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고·강정혁>광산구시설관리공단의 문제점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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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고·강정혁>광산구시설관리공단의 문제점과 과제
강정혁 광산구 구민감사관 회장
  • 입력 : 2023. 12.10(일) 14:13
강정혁 구민감사관 회장
이른바 ‘MZ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최근 감사원에 광산구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박병규 구청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광산구)시설관리공단 A팀장에 대한 반복·표적 감사를 했다”며 광산구 권한남용과 부당 징계, 기관 갑질 등을 조사해 달라는 취지다.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을 둘러싼 잡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생활폐기물 수거, 체육시설 관리, 도시 기반 시설과 복지시설 운영·관리 등 시민 삶과 밀접한 일들을 도맡는 공단의 취지가 무색할 만큼 2014년 설립 이후 꼬리표처럼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심 판결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가 중징계를 받긴커녕 2~3개월 후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이 사안과 관련해 공단 징계위원회는 징계를 결정하고도 이행조차 하지 않았다. 조직 운영과 직결된 인사관리의 불공정 문제, 직장 내 괴롭힘, 법인카드로 결제한 경유를 몰래 빼돌린 업무상 배임 등의 문제도 잇따랐다.

민선 8기 출범 직후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공단 노조가 앞다퉈 광산구청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은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광산구는 지난해 8월 광산구시설관리공단에 대한 특정감사를 실시했다. 업무, 예산을 비롯한 운영 전반의 적정성, 타당성을 살피겠다는 취지였다. 인사·조직·계약·노무 분야에서 총 35건의 위법·부당사항이 적발됐다.

깨끗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든다는 제1의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광산구 곳곳에서 쓰레기를 제때 수거하지 않는다는 불만과 민원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광산구가 지난 10월 생활폐기물 수거 체계 개선을 위한 시민 공청회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생활폐기물 미수거 민원이 3213건에 달했다. 올해도 9월까지 발생한 민원이 벌써 2999건 발생해 광산구는 연말이 되면 4000여 건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했다.

매년 행정안전부가 실시하는 경영평가에서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경쟁력도 없고, 내부 문제를 해결할 자정능력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더 답답한 것은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이 전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되려 특정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에 불복하는 등 잡음은 커지고 내부 상황은 갈수록 복잡해지고만 있다.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을 향해 “당장 없애라”는 분노 섞인 목소리마저 나온다.

급기야 최근 내부 제보를 통해 특정 직원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운전면허 취소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경찰서 공문까지 무단으로 삭제했다는 의혹까지 드러났다. 이중 핵심으로 지목되는 것이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반복·표적 감사’ 피해자로 주장한 광산구시설관리공단 A팀장,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인한 1심 판결에서 징역형을 받고도 승진한 B 전 본부장이다.

박병규 광산구청장은 지난 10월 “시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공단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사유화한 중대한 부정부패 행위로 규정한다”며 광산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하는 고발장을 제출했고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공익감사를 청구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경찰서 공문 무단삭제 의혹 등 A팀장이 연루됐거나 책임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문제와 관련해 언급도 없이 “광산구청과 광산구시설관리공단 갑질 등으로부터 소속 조합원을 지키기 위해 공익감사를 청구했다”고 밝혔다.

‘소속 조합원’ 이전에 시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일원으로서 책임감, 그동안 벌어진 문제와 관련성 등에 대해서도 구체적 입장이나 의견이 보이지 않는다.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는 지난 2월 출범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내걸었다.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한다”는 구호도 외쳤다.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지방공기업에서 상식을 벗어난 ‘비정상’이 아무렇지 않게 자행되고 있다는 지역의 비판 여론,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의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는 지역 11개 노동조합의 목소리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사회적 공감대와 상식’을 외친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과연 공익감사를 청구할 수 있었을까.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게 아닌가 싶다.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이 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책임이 가볍지 않은 이를 ‘피해자’로 둔갑시켜 상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도 지울 수 없다.

박병규 청장은 지난 달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남겨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를 향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거나, 조직원이라면 무조건 감싸고 보호하는 건 노동조합 본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느 것이 정의인지 생각해 보시길 바란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지금 광산구시설관리공단에 필요한 것은 총체적 점검과 반성, 이를 바탕으로 한 과감한 개혁이다. 본질을 흐리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행위는 경계해야 할 때다.

11개 노조, 지역민 목소리에 응답해 광산구시설관리공단이 시민이 사랑하고 지지하는 지방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해법, 혁신안을 찾는 데 힘을 모으고,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문재인은 확실한 공산주의자”라는 축사로 제기된 정체성 문제는 차치하고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가 부디 ‘MZ노조’다운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