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광주대학교 호심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김혁종 전 광주대 총장 1주기를 기념하는 추모전 ‘맞아요 블루’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도선인 기자 |
20일 광주대학교 극기관 1층에 마련된 호심미술관에서 ‘디자인경영실천’ 수업이 한창이다. 조금은 특별한 전시를 보기 위해 학생들과 관람객들의 발길이 분주하게 이어진다. 관람객들은 저마다 누군가에게는 따뜻한 스승이었던, 누군가에게는 교육의 미래를 함께 논하는 동료였던, 누군가에게는 무등산과 같은 아버지였던, 누군가에게는 40년의 사랑이었던 그를 추억한다.
호심미술관에서는 김혁종 전 광주대 총장 1주기를 기념해 마련된 추모전 ‘맞아요 블루’가 열리고 있다. 그의 부인 송숙남 광주대 패션·주얼리 학부 교수의 열다섯번째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에는 회화와 주얼리, 사진 40여점을 선보여 사별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냈다. 부군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지 1년. 깊은 슬픔은 손끝에서 다시 예술로 피어났다.
김 전 총장이 가장 좋아했던 색이라는 ‘블루’와 무심하게 화면을 흘러내리는 드리핑 자국과 낙서기법을 사용해 그린 추상화에는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헛헛함으로 가득하다. 송 교수는 생전 다하지 못한 아내로서의 회한을 써 내려간다.
특히 작품 중 단발머리 여성을 그려 넣은 천진난만한 회화작 ‘my wife(마이 와이프)’가 눈길을 끈다. 1982년 8월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장기간 유학을 떠난 김 전 총장이 아내의 초상화를 그린 것이다. 사랑 고백과 당부의 내용이 담긴 편지글도 함께 말이다.
“숙남!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은 항상 그대 곁에 있고… 당신 얼굴을 그린다고 조금 그려봤는데 너무 예쁘게 그려져서(?) 당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내 비록 그림에 문외한이라고 해도, 우리 숙남의 얼굴만은 세상에서 제일 잘 그릴 자신이 있는데… 나중에라도 다시 그린다거나 손질하지 말기를. 나의 절실한 사랑이 담겨 있으니.”
송 교수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에야 40년만에 답화를 그렸다. 김 전 총장의 얼굴을 형상화한 캐리커처를 그린 것. 조금은 휘어진 양 눈썹과 힘차게 내리그은 긴 콧대, 콧대 위에 걸쳐진 투명한 안경테, 양 콧방울에서 시작하는 좌우 비대칭의 길고 짧은 팔자 주름, 그리고 조금 경사지 입술까지. 두 작품 모두 추모전의 숙연한 분위기를 깨트리고 관객을 웃음 짓게 한다.
![]() 광주대학교 호심미술관에서 오는 28일까지 김혁종 전 광주대 총장 1주기를 기념하는 추모전 ‘맞아요 블루’가 열리고 있다. 도선인 기자 |
한편 김혁종 전 광주대 총장은 향년 64세의 나이로 지난해 6월10일 별세했다. 그는 광주대 설립자인 고 김인곤 박사의 장남으로 미국 캔자스대학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아 1987년부터 광주대에서 사회복지학부 전임강사·교수, 기획실장, 총장직을 수행했다.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광주·전남지역대학교 총장협의회 회장, 5·18민주화운동기록물 유네스코 유산등재추진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 이번 추모전은 오는 28일까지 진행되며 7월18일부터 31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이어진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