년째 약선·발효음식 대가
특허출원·6종 양갱제품 판매
작년 5만명 방문·10억원 매출
학생들과 탄소중립실천 체험
전남도 5월 농촌융복합인에
  • 입력 : 2023. 05.31(수) 09:30
매실조청약과
참조은시골집 메뉴
순천시 해룡면 선학마을 앞산을 내달리던 소녀. 오빠들과 논밭둑을 뛰어 다니며 자연스럽게 들풀을 눈에 익혔다. 그 소녀가 이 마을에서 들풀을 활용한 약선요리, 발효음식 대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18년 째 해룡면에서 참조은시골집을 운영하는 약선 발효명인 조향순(51)대표다.

약선요리란 ‘약이 되게 먹는 음식’이라는 뜻으로 약선은 음식 재료에 약재를 넣은 것이 아니라 약이 되는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모내기가 한창인 해룡면 국도길을 따라가니 오른쪽 참조은시골집이 나온다. 국도변 한적한 분위기와는 달리 안쪽으로 널찍한 제2주차장까지 조성돼 있다. 명성대로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임이 분명했다. 식당 뒤쪽에선 다문화여성 4명이 먹거리를 옮기면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앞쪽으로 나가니 조향순 대표가 밝은 미소로 인사한다. 최근 핫플로 뜨고 있는 이곳 음식점은 전통 한정식에 발효액을 가미한 퓨전 한정식으로 방문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조대표가 큰 딸이 직접 마케팅을 했으며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장에서도 판매되고 있다는 ‘양갱-적정온도’를 맛보라고 가져온다. 목련차와 곁들이며 마당 벤치에 앉아 그의 얘기를 들었다.



●학창시절 빼곤 고향 떠난 적 없어

“무슨 그런 풀로 요리를 한다고 그러냐”

조 대표가 곰보배추, 약초, 설견초 등 토속나물로 요리를 한다고 했을 때 마을 어르신들의 반응이었다. 조 대표는 쓸모 없다고 뽑아서 버리는 어른들과 생각이 달랐다. 들풀을 잘 활용하면 약이되고 맛있는 음식이 될 것으로 확신했다. 부모님이 매실농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매실조청 등을 활용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당장 실행에 옮겼다. 현재 식당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리모델링을 한 뒤 식당과 겸해보기로 했다. 그때가 지난 2004년이다. 가정식백반과 추어탕으로 출발했다. 입소문이 나자 장사도 잘됐다. 그래도 뭔가 부족함을 느꼈다. 각종 산야초를 활용한 음식을 개발하기로 했다. 당장 전국 명산을 돌아다니며 심마니 생활을 했다. 7년의 세월이 흘렀다.

가족 건강을 위해 만들기 시작한 각종 발효액이 건강회복에 효과를 발휘하면서 주민들에게도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전통한정식 메뉴에 발효액을 가미해 맛을 냈다.

각종 서적과 발효장인을 만나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내공을 쌓았다. 그동안 흘린 땀이 헛되지 않았던가 보다. 2018년 농식품부 주관 국제요리&제과경연대회 대상을 거머쥐었다. 2년뒤 대한전통명장협회 전통약선발효명장 ‘대한민국 한식대가’에 선정됐다. 그 이듬해엔 소상공인 공동브랜드 K-tag 인증을 받았다. 지난해 농촌융복합산업 사업자 인증을 받았고 올해 전남도 5월의 농촌융복합산업인에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참조은 한정식’은 화학조미료를 배제하고 지역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로컬푸드와 우리콩으로 담근 된장과 간장, 3~5년간 발효시킨 산야초 효소, 신안 천일염 등으로 음식을 조리한다.



●20여가지 요리 풍성한 한정식

손님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자 식사시간이 됐다며 점심을 권한다. 식당안이 생각보다 넓다. 100명은 족히 앉을 만한 공간이다.

12시 쯤 되니 벌써 50여 명의 손님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가족, 연인 중심의 손님들이다.
기본 한정식 메뉴는 진미밥상, 와온밥상, 산해밥상, 성찬밥상이며 일품요리로는 힘불끈오리한방백숙, 힘불끈어복쟁반으로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참조은 시골집’에서 제공하는 요리들은 일반 한정식집에서 만나는 요리와는 달리 단호박을 넣은 당근죽, 곰보배추 보쌈, 새싹삼&누루궁뎅이버섯, 먹물잡채, 꼬막회무침 등 20여 가지 요리가 나온다. 젊은층을 겨냥한 먹물 잡채도 인기가 높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맛봤던 오징어 먹물로 만든 ‘빠에야’를 닮았다.
메뉴 중 최고 압권은 사과보쌈이다. 얇게 썬 사과에 매실장아찌, 곰보배추 절임 등 5~6가지 음식을 싸서 먹는 요리다. 사과의 새콤함과 매실 장아찌 등의 맛과 어우러짐은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고 만다.
순천만 국가 정원에서 10분 거리,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 5분 거리로 순천만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이라면 한번쯤 들러볼 만한 곳이다.

●농촌융복합산업 선진지 대표사례

가족과 10여명이 근무하며 발효약선식품, 제철자연밥상, 치유음식 농촌체험 등 6차산업인 농촌융복합산업 선진지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사업장도 갖추고 있다. 농장 3300㎡, 농장 3322㎡, 체험하우스 330㎡와 직매장, 테마파크 예정부지 8925㎡ 등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템을 활용해 사업을 한다면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안정적으로 정착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로 꼽히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았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지난 2020년 9억원대에서 지난해 10억원대를 훌쩍 넘겼다. 방문객도 지난해 5만명이 넘었을 만큼 인기가 높았다.

특허출원한 매실 발효조청을 기본으로 음식, 가공제품, 치유요리체험 등 상품군을 형성했으며 네이버스마트스토어, 남도장터 등 온라인과 전남6차산업 한마당, 관광두레, 오란다체험 등 청년 연계한 신상품 개발과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 온오프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다.

●건강음식이 건강한 몸 만든다 집념

조 대표는 건강한 음식이 건강한 몸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산야초 약선요리와 천연발효음식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한계점도 드러났다. 약선요리로 호평을 받았지만 판매제품과 체험상품이 없어 농촌마을 한정식 맛집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즉시 농촌융복합산업에 맞춰 각종 교육 참여와 식품산업, 농촌관광 관련 사업에 적극적인 인력투자에 나섰다. 큰딸이 마케팅 한 쑥, 매실 등 6가지 제품으로 만든 발효제품 브랜드 ‘적정온도’를 론칭했다. 순천지역 학생들과 함께 환경이슈를 접목한 ‘식생활 탄소중립 실천 캠페인’ 선도업체로 차별화된 체험에 나서고 있다.

조 대표는 발효 연구를 위해 ‘약선발효연구실’을 만들 예정이며 여기서 개발된 각종 다양한 발효액을 선보일 예정이다. 고객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매월 한차례, 하루 매출의 50%를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기부도 잊지 않고 있다. 시간적 여유가 되거든 참조은시골집에 들러 들풀약초 요리 등을 맛보며 고향의 향수를 느껴봄직 하다.



박간재·조진용 기자
적정온도_매실발효양갱(6종)
적정온도_매실조청
조향순 대표
조향순 대표
참조은시골집 오란다체험
참조은시골집 오란다체험
참조은시골집 오란다체험
참조은시골집 오란다체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