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서 벤치마킹… 순천정원박람회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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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전국서 벤치마킹… 순천정원박람회 ‘성공 신화’
‘생태·도시 균형개발’ 롤모델
974만명 방문… 대장정 폐막식
상권 활기… 여수·광양 ‘순천효과’
‘애니메이션 테마파크’ 사후 활용
  • 입력 : 2023. 10.31(화) 18:52
  •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
31일 순천 오천그린광장에서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폐막식 식전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이날 폐막식에는 김영록 전남도지사와 노관규 순천시장, 남성현 산림청장과 관람객들이 참석했다. 나건호 기자
“서울은 유휴공간이 없어 시민께 자연·생태 공간을 제공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주말에 막히는 길을 뚫고 외곽으로 나가지 않고 도시 내에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드리는 게 꿈인데 순천이 가장 좋은 모델이라고 생각해 이렇게 관련 부서장을 다 모시고 오게 됐다.”

지난 5월9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찾아 이같이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민이 가장 보람있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녹지·생태 공간·자연을 담은 정원을 만들려 한다”며 “‘노관규 작가’(노관규 순천시장 별명)가 알려준 것들 잘 소화해서 서울에도 그런 공간을 만들겠다”고 다짐한 뒤 서울로 향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7월31일 순천을 찾아 ‘벤치마킹’ 의지를 불태웠다. 김 지사는 “경기도가 정원이나 신재생에너지 분야 등 기후위기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순천에서 배워갈 점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같은날 박형준 부산시장도 “낙동강 하구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부산 국가정원 조성사업과 관련해 순천의 운영방식을 많이 참고하고 배우겠다”고 강조했다.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이하 순천정원박람회)가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도심 속 유휴공간 활용’, ‘기후위기 선도도시’, ‘생태공원 조성사업’ 등에 해법을 제시하며 전국구 롤모델이 됐다. 국내에서만 국회와 지방의회, 중앙부처, 지자체, 각 교육기관 등 총 510곳의 기관과 105명의 단체장이 방문하며 생태와 도시의 균형있는 개발에 높은 점수를 줬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 69개국 약 34만명도 순천을 찾았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부처가 순천정원박람회를 찾아 안전관리시스템을 배워 가기도 했고 정원박람회 관할기구인 AIPH(국제원예생산자협회)는 지난 9월 순천에서 총회를 열고 내년 봄 카타르 총회에서 순천정원박람회의 성공사례를 세계에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전무후무한 기록을 쓴 순천정원박람회가 31일, 7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공식 폐막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974만2603명. 약 1000만명에 육박하는 관람객이 정원박람회를 찾아 대흥행을 기록했다. 지난 6일간의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엔 10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당초 조직위의 수익금 목표는 253억원이었지만 130% 초과한 333억원을 기록했다.

순천정원박람회 기간 동안 순천 도심은 활기로 가득했다.

전통시장 매출액은 평소보다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증가했고, 음식점과 카페 등 매출도 덩달아 상승했다. 순천뿐만 아니라 여수·광양·고흥 등 순천 인근지역도 ‘순천 효과’를 톡톡히 누리면서 지역경제에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대기업들의 지역 내 투자도 잇따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포스코와이드, 포스코리튬솔루션 등 6개 기업이 86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순천정원박람회는 뜨거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폐막 다음날인 11월1일부터 5일까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 등을 포함한 박람회 전체 구역을 무료로 개방한다. 무료 개방 기간 동안 관람차 및 정원드림호, 가든스테이 등은 운영하지 않지만, 순천만습지를 연결하는 스카이큐브는 정상 운영하며, 행사장 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순천만국가정원은 무료 개방 행사 이후 정비를 위해 내년 재개장 시기까지 휴장에 들어가며, 순천만습지는 국가정원과 별개로 정상 운영한다.

박람회장의 사후 활용 방안에 대한 공식 논의도 시작된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박람회장을 ‘애니메이션 테마파크’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노 시장은 “순천정원박람회는 목표가 아닌 수단이다”며 “순천시는 이미 완벽하게 조성돼 있는 정원이라는 무대 위에, 작품 하나로 영화·음반·캐릭터·퍼레이드 등 확장성이 무궁무진한 애니메이션을 입혀 지속적인 수요층을 창출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계획이다. 우리 도시가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제대로 집중하고 투자한다면, 온갖 부작용을 만들어내는 수도권 일극체제의 대한민국 판도가 분명히 바뀌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황지 기자 hwangji.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