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홈 5형제 소원 "올해 성탄선물 받는 날 왔으면…"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사회일반
그룹홈 5형제 소원 "올해 성탄선물 받는 날 왔으면…"
● 2023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산타원정대 캠페인
광주 그룹홈 등에 소원 접수
"성탄 선물 받아본적 없어요"
패딩·RC카 등 직접 그림그려
"산타 원정대 22일까지 모집"
  • 입력 : 2023. 12.05(화) 16:15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광주 모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수민·지민·종하가 올해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을 그리고 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제공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가 와주실까요?”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수민(가명·11)이는 한 번도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본 적 없다. 매년 크리스마스 전날 밤 ‘산타’가 오길 기도하며 잠에 들지만, 다음 날 텅 빈 머리맡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친구들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선물을 한 아름 받는다는데, 수민이는 그룹홈 선생님, 형·동생들과 함께 먹는 케이크가 유일한 기쁨이다. 수민이는 “크리스마스는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고 트리도 볼 수 있어서 좋다”면서도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다. 친구들처럼 선물을 받아보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는 수민이 같은 지역 소외 아동들에게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실현시켜 줄 ‘산타원정대’를 모집하고 있다. 산타원정대는 연말 취약계층 아동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 17년째 이어가고 있는 캠페인이다. 2023년 산타원정대는 지난달 20일 출범했으며 오는 22일까지 모집을 진행한다.

그룹홈에는 수민이를 포함해 그룹홈 막내 지민(가명·6)이와 종하(가명·12), 곧 성인이 되는 래성·세훈(가명·19)이까지 5명이 산다. 입주한 시기는 모두 다르지만, 이제는 친형제 못지않게 친밀하고 서로 의지하는 사이다.

이들 모두 ‘특별한’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건 마찬가지다. 종하는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주 어렸을 때 선물을 받았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그때 너무 좋았다”며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었다.

화가가 꿈인 수민이는 이번 겨울에도 어김없이 ‘소원 선물’을 종이에 그렸다. 파란색 색연필로 정성스레 색칠한 ‘RC카(장난감 자동차)’가 요즘 수민이가 가장 가지고 싶은 물건이다.

수민이는 “로봇으로 변신하는 RC카를 가지고 싶다”며 “학교나 지역아동센터에서 친구들이 RC카를 가지고 있다고 자랑하고, RC카를 가지고 놀았던 이야기를 서로 하는데 너무 부럽다. 나도 친구들과 RC카를 가지고 같이 놀고 싶다”고 수줍게 웃었다.

광주 모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수민이가 올해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로 그린 ‘RC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제공
5형제들은 각기 다른 성격과 키만큼 원하는 것도 달랐다.

언어와 신체발달이 느린 지민이는 ‘블록 장난감’이 가지고 싶다. 두뇌발달에 효과적이어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하는 교구다. 지민이는 “평소에 블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며 “이 선물을 받으면 미끄럼틀이랑 기타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종하는 “동생과 놀아주려 수민이와 같은 ‘RC카’”를, 겨울 외투를 장만하지 못했다는 래성이와 세훈이는 ‘패딩’을 소원 선물로 꼽았다.

그룹홈 선생님은 “크리스마스라고 놀러 가거나 선물을 주고받은 적은 없다”며 “남자아이들이라 그런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 금세 옷이 작아지고 아이들 연령대가 다르다 보니 물려 입히기도 힘들다. 아이들도 ‘내 옷장’에서 ‘내 옷’을 선택해서 입고 싶어 한다. 옷이나 장난감 등이 교우관계와 자존감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주고 싶지만 여건상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학대로 분리된 아이들은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험해 본 일과 감정들이 적다 보니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를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물건뿐 아니라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이 필요한데 특별한 크리스마스도 그중 하나”라고 말했다.

광주 모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지민이가 올해 크리스마스에 받고 싶은 선물로 그린 장난감 블록.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 제공
산타원정대 캠페인으로 모금된 후원금을 통해 지원받을 광주 지역 소외 아동들은 수민이네 그룹홈을 포함해 총 370명이다. 장난감·운동화 등 개별소원 100명(2000만원), 겨울 방한복·성탄파티 지원 180명(그룹홈 35개소, 3600만원), 난방비·난방용품 등 겨울철 난방 관련 지원 90명(4500만원) 등이다.

참여 방법은 ‘문자(010-6601-3513)’로 ‘산타원정대 후원희망’이라고 보내거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광주지역본부(062-351-3513)로 문의하면 된다.

김은영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호남총괄본부장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원하는 선물을 꿈꿔본 적 없는 아이들이 있다”며 “크리스마스만큼은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산타원정대 참여를 통해 마음을 함께 모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