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5·18 발포명령자 등 불능사안 정확한 원인 규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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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일보]“5·18 발포명령자 등 불능사안 정확한 원인 규명을”
‘오월의 대화’ 3차 시민토론회
진상규명 불능 2건 자체 결정
“발포 명령자 정황 규명 가능”
“국가권고안, 조사 근거 돼야”
  • 입력 : 2024. 01.11(목) 18:09
  •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
1일 광주시,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오월의 대화’ 3차 시민토론회가 ‘5·18 진상규명 진단 및 남겨진 과제’를 주제로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개최됐다. 강주비 기자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가 활동 종료 후 처음으로 구체적인 조사 결과를 시민에 공개했다. 유족 및 전문가들은 발포명령자 등 진상규명 불능된 사안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한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직권조사 2개는 ‘자체 불능’

11일 광주시, 광주시의회 5·18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오월의 대화’ 3차 시민토론회가 ‘5·18 진상규명 진단 및 남겨진 과제’를 주제로 광주 동구 전일빌딩 245에서 개최됐다. 조사위 활동 종료 이후 5·18 진상규명 결과와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는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다. 앞서 조사위는 지난달 26일 4년의 조사 활동을 종료하고 국가보고서 작성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직권조사 과제 중 21개 직권조사 과제 중 4건을 병합해 12건을 진상규명 의결하고 6개를 ‘진상규명 불능’ 결정했다. 진상규명 불능된 6개 중 4개는 전원위에 ‘진상규명’으로 상정됐지만 위원들의 이견으로 인해 ‘불능’ 결론 내려진 건들이다. 전남 일원 무기고 피습사건을 비롯해 군에 의한 발포경위 및 책임소재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군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 사건’과 ‘암매장지 소재·유해 발굴 수습에 관한 사항’ 등 나머지 2개는 조사위 자체적으로 ‘불능’으로 원안 의결했다.

‘공군 전투기 출격대기 의혹 사건’은 공군지휘부가 제1전투비행단에 무장한 전투기와 야간작전용 수송기를 추가로 비상대기시킨 사실은 확인되지만, 민간인의 시위를 직접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는 등 부동의 증거를 찾지 못했다.

암매장의 경우 조사위가 발굴한 무연고 유해 9기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으나 행방불명자 가족과 유전자가 일치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광주시로부터 이관받은 암매장 제보현장 발굴 유해 유전자 재검사 결과도 일치 사례가 없었다. 여기에는 광주교도소 솔로몬로파크 공사현장 무연고 유해 262기도 포함됐다.

다만 ‘민간인 시체를 암매장했다’는 계엄군 28명의 진술을 확보하고 행불자들의 최종 목격 현장과 계엄군 주요 작전지역이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조사위 측은 “행불자 242명 전수조사에 의해 행불자 개인카드를 작성해 기본정보 데이터베이스 및 검색 기능을 구축했다”며 “행불자 소재 등에 대한 지속적이고 항구적인 조사가 이뤄지도록 행불자 가족의 유전자 정보를 포함한 ‘신원확인 정보 큐레이션 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기관에 이관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계속 조사 근거 마련해야”

조사위 발표 직후 임옥란 유족회 사무총장,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 김정호 변호사, 홍성칠 오월정신지키기범시도민대책위원회공동실행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나서 향후 과제를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진상규명 불능 사유가 타당한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며 조사 결과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임 사무총장은 “166명의 민간인 사망자 중 157명의 사망경위를 최종 확인했다고 했지만 상당 부분은 이미 선행조사에서 밝혀진 바에 불과하다. 행불 인정자 84명을 제외한 나머지의 신원 확인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계속 조사나 후속 조치에 대한 명확한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518의 핵심 쟁점인 최초발포명령자를 규명하지 못한 데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김 변호사는 “종결 이후 진상규명 불능 결정된 사안에 대해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암매장과 발포명령자 등 중요한 부분은 ‘통보’해선 안됐다”며 “전두환이 발포명령했다는 양심선언이 없어서 발포명령자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증언이 없더라도 여러 가지 정황을 통해 진상규명할 수 있었다. 조사위가 너무 엄격한 판단을 한 건 아닌지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이어 “청문회를 개최해 발포 참상과 시민 학살 과정 등을 국민에 알렸다면 그 과정에서 국민들은 발포명령자가 누구인지 답을 깨달았을 것”이라며 무산된 청문회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토론자와 시민들은 추후 정부에 전달될 대정부 권고안이 5·18진상규명 조사를 지속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작성돼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사위 측은 “대정부 권고안은 이행력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며 “시행령 개정을 위해 조사위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조사위는 오는 6월까지 조사활동 결과와 대정부 권고안을 수록한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정부에 보고·공개할 예정이다. 조사활동 기간에 수집한 기록물은 국회 동의를 거쳐 5·18 관련 국가기관 등으로 이관한다.
강주비 기자 jubi.kang@jnilbo.com