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사설>용납할 수 없는 재판 지연에 서면 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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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전남일보]사설>용납할 수 없는 재판 지연에 서면 구형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 힘써야
  • 입력 : 2023. 12.21(목) 17:01
‘재판 지연’으로 논란이 됐던 광주지방법원의 A씨(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서면으로 구형 의견을 제시해 지역 사회가 또 다시 술렁이고 있다. 결심공판의 경우 검사의 의견진술과 함께 구두로 구형이 내려지는 게 통상적인 절차다.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 심리로 지난 8일 A씨에 대한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극히 이례적으로 서면으로 구형의견을 냈다. A씨는 남구 주월동 재개발 사업 승인을 위해 로비 명목으로 B씨 등 피해자들로부터 수 십 여 차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A씨를 지난 2020년 12월 사기·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가뜩이나 지난 2021년 2월 처음 열린 이 재판은 1심이 내년 2월 7일로 결정되면서 ‘재판 지연’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형사재판에서 서면 구형을 해도 형량의 차이는 없다. 다만 당사자들 외에 형량을 알 수 없어 알권리 등이 제한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지역 한 변호사는 “재판이 비밀리에 열린다면 공정한 판결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가 검찰의 서면 구형에 제동을 건 사례도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검찰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 씨의 변호사법위반 등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구형량을 서면으로 제출하려다가 재판부의 반려로 무산됐다. 당시 재판부는 “구형은 법정에서 구두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서 서면구형을 하게 된 피치 못할 사정도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비리를 저지른 정치·기업인 등이 재판을 늦추는 권력형 비리를 수없이 봐왔다. 권력자라는 이유로 법원이 재판을 늦춰서는 안되며 검찰 역시 서면 구형 등으로 알권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사회적 주목도가 높지 않은 A씨 재판에서는 더욱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법의 엄정한 처벌을 받아야 할 A씨에게 또 다른 범죄의 기회를 제공하게 만들 것인가. 어떤 범죄자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도록 사법부가 바로 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