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광주FC>‘랩하는 축구선수’ 이순민은 더 높은 미래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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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광주FC>‘랩하는 축구선수’ 이순민은 더 높은 미래를 꿈꾼다
24일 광주-전북전 선제·결승골
1부서 2년만 경기 수훈선수 선정
“정해지지 않은 곳 향해 오르겠다”
  • 입력 : 2023. 06.25(일) 16:18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광주FC 이순민(가운데)이 지난 24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19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19분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트린 뒤 조카를 위한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행복을 원하는 건 모순 같은 얘기지. 원한다면 가지면 돼 항상 내 옆에 있지. 중요한 건 만족을 못 하는 그 마음가짐.”

올 시즌 전 경기에서 광주FC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는 이순민이 마수걸이골에 기쁨을 표현하면서도 만족감을 숨겼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살고 있음에도 래퍼로서 스스로 쓴 노랫말처럼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욕심을 드러냈다.

이순민은 지난 24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2023 19라운드 홈경기에서 0-0으로 맞선 전반 19분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다. 크로스를 준비하는 두현석을 보고 절묘하게 수비 틈을 파고들며 수비를 벗겨낸 뒤 센스 있는 백헤더로 골망을 갈랐다.

광주FC는 후반 추가시간 이건희의 쐐기골까지 터지며 2-0 완승을 거뒀고, 이순민은 2021년 7월 21일 강원전 이후 2년여 만에 K리그1에서 M.O.M.(수훈선수)에 선정됐다. 이순민은 경기 후 “승리를 가져올 수 있는 득점을 터트려 기뻤고, 약속된 플레이를 바탕으로 팀으로서 만들어낸 골이기 때문에 더 기뻤다. 앞으로의 시즌에 큰 힘이 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철저한 훈련으로 만들어진 득점인 만큼 이정효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에 대한 감사함도 전했다. 그는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하는데 축구는 감독 놀음이라고 하는 말을 이정효 감독님과 있으면서 직접 느낀다”며 “리더의 역량이 팀을 얼마나 성장시킬 수 있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트레스도 그만큼 받지만 성장하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감독님께서 세세한 부분 하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으신다. 경기를 이겨도 허점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미팅에서 지적하고 수정하신다”고 설명했다.

팀으로서 만든 득점 이후 동료들과 기쁨을 나눈 뒤에는 손가락을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이순민은 “조카가 기분 좋을 때 손흥민을 따라 하는 건데 네모난 모양을 못 만드니까 그렇게 한다”며 “제가 TV에 나오면 조카가 저를 알아본다. 골 넣으면 꼭 해주고 싶었다”고 조카 바보의 면모를 드러냈다.

광주FC 이순민(가운데)이 지난 24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전북현대와 하나원큐 K리그1 19라운드 홈경기에서 전반 19분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터트린 뒤 관중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보이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올 시즌 두 번째 매진을 이룬 팬들을 향한 감사함도 표현했다. 이순민은 후반 35분 중원에서 좌측면까지 과감한 드리블과 함께 수비 세 명을 무력화했고, 송민규에게 파울을 얻어낸 뒤 만원 관중을 향해 환호를 유도했다. 이순민이 손짓을 하자 6000여 명의 관중들이 들썩이며 함성을 내질렀다.

이순민은 “올해 1부리그에 승격해서 어린 팬들과 어르신 팬들이 많이 유입된 것 같고, 관중 수가 늘어나서 더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며 “우리팀 경기 수준이 올라가니까 팬들이 더 많이 오셔서 즐기실 수 있는 것 같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또 “모든 팬들이 충분히 어우러져서 즐길 수 있는 경기를 하고 있다는 기쁨을 느낀다”며 “제가 팬들을 향해 제스처를 하는 것은 선수로서 특권이자 홈경기의 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더 많이 찾아와주시고 호흡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순민은 래퍼 위로(wero)로서 직접 작사 및 작곡했던 노래인 제브라(Zebra)의 가사 중 ‘아직 많이 남은 길에 끝내 열 낭만의 시대’에 대한 앞으로의 목표도 밝혔다.

그는 “저는 매년 계속 나아지고 있는 선수라 자부하고 올해도 매 경기를 치르면서 그다음 경기는 분명히 더 발전해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이어 “저는 이미 낭만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지금의 제 모습이 신인 시절의 꿈이었다”며 “힘들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고, 제 에너지를 다 쏟아부을 수 있는 삶이 행복하다. 은퇴할 때까지 정상을 정해놓고 삶을 살기보다 갈 수 있을 때까지 가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