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하정웅미술관에서 재일 디아스포라 작가전 ‘김영숙-삶, 그리고 해후’가 진행 중이다. 그림은 전시작인 김영숙의 해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 |
김영숙은 재일동포 3세대 디아스포라 예술가이다. 디아스포라는 타 국가와 민족에 의해 이루어진 자발적 이주가 아닌, 강제적 이산(離散)이라는 강제성에 근거한다. 이 중 재일동포 디아스포라는 식민지 지배하에서 조선에서 일본으로 건너가 1945년 해방 이후에도 일본 땅에 남게 된 강제적 이주자와 그 후손들을 말한다.
김영숙 작품세계의 출발은 피로 연결된 조국 한국, 태어나고 자란 모국 일본, 두 개의 나라에 관한 생각에서 비롯됐다. 김영숙 작가는 우주에서 생명을 받아 그림을 그리게 된 사명을 신비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김영숙의 작품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등장하고, 평화로운 풍경이 나타나며 이를 통해 화해와 조화가 이루어진 이상향을 표현했다.
재일 한국인 3세대 작가 김영숙은 고려미술회에서 작품 활동을 한 중요한 재일동포 작가이다. 이러한 김영숙의 작품세계는 ‘근원적 자아를 찾는 시기’와 2000년대 이후 ‘깨달은 삶과 생명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시기’로 나눌 수 있다. 전시는 관람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이해할 수 있도록 주제별로 구성했다.
2000년대 이전 작품은 인간의 삶, 생명에 관한 질문으로 특히 ‘사람은 왜 살고 있는가?’에 관해 자기 자신에게 묻는 작업이다. 김영숙 작가는 어디서 태어났고 왜 그림을 그리고 있는가에 대해 묻는다. 이러한 물음을 통해 우주에서 생명을 받아 살아가는 작가 삶 자체가 작품 주제가 됐다.
2000년대 이후 작품세계는 여행을 통해 깨달은 삶에 관한 생각을 기반으로 일상의 소중함과 생명의 근본에 관한 생각을 작품에 나타냈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여행을 회상하며 그린 작품은 당연한 듯 흘러가는 하루하루의 생활 속에서, 소중한 의미를 찾아 그린 작품이다.
또한 김영숙이 이탈리아 등 유럽 여행에서 그린 수채화 10점과 누드 드로잉, 판화 18점을 별도의 공간에 전시해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게 구성했다. 김영숙은 작품을 통해 삶을 관조하고, 환희와 희망을 보여주며, 시공을 넘어선 순수한 영혼을 나타낸다.
하정웅 컬렉션은 개인 소장가가 수집한 컬렉션 중 양적, 질적인 면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주요 작품으로는 피카소, 샤갈, 미로, 달리, 앤디 워홀 등 해외 유명작가의 명작을 비롯해 이우환, 전화황, 곽인식, 조양규, 문승근, 송영옥 등 재일동포 작가의 작품, 최승희 컬렉션 등의 사진이 있다. 이 중 이우환과 조양규 작품은 시기별 대표작을 포함하며 작품의 수, 가격 면에서 국내 최고의 컬렉션이다.
그리고 오승윤, 황영성, 우제길 등 호남화단을 대표하는 작가의 작품은 남도 미술의 가치를 높이고 있으며 박불똥, 김석출, 도미야마 다에코, 송영옥, 홍성담 등은 현실비판 작품을 통해 민주, 인권, 평화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국 모더니즘 미술의 대표 작가 작품으로 박서보 10점, 김창열 6점, 유강열 5점, 김구림 14점 등의 작품을 시기별로 소장하고 있으며 남관, 윤명로, 윤형근, 문신 등의 작품도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 컬렉션이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 렉션은 순수미술, 재일 디아스포라 작품, 인권과 평화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광주시립미술관은 하정웅컬렉션을 더욱 체계적으로 전시, 연구해 예향이자 민주, 인권, 평화, 예술의 도시 ‘광주’의 정체성과 연계된 특화된 가치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러한 하정웅 명예관장의 기증 취지를 살려 재일동포 작가의 작품세계를 시민에게 선보이는 하정웅 컬렉션 재일 디아스포라 작가전 ‘김영숙 - 삶, 그리고 해후’를 개최한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재일 디아스포라 작가 김영숙전 ‘삶, 그리고 해후’를 통해 제3세대 재일동포의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며 “향후 광주시립미술관은 하정웅컬렉션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 디아스포라 작가 전시와 연구를 지속해 재일동포 미술을 심도 있고 다각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