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광주 남구 기독병원이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정식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병원에 환아와 보호자들이 심야 진료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지난 1일 오후 8시를 넘긴 늦은 저녁, 광주 남구 기독병원의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이날부터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정식으로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심야시간과 공휴일에 응급실이 아닌 외래에서 경증소아환자에게 진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다.
운영 첫날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병원 내부는 환아와 보호자들로 가득했다.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달래며 대기실서 순번을 기다렸고, 의료진들은 체온을 재고 증상을 확인하며 환아 한명 한명을 꼼꼼히 살폈다.
보호자들은 모두 공공심야어린이병원으로 인해 의료 공백이 해소됐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첫 번째로 내원한 환아는 5세 A양이었다. A양은 오후 5시께 열이 오르기 시작해 40도가 넘는 고열을 보였다. 열 경기 등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에서 일반 병원 진료 마감 시간이 가까워 오자 어머니 박수진(39)씨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그때 박씨는 문득 뉴스에서 본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생각났다고 했다.
박씨는 “평소에는 저녁에 아이가 아프면 큰 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다 돌리지만 받아주는 곳이 거의 없다”며 “오후 6시30분부터 진료 시작을 한다기에 미리 와 대기하고 첫 번째로 진료받았다. 기독병원이 원래 소아과 진료를 잘 보기로 유명한데, 마침 공공심야어린이병원까지 운영한다고 하니 너무 감사한 마음이다. 심야병원이 한 곳이라도 있다는 게 너무나 안심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호자 허슬기(41)씨도 해열제를 먹여도 딸의 열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자 급하게 이곳을 찾았다. 허씨는 “딸이 아데노 바이러스에 감염돼 며칠째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어제도 새벽 5시30분에 ‘소아과 오픈런’을 했다”며 “이제 저녁에도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있으니 ‘오픈런을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하는 생각에 안심이 된다. 앞으로 심야병원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지난 1일 광주 남구 기독병원이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정식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한 환아가 전문의의 진료를 받고 있다. 강주비 기자 |
이같이 호응이 큰 이유는 이곳이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기 때문이다. 그 탓에 전남에서도 이곳을 많이 찾았다. 병원 관계자는 “광주뿐만 아니라 나주, 화순, 영광 등 근교서 온 환자가 많다. 여수에서 2시간 넘는 거리를 달려온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지서 환자가 몰려오면서 동시 접수가 30명이 넘는 상황이 발생하는 등 혼잡이 빚어지자 병원 측은 카카오톡 알림톡 서비스를 도입해 이를 해소키로 했다. 소아과는 환아 1명당 보호자가 2~3명씩 따라붙기 때문에 대기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는데, 알림톡을 통해 보호자들이 본인 순서가 올 때까지 병원 밖 인근 장소서 대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지난 1일 광주 남구 기독병원이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정식 운영을 시작한 가운데, 내원한 환아 보호자에게 간호사가 심야 진료 내용을 안내하고 있다. 강주비 기자 |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운영으로 붕괴됐던 의료전달체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모이고 있다.
이성훈 광주기독병원 의료부장은 “야간에 진료 보는 병원이 없으니 중증 환자를 봐야 하는 대학병원에 경증 환자까지 몰리면서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졌다”며 “공공심야병원을 통해 우리가 경증 환자를 담당함으로써 체계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연중무휴로 평일 오후 6시30분터 자정까지, 토요일은 8시30분부터 자정까지, 공휴일엔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만 18세 미만의 소아경증환자를 진료한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