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시간 속 변화하는 인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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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창조적 시간 속 변화하는 인간의 삶
무등현대미술관 기획전 ‘너의 시간’
이건희, 닥나무·신문지 등 활용
김일권, 순천만 습지·갯벌 묘사
한기주, 한지 재질감 통해 비유
“유지된 일상… 동시대성 표현”
  • 입력 : 2023. 11.09(목) 17:27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김일권 작 '여명의 시간'
무등현대미술관은 특별기획전 ‘너의 시간’을 오는 30일까지 제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에서 을지예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박지인 기획자와 협업해 추진됐다. ‘시간’을 테마로 김인태, 김일권, 박지현, 이건희, 이지송, 한기주 등 작가 6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삶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인지한 ‘시간’을 예술작품을 통해 구현한다.

이지송은 공간과 시간을 속독으로 읽어낸다. 그가 담아내는 카메라의 순간은 때때로 우연을 가장하지만, 사실 그 안에는 치밀하게 배치돼 있는 감정이 있다. 순간을 포착해서 감각적으로 드러내지만 동시에 미장센에 힘을 뺀다. 아티스트가 삶에서 경험한 특정한 장면을 속독하듯 바라보는데, 여기에는 삶의 우연성에 대해 한발 떨어져서 바라보는 아티스트의 관조적 태도가 깔려 있다.

이건희의 작품은 물위에서 시작된다. ‘닥’과 ‘색색의 신문’들이 만나는 순간 아티스트는 물속에서 유영하는 재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호작용을 포착하면서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성해 나간다. 이미지가 물 위로 떠오르는 순간, 잽싸게 조물조물 쥐락펴락 신체를 움직이며 화면을 조성한다. 아티스트가 바라보는 하늘, 산, 구름의 자연적인 조형이 물속에서 캔버스로 옮기지는 순간 우리가 몰랐던 아티스트의 내면이 떠오른다. 아티스트는 물속에서 만들어진 이미지 위에 연필이나, 바느질로 드로잉을 하기도 하는데, 이 드로잉으로 연결되는 선은 외부적 개입이지만 아티스트의 내면과 깊이 연결된다. 자연적 재료로 자연 속에서 완성되는 작품은 자연 속에서 살고 있으면서 자연의 내면을 갈망하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다.

박지현의 작품은 회화로 보이나, 실상은 조각이다. 또 조각의 형식을 띄지만 회화이기도 하다. 이 양가성은 아티스트가 칼로 빗어서 갈라내는 조형에서 시작된다. 아티스트가 만들어내는 화면은 모란꽃을 형상화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반대이다. 종이가 칼로 그어진 순간, 작가의 화면은 두개로 구분돼 미묘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이 조형이 얇은 천으로 덮여 다시 평평한 평면을 조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아티스트는 손으로 날카로운 칼을 이용해서 누구보다 부드러운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김일권은 순천의 갯벌과 습지를 매우 단순하게 색채로 분할해 드러낸다. 실상은 순천만의 풍경화다. 어린 시절부터 바라보고 놀던 갯벌과 습지를 아티스트가 새롭게 발견하면서 김일권은 자신만의 순천만을 그리고 있다. 어둡지도 않지만 아직 밝지도 않은 여명의 순천만의 풍광과 공기가 김일권의 페인팅 속에서 부드러운 색으로 스며든다.

한기주의 한지 작업은 한지의 물성을 최대로 이용하고 있지만 한지로 제작한 작품이라고 받아들이기가 힘들 정도로 ‘반 한지적’이다. 도끼로 거칠게 쪼개고 끌로 난폭하게 긁어낸 나무의 결과 단면이 한지로 캐스팅돼 그 흔적이 더 증폭되고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수십 겹으로 쌓아올려서 캐스팅된 한지의 여린 표면은 나무에 새겨진 역사와 그 역사가 빚어낸 다양한 층위의 흔적을 생생하게 증언한다.

김인태는 흙을 파이프 형태로 길게 짜고 휘어서 드라마틱하고 뒤틀린 조형물을 만들고 그로테스크한 설치를 주로 한다. 그로테스크는 ‘추한 것, 낮설고 혐오스러운 것, 우스꽝스러운 것’ 등이 혼재해 부조화적이며 비정상적인 특징을 갖는다. 작가는 비정상적인 형태를 통해 사실성을 확보하고 비틀어진 형태를 통해 대상의 본질에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무등현대미술관 관계자는 “시간 속에서 연결된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고자 한다. 작가는 자신의 시간 속에서 드러내고 표현하는 사람으로 자기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이면을 끌어낸다”며 “작품은 곧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일상을 대변해 동시대성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