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20년 전국적인 마늘농사 풍년으로 마늘 가격이 폭락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가격 안정을 위해 산지 폐기 보상 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경기 안성시 양성면 한 들녘에서 한 농부가 마늘을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다,. 뉴시스 |
전남도가 최근 3년 간 채소 수급 안정을 위해 산지폐기한 농산물은 배추, 양배추, 대파, 양파(832㏊) 등이다. 농산물을 산지폐기하는 데 총 141억원이 투입됐다.
올해는 배추의의 과잉생산 전망이 나오면서 전남도는 53억원을 투입해 산지폐기를 추진했다. 1인당 평균 김치 소비량은 2000년 74.2㎏에서 2020년 32.2㎏으로 56.6% 감소했는데 전남의 최근 10년 평균 가을배추 재배면적은 1만3000㏊로 유지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 집중호우로 수해를 입은 충북, 경북권의 논콩 재배단지가 배추재배로 작목 전환 움직임이 일고 있어 배추 재배면적은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신안에서 8년째 양파 농사를 짓고 있는 박세형(52)씨는 “매년 오락가락하는 양파값 때문에 농사 짓는 동안 하루도 잠을 제대로 자본적이 없다”며 “올해까지만 해보자는 심정으로 지었는데 역시나 사정이 안좋다. 가격이 떨어질게 뻔하니 차라리 뒤집어엎고 국비를 받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일 년 내내 가꾸고 일군 밭인데 뒤집어엎는 나라고 맘이 좋을 리가 있나”고 말했다.
전남에선 매년 산지폐기가 반복되면서 농심이 멍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관내 418㏊ 농지에서 81억원을 들여 양배추, 대파, 양파 등을 폐기했다. 2021년에는 105㏊ 면적에서 6억5000만원이 투입돼 배추, 양배추 등이 산지폐기됐다. 마늘, 양파, 대파, 배추 등은 대표적 수급불안 품목이지만 전남을 주산지로 하는 품목이다. 이에 따라 매년 전남에선 마늘, 양파, 대파, 배추 등이 시장 출하 전 정리되거나 시장 격리를 위한 산지폐기 처리를 당하는 등 문제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정부와 전남도가 산지폐기한 실적을 보면, 겨울대파, 양파, 마늘이 주로 폐기됐으며 여기에 총 423억원이 투입됐다.
정부차원의 재배면적 조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10년간 마늘, 양파, 대파 재배면적 및 생산량 현황을 살펴보면 마늘은 2011년 전국 재배면적 2만4035㏊에서 지난 2021년 2만1716㏊로 소폭(-9.65%) 감소에 그쳤는데 전남도는 2011년 7546㏊에서 3775㏊로 반토막(-49.97%)이 났다.
양파는 전국 재배면적이 2만2976㏊에서 1만8014㏊로 21.6% 감소에 그친 반면 전남도내 양파 재배면적은 1만2166㏊에서 46.79%가 크게 줄어들었다. 노지대파만 전국과 전남지역 재배면적의 감소가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노지대파는 2011년 전국 1만1779㏊에서 9738㏊로 17% 줄었고 전남도는 재배면적이 3583㏊에서 3262㏊로 8% 감소했다.
김천중 무안 전국양파생산자협회 전남지회장은 “양파가 전남이 주산지라고 하지만 전국적으로 새로운 산지가 늘고 있다”며 “전남이 양파 생산량을 줄인다 해도 타지역 산지에서는 줄지 않는다. 이럴 경우 피해가 전국 재배농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전국 양파생산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기구를 마련하거나 적극적 중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작목전환 지원사업도 시급하다. 배추 주산지인 해남군은 배추재배면적 감축을 위해 2021~2022년 가을·겨울배추를 재배했던 농지에 타 작물을 재배하거나 휴경할 경우 ㏊당 45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타작물로 전환하더라도 수급불안 품목인 마늘, 양파, 양배추, 무, 대파, 쪽파 및 보리, 밀의 경우에는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전남도는 배추 소비 촉진을 위해 인터넷 쇼핑몰인 남도장터와 주산지 시·군 쇼핑몰에서 절임배추와 김칫소 결합 상품 등을 할인, 출시할 예정이다.
강효석 전남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절임배추와 김치 등 생산자 위생관리 교육과 도지사 품질인증으로 소비자가 믿고 구매하는 제품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며 “다가오는 김장철에는 청정지역에서 생산한 남도김치와 절임배추를 이용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최황지·김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