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전 ‘생태미술프로젝트’ 전시가 24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북구 중외공원과 사람들의 공생관계를 목도자 시점으로 바라본 임용현 작가의 공생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특히 이번 생태프로젝트는 광주 북구 중외공원 안에 위치한 광주시립미술관이 최근 자연과 예술이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가꾸기 위해 아시아예술정원공사를 진행하면서 잠시 공원 일부를 폐쇄함에 따라 공원 주변의 생태를 미술관 안으로 들여온다는 개념의 전시다. 온갖 생명체가 공존했던 중외공원의 생태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관람의 포인트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7팀은 각각 생태학적 관점에서 ‘공생, 연결, 재생’ 등을 통해 공감대를 이루며, 프로젝트형 전시를 광주시민들과 함께 만들어 나간다. 무엇보다 아시아예술정원공사 부지에 포함되면서 이제는 볼 수 없는 어린이대공원의 역사를 담아낸 영상작품이 눈길을 끈다. 5·18민주화운동 이후 전두환 정권이 보상 차원에서 어린이회관 건물과 함께 1981년 설립한 어린이대공원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 본다. 특히 1981년 어린이공원 개장식에 참여한 당시 대통령 전두환의 모습을 담은 희귀 뉴스 방송 화면을 입수해 편집했다.
최정화 작가의 생태프로젝트 ‘나는 너를, 너는 나를’은 시민참여형 프로젝트로 지난 7월부터 시작됐다. 쓰다 버린 주방기구를 모아 만든 가족 체험프로그램 ‘생활숲-모이자, 모으자’와 중외공원과 함께한 시민들의 사진을 받아 제작한 ‘기억채집’이 로비와 야외에 전시된다. 또 서해안과 남해안의 해양 쓰레기를 이용해 만든 설치작품을 통해 쓰레기가 예술이 되는 과정을 목격한다. 해안 쓰레기 채집 작업은 전남대, 조선대, 목포대 26명의 미술학생들과 협업했다.
![]() 제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특별전 ‘생태미술프로젝트’ 전시가 24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가운데 관람객들이 쓰다 버린 주방기구와 전남지역 해안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를 모아 만든 최정화 작가의 시민참여형 프로젝트 ‘나는 너를, 너는 나를’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나건호 기자 |
생태 리서치 프로젝트 ‘시시각각’은 도시의 다양한 생명체를 인간의 시선이 아닌 그들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예술로 전달한다. 전시기획 및 리서치 총괄 김옥진, 프로젝트 기록과 생명체 문헌연구 김수민, 아카이브 전시 디자인 김대선, 사진과 새의 시선으로 영상 기록한 강철, 영상 아카이브 육수진, 생명체 리서치 시각작업으로 노은영, 박인선이 참여해, 영상, 사진, 드로잉, 회화 등 200여점이 전시된다. 광주시립미술관을 둘러싼 중외공원 일대를 석 달 간 면밀히 들여다보면서 관찰하고 작업한 결과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미래 앞의 생’,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제안들로 김자이, 김주연 작가와 프로젝트팀 ‘도시 안 개구리’의 도시경작과 ‘곡물집’의 토종곡물 생태계에 대한 다양한 아카이브들이 펼쳐진다. 김자이 작가는 ‘벌’ 사운드 설치 작품을 통해 기후 위기로 인한 벌의 멸종위기에 주목한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에겐 조용한 종말이 찾아온다는 경각심을 제시하면서 생물다양성 파수꾼 벌의 윙윙하는 소리를 극적으로 채집해 들려준다.
프로젝트 그룹 ‘도시 안 개구리’는 무등산 기슭 멧돼지논에서 자연농 방식으로 토종벼 농사를 지으며 소농들을 위한 작은 정미소를 운영하는 농부 맑똥(김영대), 풍암동 호미농장에서 광주토종학교를 운영하면서 농사 벗들과 토종씨앗으로 함께 농사를 짓고 씨앗을 받아 지역에 나누는 농부 운곡(신수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엮어내는 농부들의 친구이자 공공활동 기획자인 왕꽃(김지현)으로 이뤄졌다. ‘도시 안 개구리’는 전시장 안에 토종벼가 자라는 작은 논밭을 조성해 선보이는 설치작품 ‘도시출몰농부’를 선보인다. 곡물 브랜드 ‘곡물집(충남 공주 소재)’의 씨앗 등 다양한 상품 또한 구경할 수 있다.
로비에서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 콘셉트에 맞춰 ‘토종곡물’을 아티스트, 디자이너가 자유롭게 해석한 커뮤니케이션 포스터 전시가 이어진다. 또 로비와 야외에서 광주시민들의 기억과 사연이 있는 주방기구들이 생태 ‘틔움밭’으로, 아이들의 보물 쌓기는 생태를 키우는 ‘키움밭’으로, 중외공원과 함께 했던 기억들이 생태를 피우는 ‘피움밭’으로, 재구성된 전시가 이어진다. 시민들은 일상에서 사용했던 주방용품들(냄비, 그릇, 후라이팬 등)을 사연과 함께 미술관에 기부할 수도 있다. 기부 장소는 미술관 입구에서 문의하면 된다. 기부자들에게는 미술관 굿즈를 제공한다.
김준기 광주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생태미술프로젝트는 생태미술관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첫 발걸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시’가 아닌 ‘사업’적 의미가 담긴 ‘프로젝트’로 명명했다”며 “1981년 조성됐던 어린이대공원 유원시설에서 중외공원으로 그리고 향후 아시아예술정원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시민들의 추억과 기억과 기대가 가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