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CC 기획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이 지난 18일 종료된 가운데 전시품인 2만7000여점에 달하는 비디오테이프의 주인인 조대영씨가 기증 의사를 밝혔지만, 마땅한 공간을 찾지 못하고 있다. ACC 제공 |
지난해 11월 문을 연 ACC 기획전시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2월 끝날 예정이었으나 반응이 좋아 지난 18일까지 기간을 연장해 무려 7개월간 전시를 선보였다. ACC 역대 최장기 전시다. 누적 관람객 수도 10만6000명에 달해 ACC에서 흥행에 성공한 전시로 손에 꼽힌다.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국내 최초 비디오테이프를 소재로 한 전시였고 복고풍 분위기로 다양한 연령대의 관람객을 이끌었다. ‘원초적 비디오 본색’은 비디오 대여점에서 가장 인기가 높았던 영화 ‘원초적 본능’과 ‘영웅본색’을 합쳐 지은 전시명이다.
2만7000여점의 비디오테이프를 장르별, 연령별, 감독별로 구분해 전시했다. 비디오테이프 외에도 비디오 시대의 명작인 ‘러브레터’, ‘라붐’, ‘영웅본색’, ‘비오는 날의 수채화’ 등 4편을 실감콘텐츠로 새롭게 재편집해 상영했다. 이를 통해 옛 세대에겐 추억을, 디지털 매체에 익숙한 젊은 층에는 감성 공유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2만7000여점에 달하는 전시품들의 주인은 1990년대초부터 지역 영화운동에 앞장서온 조대영 디렉터다. SBS 방송프로그램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비디오 수집가로 출연하면서 ACC와 연이 닿았고 비디오테이프 컬렉션을 콘셉트로 한 전시를 열게 됐다.
성황리에 끝난 전시에도 불구, 이미 절판돼 기록 가치가 상당한 비디오테이프는 이저리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추후 보존 및 관리 방안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조대영 디렉터가 공간만 제공해준다면 이번 전시에서 선보인 비디오테이프를 비롯해 평생 모은 자료를 광주시에 모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마땅한 장소나 활용 콘텐츠를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조대영 디렉터는 “당분간은 이 비디오들을 내가 끌어안아야 하는 처지다. 1980~1990년대를 풍미했던 비디오테이프 컬렉션들이 광주에 남아 시민들의 공공자산이 되길 바라지만 현재 마땅한 공간도, 자본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비디오테이프를 맥락 없이 모아온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5만여점의 비디오테이프를 모았는데, 그 양이 전체 비디오테이프 작품의 80% 정도로 진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디오테이프는 한국에서 1982년 처음 제작·유통돼 2000년대 중반까지 시대를 풍미한 대중매체로 기록적 측면에서 중요한 가치가 있다“며 ”광주라는 특정 공간에서 아카이브 기능과 활용 콘텐츠 방안을 담아 5만여점에 달하는 비디오테이프 컬렉션을 보존하는 게 가장 좋은 그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광주 영화계는 비디오테이프의 보존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18일 광주극장 영화의 집에서 집담회를 열기도 했다. 패널로 참석한 김형중 문학평론가는 “기능을 다 한 비디오는 예술작품으로 바라보는 것이 맞다”며 “예술작품으로서 비디오의 가치는 상영 목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연구와 전시, 교육 목적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경운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는 “80년대 광주비디오를 비롯 광주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일어난 수많은 비합법 예술운동의 차원에서 본다면 비디오와 광주는 뗄 수 없는 관계다”며 “이러한 자산이 개인이 아니라 공공의 자산으로 전환되려면 시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5만여점에 달하는 비디오테이프를 수용할 당장의 공간은 없다”면서도 “광주시 차원의 수용 결정에 앞서 보존, 관리, 운영에 대한 당사자의 기증조건은 없는지 의견을 공유 중이다”고 밝혔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