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기아타이거즈>‘벼랑 끝’ 김사윤 “도끼 갈아 바늘 만들듯 담금질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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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기아타이거즈>‘벼랑 끝’ 김사윤 “도끼 갈아 바늘 만들듯 담금질 할래요”
작년 트레이드로 KIA 입단
6월 팔꿈치 수술 시즌 아웃
재활군서 복귀 준비 순항중
내년 선발 보직 10승 목표
  • 입력 : 2023. 12.19(화) 16:58
  •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
KIA타이거즈 투수 김사윤이 지난달 21일 함평-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서 불펜 투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만 30세를 앞두고 이름도 바꾸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절실하게 준비했습니다. 팔꿈치 수술로 1년 더 도전을 미룬 만큼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심정으로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새 시즌을 준비하는 KIA타이거즈 투수 김사윤(29)이 드러낸 각오다. 지난해 5월 트레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사윤은 SSG랜더스(전 SK와이번스)에서 선발과 불펜을 경험하며 좌완 왕국에 힘을 보탤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존재감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김사윤은 트레이드 직후 지난해 31경기 구원 등판해 27이닝을 소화하며 3승 2홀드를 챙겼으나 제구 약점을 노출하면서 평균자책점 7.00에 그쳤다. 올시즌 앞두고 김정빈에서 김사윤으로 개명하며 절치부심 했으나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는 불운도 겪었다.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 때부터 준비를 잘했다. 컨디션도 좋았고 시즌 초반 최고 구속 150㎞ 이상 나오면서 느낌이 좋았다”면서 “갑자기 팔꿈치가 아팠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결국 수술을 하게 돼 아쉬운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KIA타이거즈 투수 김사윤이 지난달 21일 함평-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서 김동후 SC코치와 함께 몸을 풀고 있다. 한규빈 기자
이름까지 바꾸며 간절함을 드러냈던 만큼 개막 2개월 만에 수술대에 오른 게 아쉬움이다. 김사윤은 새해를 맞자마자 SNS로 개명 소식을 알린 뒤 30대가 된 만큼 건강과 성적을 모두 잡아 부끄럽지 않은 남편이자 아버지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김사윤은 “뭐가 부족하고 필요한지 고민했고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는지 제 자신에 대한 답을 찾았다”며 “마무리 훈련 막바지에 투구 훈련도 시작했는데 손승락 감독과 SC 코치진, 트레이너 도움을 받고 있다. 호흡이 잘 맞아 내년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스스로에 대한 답을 찾은 만큼 인식 변화도 생겼다. 좋지 않은 것은 빠르게 잊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법을 깨달았다. 훈련이나 경기에서 나온 좋지 못한 모습은 그때그때 털어내는 것.

김사윤은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특히 제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며 “하루하루 훈련이나 경기에 일희일비 하고 잘 안되면 투구 폼을 돌아보기 바빴다”고 반성했다.

또 “인터넷을 보다 ‘144경기를 하는 데 내일 경기를 하려면 오늘 경기를 잊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을 봤다”며 “잊는 방법을 아는 게 프로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프로 정신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부연했다.

KIA타이거즈 투수 김사윤이 지난달 21일 함평-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서 불펜 투구 후 손승락 감독의 피드백을 받고 있다. 한규빈 기자
프로 정신 개념을 정립하니 새로운 루틴도 만들어졌다. 끝없는 훈련으로 스스로를 한계에 몰아 붙이던 과거와는 달리 다음 훈련이나 경기를 위해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습관을 장착했다.

김사윤은 “그동안 제 자신을 혹사했다. 안 좋은 점이 있으면 계속 되돌아보기 위해 공을 다시 잡았다”며 “이제는 혹사하지 않고 내일을 위해 몸을 가다듬고 컨디션을 점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안 보이는 곳에 가서 핸드폰도 세워 놓고 병적으로 투구에 집착했다”며 “제구가 안되는 이유를 생각하며 감을 찾으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서 더 고전했다. 코칭스태프들은 이미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KIA타이거즈 투수 김사윤이 지난달 21일 함평-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진행된 마무리 훈련에서 불펜 투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규빈 기자
마음가짐을 새로 하면서 내년 목표도 설정했다. KIA 퓨처스 팀 코칭스태프는 김사윤에 다시 선발 보직을 맡길 계획이다.

그는 “새 시즌 목표를 일기장에 썼다. 중간을 하면 30홀드, 마무리를 하면 30세이브”라며 “손승락 감독이 선발을 해보자고 했다. 그러면서 10승으로 다시 목표를 써놨다”고 언급했다.

이어 “목표를 말하지 않는 성격인데 SSG에서 (하)재훈이 형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며 “처음 팀에 왔을 때 세이브왕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뤄졌다. 타자로 전향하고 홈런왕을 하겠다고 했는데 홈런을 6개 치고 장타율도 5할 가까이 나왔다. 그 모습을 보며 당당하게 남들에게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또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며 “2021시즌에 선발에 도전했는데 실패했다. 준비를 잘해 두 번의 실패는 없도록 하겠다. 마부작침의 자세로 후배들을 긴장시켜 보겠다”고 말했다.
한규빈 기자 gyubin.han@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